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시완이 ‘트레이서’에 자신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임시완은 지난 16일 MBC 드라마 ‘트레이서’ 종영 기념 화상 인터뷰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임시완은 “준비를 시작해 촬영을 마치기까지 1년 정도 걸린 작품이다. 촬영이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다. 후련하다”고 시원섭섭한 소감을 밝혔다.
“집에서 좀비처럼 가만히 있었다”는 그는 ‘번아웃’이었던 것 같다고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군 복무 후 OCN ‘타인은 지옥이다’(2019), JTBC ‘런 온’(2021)부터 ‘트레이서’까지 약 3년간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임시완은 “제대로 쉰 적도 없어 긴장감이 풀린 것 같다”고 했다.
‘트레이서’는 국내 최초로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임시완은 ‘트레이서’에서 서울청 조세 5국 팀장 황동주를 연기했다.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한 성격에 거친 독설과 남을 비꼬는 능력만큼은 뛰어난 인물. ‘국세청 대표 루저 집단’에 부임해 통쾌한 추적 활극을 이끌었다.
지난 25일 종영한 ‘트레이서’ 마지막회는 분당 최고 시청률 12.5%, 전국 9.0%(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방송에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팀을 지켜내고 모든 진실을 밝혀낸 황동주(임시완)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임시완은 잘 나가는 회계사에서 국세청으로 이직해 아버지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쳤다. 조세5국, 넓게는 국세청 전체의 주요 인물들과 마주하며 호흡했다. 그는 “유독 힘든 부분이 있었다기보단 황동주의 대본과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떻게 하면 더 위트를 넣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깐족거릴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런 고민에서 해방되면서 긴장감이 풀린 결과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트레이서’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그는 “대본 처음 봤을 때 첫인상은 기획의도부터 대본까지 빽빽하고 권수도 상당했다. 그 말은 즉 배우로서는 고생길이 훤하다는 이야기”라고 시원하게 웃으며 “외워야 할 것, 해야 할 것도 많아 보였지만, 이런 웰메이드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배우로서의 사명감에 문제가 있다 싶었다.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트레이서’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회상했다.
황동주는 ‘특유의 뻔뻔함’과 ‘똘끼’로 설명되는 인물이었다. 임시완은 황동주에게 ‘아재들 잡는 핏덩이’라는 키워드를 씌웠다. 똑똑하지만 악한 국세청 고위 간부들과 싸우면서 그들의 방식으로 대사를 이어가는 건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의 전환을 했다고. 임시완은 “오히려 아저씨들이 쓰지 않을 법한 언어로 어린아이들과 싸우는 모습 보면 유치해 보이지 않나. 그런 걸 활용해야겠다 싶었다”면서 “말을 어렵게 하면 알아들어도 ‘모르겠는데요?’하고 받아치는 게 어려운 말을 구사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트레이서’는 시청자는 물론 배우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국세청’을 배경으로 했다. 전직 국세청 종사자들에게 자문했고, 국세청 탐방도 했지만, 결국 ‘국세청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경험자의 말이 힌트가 됐다.
황동주의 트레이드 마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 캐주얼한 의상, 그리고 복슬복슬한 파마머리가 있었다. 며칠 동안 감지 않은 머리, 감지 않아도 티 나지 않을 법한 머리, 영상으로만 봐도 냄새가 날 것 같은 느낌을 의도해 탄생한 스타일이다. 그는 “수트를 빼입은 기성세대, 그 중 나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과 반하는 모습에서 더 통쾌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의도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트레이서’가 철저히 오락용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교훈이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가지지 않았죠. 동주가 ‘권선징악’의 대상은 아니잖아요. 동주 역시 티 없이 깨끗한 사람은 아니니, 안티 히어로물이라 생각했죠. 어떤 부분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을까 돌이켜 본다면 악을 악으로 대하는 것, 내가 하지 못하는 행동에 거리낌 없는 동주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셨을 거라 생각해요.”
‘아재 잡는 핏덩이’ 황동주는 거침없었다. 매 순간이 촌철살인이었고, 황동주에게 당하는 상대방은 무안하리만큼 창피한 순간들을 마주해야 했다. 탈세자들에게는 가차 없이 철퇴를 휘둘렀다. 극 중 현금을 감춰둔 기둥을 망치로 깨부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임시완은 “연기하며 나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어른들이 공포감을 조성하면, 되바라지게 반론을 제기하면서 통쾌함을 많이 느꼈다”고 답했다.
잘 나가는 회계사에서 무려 5급 공무원에 합격해 국세청 팀장 자리에 올랐다. 임시완은 인물의 행동과 의상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과거 회계사였던 황동주는 자신이 잘 나가는 사람인 거 알고 능력에 자신감도 있고, 능력도 있었다”면서 “정의감보다는 일로 성취하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감 넘치고 능글맞으면서도 유려하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했다. 반면 조세 5국 팀장 황동주에 관해서는 “완전히 반대로 표현하려 하지는 않았다. 복수에 이를 갈고 복수심에 매몰된 사람으로 보이진 않게 했다. 그런 톤을 그대로 표현하면 복수심을 들킬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처럼 하려 했다. 회계사가 진짜였다면 국세청은 연기하는 동주의 모습이라 생각하면서 표현했다”고 비교했다.
황동주는 인태준 역의 손현주, 류용신 역 이창훈, 이기동 역의 이규회 등 국세청 고위 간부들과 재계 인물들을 코너에 몰아넣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비상한 두뇌와 유려한 언변으로 상황을 극복해갔다. 다양한 인물들과 만나며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 캐릭터가 누구였는지 물었다. 임시완은 “시청자 입장에서 어떻게 이렇게들 연기를 잘하실까 생각하면서 시청했다”고 감탄하며 “특히나 인상 깊었던 건 류용신 역의 이창훈 선배님”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말 크게 감명받았다. ‘저 연기는 내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어쩜 완벽하게 그 인물 자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어간이나 음정의 길이까지도 그 사람 자체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연기였다. 내가 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정말 대단했다”고 추켜세웠다.
‘트레이서’를 성공리에 마친 임시완은 개봉을 앞둔 영화 ‘비상선언’으로 또 한 번 칸의 레드카펫에 나섰다. 올 초 개봉 예정이던 ‘비상선언’은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 영화 ‘보스턴 1947’,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호평이든 혹평이든 관객의 반응을 받아야 성장할 수 있는데, (상황이) 아쉽다. 어서 영화 시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플럼에이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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