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다”고 했다. “잘 맞아 떨어졌다”고도 말했다. 차분한 소감이지만 지난 2년을 돌아보는 모습에서는 뿌듯한 마음이 통째로 느껴진다. 2년 동안 이어진 부진, 자유계약(FA)을 체결하고도 따라붙은 에이징 커브 우려를 한 번에 날렸다. 다시 홈런왕을 탈환한 남자, 프로야구 KT 박병호(36)는 “많이 뿌듯합니다”라고 웃었다.
▲‘왕의 남자.’
박병호는 KBO리그 대표 홈런왕이다. 지난 2012시즌 넥센(현 키움)서 프로 데뷔 후 처음 풀타임으로 뛰었을 때 31홈런으로 리그 최다 홈런을 쳤다. 이후 2015시즌까지 142개를 추가해내면서 KBO리그 최초 4년 연속 홈런왕좌에 앉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일도 4년의 활약 덕분이었다.
국내 복귀 후 한 차례 더 홈런왕 타이틀을 따낸 박병호는 이후 기록 하락을 맛봤다. 지난 2년은 잔부상이 겹쳐 20홈런 언저리에 그쳤다. 자연스레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래서일까. 박병호는 스스로 평가를 뒤집기 시작했다. 5~6월에만 21홈런을 몰아쳤다. 홈런왕을 차지하던 시절 선보였던 홈런쇼가 올해 다시 펼쳐진 것이다. 3년 만에 다시 30홈런 고지를 밟았고,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이탈하면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홈 최종전서는 대타로 나서 35번째 홈런까지 쳐냈다. 사실상 홈런왕 확정포다.
박병호는 “홈런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지난 8일 게임도 그렇고 대타로 나갔기 때문에 타격 타이밍을 가장 많이 신경 썼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며 “지난 2년간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이다가 다시 한 번 30홈런 이상을 쳤다는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뿌듯하다”고 했다.
▲‘KT 박병호입니다.’
최근 한 달 사이 박병호는 수원 KT위즈파크 내 치료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10일 고척 키움전서 발목 인대 세 군데가 파열됐다. 걷기조차 힘들었고 방망이를 잡는 일은 언감생심이었다. 루틴처럼 치료실을 찾아 관리하고, 최소한의 훈련으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전부였다.
세 군데 검진 결과 의사의 권유는 모두 수술이었다. 박병호는 고민 끝에 재활을 선택했다. 지난겨울 대부분의 팀이 자신을 외면할 때 가치를 인정해준 KT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서 중심타자로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는 이강철 감독도, 트레이닝 파트도 말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실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면서도 박병호는 결국 방망이를 들었다.
박병호는 “팀이 중요한 시기에 내 실수로 다쳐서 많이 미안했다. 몸 상태를 회복하는데 팀에서 많은 지원을 했고, 반드시 (올해 안에)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해 재활에 전념했다”며 “어떤 상황에 나설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 지금부터 지면 떨어진다는 마음으로 게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KT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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