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희 기자] 국내 산업계가 디지털 웰니스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 웰니스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건강을 챙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컨대 스마트폰 앱과 가상현실, 챗봇, AI(인공지능) 등으로 치료 및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건강과 체력관리를 위한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인 ‘덤벨 이코노미(Dumbbell Economy)’가 대세로 떠올랐고, 디지털 웰니스(디지털 헬스케어) 등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바이오 혁신전략’에 맞춰 올해부터 10년간 4000억원 규모의 첨단뇌과학 분야 R&D 투자에 나선다. 바이오 대전환 시대를 맞아 바이오와 디지털 융합을 촉진하고, 공통기반 기술 및 인프라 혁신을 꾀하기 위함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뇌기능·질환 시각화, 뇌신호 측정·해석 기술 개발과 사업화는 물론 전자약과 디지털치료제 등 IT활용 신개념 치료제 시제품 개발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시장 확대와 연관이 깊다. 시장조사기관인 GIA(Global Industry Analysts)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1525억 달러(약 193조원)에서 연평균 18.8%로 성장, 오는 2027년 5089억 달러(약 6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인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기술 투자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생산을 이어가는 한편 갤럭시워치를 통한 건강관리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초창기 갤럭시워치가 혈압과 심전도를 체크해주는 수준에 그쳤다면, 가장 최근 모델인 갤럭시 워치5는 더 진화한 삼성 바이오액티브 센서를 탑재, 혈압·심전도·체성분·산소포화도를 측정해 통합 건강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단순히 운동 이력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운동 후의 휴식과 회복 과정까지 모니터링을 돕고, 갤럭시 워치5로 수집한 모든 건강 데이터는 건강 모니터링 앱 ‘삼성 헬스’로 모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LG전자는 헬스케어와 관련된 혁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MEDICA 2022에 참가해 수술용 미니 LED모니터, 진단용 모니터,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 등 의료공간에 최적화된 의료용 영상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LG 클로이 로봇의 의료기관 공급도 확대 중이다. 기존 의료 서비스 로봇이 혈액 운반 등 단순 배송 업무에 주로 사용된 것과 달리 클로이는 방문객 안내, 의약품 및 의료기구 배송, 심야 시간대 순찰 등 병원 안 다양한 공간에서 고객에게 맞춤형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 역시 헬스케어를 신성장 사업으로 낙점하고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는 등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오는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서 전시관을 꾸리고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인 ‘캐즐(CAZZLE)’을 처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향후 전문기업과 협업해 유전자 검사, 의료 데이터, 라이프 로그 등 다양한 정보를 추가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헬스케어 연구소를 운영 중인 네이버는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한 ‘클로바 케어콜’을 통해 전주기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하고,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대표 서비스다.

카카오는 지난해 사내독립법인(CIC)이었던 카카오헬스케어를 신규 법인으로 분리,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이지 이지케어텍 부사장이던 황희 대표를 수장으로 영입, 생애 주기별 건강관리와 스마트 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탈통신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도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AI컴퍼니 비전을 목표로 AIX혁신을 꾀하고 있다. AIX는 AI나 디지털전환(DT)을 필요로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 또는 인수해 역량을 높이는 것으로, 헬스케어 영역에서 엑스칼리버(X-Caliber) 같은 AI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사례가 기대된다.
KT는 지난해 초 미국의 전자약 개발회사 뉴로시그마(NeuroSigma)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베트남에서는 무선 통신 기술력을 발판삼아 원격의료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영역 확대에 힘쓰고 있는 LG유플러스는 관련 사업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 헬스케어와 연계한 사업을 전개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 같은 우호적인 사회·경제·정책적 환경과 맞물려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 속도는 상향될 전망이다. 김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생활 수준 향상되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헬스케어 패러다임 역시 진단·치료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이동했다”며 “향후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회·경제적 환경(인구고령화·소득수준 향상) 및 기술 발전(ICT융합), 우호적인 정책(규제완화) 등에 따라 고성장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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