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갑지 않은 성격에 표현 방법조차 잘 몰랐다.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다. 올해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세리머니를 펼쳤고, 공개적으로 진심을 드러냈다. 프로야구 삼성 외야수 구자욱(28)은 “아직 서툴지만 더 잘하겠다”고 고백했다.
구자욱은 올해 삼성 팬들에게 잊지 못할 몇 가지 장면을 선물했다. 지난 10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 창원 NC전(11-5 승리)이 대표적이다. 2타점 3루타를 터트린 뒤 팬들을 향해 가슴을 몇 차례 세게 치며 포효했다. 팀의 1위 여부가 달린 중요한 경기서 가장 크고 멋진 세리머니를 펼쳤다.
시즌 종료 후에는 개인 SNS에 자필로 편지를 적어 올렸다. ‘경기만 하기 바빴던 지난날들과 달리 같이 기뻐하고 같이 응원하고 같이 안타까워하고 같이 기도하던 팬분들의 마음이 그라운드 안에서 제 가슴을 뜨겁게 뛰게 했다. 팬분들과 함께할 삼성라이온즈의 더 큰 영광을 준비하겠다’ 등의 내용이었다.
구자욱은 “사실 마음속으로는 늘 표현하고 싶었는데 낯가림이 심하고 성격도 따라주지 않아 부담스러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 관중석에서 팬의 입장이 돼 야구를 보는데 선수들의 플레이, 세리머니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팬분들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모습이라는 것, 선수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때 스스로 돌아보며 그동안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도 기회가 된다면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런 부분들을 보여드리려 했다”며 “부족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실력으로 뒷받침했다. 총 139경기서 타율 0.306(543타수 166안타), 22홈런 88타점 107득점 27도루를 기록했다. 리그 득점상 타이틀을 따냈다. 2015년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팀은 올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플레이오프서 두산에 패해 가을야구를 마감했으나 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구자욱은 “선수들 모두 더 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잘 싸워줬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로 뭉쳐 희망을 본 것 같다. 팬분들께서 응원해주셔서 큰 힘이 났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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