
‘연기 변신’이라는 말이 딱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연애대전’으로 돌아온 김옥빈. 지금의 그를 설명하기엔 이보다 간단명료한 수식어는 없다.
김옥빈을 떠올리면 센 캐릭터가 먼저 떠오른다. 영화 ‘박쥐’ 속 자유를 갈망하는 아내, ‘악녀’ 속 무자비한 킬러가 그것. 예쁜 얼굴로 주목받았지만 이를 이용하진 않았다. 김옥빈의 필모그래피에는 또래 배우들이 감히 도전 못할 작품으로 가득하다. 흔히 말하는 ‘센 캐릭터’가 다 있다.
그런 김옥빈이 도전에 나섰다. 그의 필모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발을 디딘 것. 데뷔 18년 만에 처음이다.
‘연애대전’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미란(김옥빈)과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강호(유태오)의 사랑 이야기. 최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김옥빈은 “20대 때는 (로코물이) 낯간지러워서 저랑 안 맞다고 생각했다. 30대가 되어보니 그동안 해온 비슷한 역할에 질리기도 했고 다른 걸 해보고 싶더라. 배우가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편향된 모습이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조금 더 빨리 도전해볼 걸 후회하긴 했다. 이젠 중년의 사랑을 해야하다보니 좀 더 어리고 젊을 때 많이 해볼걸 싶었다”는 소감을 내놨다.

‘연애대전’은 지난 10일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서 일본 1위에 올랐다. 이에 김옥빈은 “시청률이 나오는 게 아니니 반응을 모르겠더라. 작가님과 감독님께 잘 봤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어서 집에 쭈그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젠 친구들까지 잘 봤다고 연락오고 있어서 나름대로 반응이 괜찮구나 싶더라”며 환히 웃는다.
그렇다면 ‘연애대전’을 생애 첫 로코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옥빈은 “미란이가 청순가련형 인물이 아니다. 요즘 말로 ‘상여자’가 따로 없더라. 대장부다. 요즘 사람들이 요구하는 여성향과도 잘 맞아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아름답다고 느꼈다. 여자가 남자에게 갖고 있는 선입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미란이와 반대의 강호가 만나 서로 이해하고 둥글게 깎아지지 않나. 갈등의 화합 방식이 아름다웠다”며 “유머러스하게 잘 풀어낸 거 같아서 다행이다. 산을 하나 넘은 거 같은 뿌듯함이 있다. 진짜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 로코물을 조금 알 것 같다”며 웃었다.
공개된 여미란 캐릭터를 보고 동생인 배우 채서진도 ‘딱 언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김옥빈은 “제가 시골에서 학교를 나왔다. 같은 반 여자애들을 괴롭히는 남자애들을 대신해 싸워주기도 했다. 그런데 2차 성징 후에는 힘으로 남자애들한테 안 되더라. 너무 분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연락와서 ‘미란이가 넌데?’라는 말을 하더라”며 “제가 지금도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이 있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으로서 좋은 부분 같진 않다”는 농담을 던진다.
남강호 역의 유태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인으로서 호흡은 어땠느냐는 질문에 김옥빈은 “상대역으로 100점을 주고싶은 배우다”라고 극찬한다.
그는 “자세와 태도가 정말 좋은 배우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남다르다. 작품을 대할 때 자꾸 준비를 해와서 시도를 한다”며 “상대역으로서 영감을 받게 된다. 시너지를 만드는 사람이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배우가 몇 없다.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배우들과 제작진의 합이 좋았다. 이 맛에 코미디를 하는구나를 알려준 현장”이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옥빈은 현재 tvN ‘아스달 연대기2’를 찍고 있다. 4∼5월쯤 촬영이 끝나면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그는 “그동안 남들이 힘들어 하고, 기피할 역할들을 선택했었다. 고생하는 역할을 좋아했고, 그 쉽지 않음이 저를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저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었으니 변주를 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로코물도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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