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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성화·김고은의 인생연기…관객의 인생작이 될 영화 ‘영웅‘

입력 : 2022-12-14 14:55:45 수정 : 2022-12-14 14: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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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박수를 치고 싶은 경험은 오랜만이다. 분명 한국 뮤지컬 영화의 기준이 될 ‘영웅‘이다.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영웅’(윤제균 감독)이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렸다.

 

영화는 1909년 3월 러시아 연추 지역, 안중근(정성화)이 드넓은 설원을 걷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쓰러질 듯 비틀거릴지언정 여윈 얼굴 속 눈빛은 결연한 의지로 가득하다.

 

이어진 새하얀 자작 나무 숲. 안중근을 포함한 열 두 동지들은 구국 투쟁을 약속하며 단지 동맹을 맺는다. 저마다 왼속 약지 한 마디를 잘라내 그 피로 태극기에 ‘대한독립(大韓獨立)’이라는 네 글자를 쓴다. 정성화와 앙상블의 결연함으로 가득찬 장면이자 영화에 대한 몰입도한 한 번에 끌어올리는 명장면이다.

 

영화는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세 번의 전투신에서는 거침없이 뛰고 구르는 안중근의 모습을 통해 실제로 대한제국 의병대장으로서 활동한 그의 과거를 보여준다. 롱테이크와 슬로우 모션을 집어넣어 날 것의 느낌을 더하기도.   

 

안중근의 오래된 동지 우덕순(조재윤), 독립군의 최고 명사수 조도선(배정남), 독립군의 막내 유동하(이현우)와 펼치는 추격신도 흥미진진하다. 백발백중 명사수 조도선의 비호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동지들과 지붕 추격신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안중근의 모습도 새롭다. 

 

또 영화는 만국 공법에 따라 “전쟁 포로를 살해할 순 없다”며 일본군 포로를 풀어주는 모습, 자신이 쏜 이토 히로부미를 위해 신에게 잠깐 기도할 시간을 달라는 모습을 그리며 안중근의 평화 사상에 집중한다.

 

정성화는 14년 간 뮤지컬 ‘영웅’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작품 속 노래와 연기를 그보다 더 잘 해석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 14kg을 감량하며 안중근이란 옷을 입은 정성화는 스크린에서 훨훨 난다. 무려 13번의 테이크를 갔다는 ‘장부가’는 사형 직전 안중근의 모습을 그리며 눈시울을 적신다. 슬픔과 노여움, 기쁨과 회환, 걱정과 결심 등 총 7곡의 넘버로 다양한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더 이상의 캐스팅은 없다 싶다. 

 

김고은은 이 영화의 명실상부 두 번째 주인공이다. 김고은이 맡은 설희는 대한제국 명성황후의 궁녀였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 후 일본으로 넘어가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 독립군의 정보요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안중근의 이야기와 함께 투 트랙으로 진행되며 

 

명성황후의 마지막을 함께한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 마마여’, 죽을 것 같은 괴로움 속에서도 삶을 다짐하는 ‘그대 향한 나의 꿈’, 삶의 끝에서 심리변화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소름유발신으로 불리는 ‘내 마음 왜 이럴까’ 등 인생연기를 펼쳤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 역의 나문희는 ‘영웅’의 치트키다. 아들이 먼길을 떠나기 전, 갓난아기 때 입었을 법한 배냇저고리를 꺼내보며 미소 짓던 조 마리아. 아들의 사형 소식에 침통한 표정과 눈물로 한 땀 한 땀 뜬 수의를 형무소로 보낸다. ‘일본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는 어머니의 편지, 그리고 아들 안중근을 향한 노래는 관객의 옷깃을 적신다.  

 

‘영웅’은 분명 한국 뮤지컬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노래와 대사의 자연스런 전환과 한국 영화 고질병으로 불리는 음향, 즉 ‘안 들리는 대사’가 단 한 순간도 없다. 

 

무려 영화의 70%가 현장 라이브 가창 버전으로 담겼는데, ‘레미제라블’ 앤 헤서웨이 ‘I dreamed a dream’를 인상깊게 본 관객이라면 ‘영웅’은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숨소리, 떨림, 눈물까지 생생하게 담아내 진정성 가득한 노래들이 가득하다.

 

10대 연기를 무리 없이 해낸 동하(이현우)와 마진주(박진주)의 꽁냥꽁냥 썸 연기, 조도선 배정남의 주특기인 진지한 액션과 코믹, 재일교포 출신 김승락의 이토 히로부미 연기도 몰입도를 높인다. 

 

한편, ‘영웅’은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 등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든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21일 개봉. 

 

관람팁: 극장을 찾기 전 OST를 먼저 듣고 가면 현장 녹음과 스튜디오 녹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또 관람 전후로 뮤지컬 ‘영웅‘을 관람하면 비교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CJ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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