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들 친환경 상품 속속 출시…금투업계도 탄소배출권 ETF 거래

[세계비즈=오현승·주형연 기자] 주요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공식 선언 이후 친환경 경영활동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개인과 기업 고객의 친환경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관련 금융 상품 출시하는가 하면 그린본드(녹색채권) 발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녹색금융 전담조직을 두는 정책금융기관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그린본드 발행 잰걸음…친환경 사업 지원 박차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5월 1100억 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국내 금융지주사가 그린본드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린본드는 조달자금의 사용목적이 친환경 사업 지원에 한정된 특수목적채권이다.
앞서 KB금융 내에선 지난 3월 KB국민은행과 KB증권이 각각 1000억 원, 1100억 원의 그린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친환경 분야에 자금이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린본드 발행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KB금융은 그린 부문을 포함한 ESG 선도 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실질적인 ESG경영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2000억 원 규모로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우리은행은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된 형태의 원화 ESG채권을 지난 5월 3000억 원 규모로 찍었고, 9월 하나은행도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한 형태로 6억 달러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조달된 자금은 그린본드와 소셜본드(사회적채권)가 결합된 형태로 국내외 친환경 사업 지원 등에 쓰인다.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녹색금융 전담조직 신설 및 개편 바람도 거세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 정책·녹색기획부문 산하에 녹색금융, 한국판뉴딜 분야에 관한 전략을 수립할 ‘ESG뉴딜기획부’를 신설 편제했고, 같은 달 수출입은행은 ‘신재생에너지산업팀’, ‘전기전자산업팀’, ‘미래모빌리티산업팀’ 등 녹색산업 금융지원을 위한 조직을 새로 꾸렸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6.5%에 불과했던 정책금융기관의 녹색분야 자금지원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약 13% 수준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친환경 금융상품 출시 줄이어
주요 금융회사들은 친환경 관련 금융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3월말 출시한 ‘NH친환경기업우대론’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녹색 성장에 기여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운전 및 시설자금을 지원하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성평가 우수기업 및 녹색인증(표지인증)기업에 대해서는 ESG 환경경영 기여도에 따라 최대 1.5%포인트 금리우대와 함께 추가 대출한도를 제공한다. 지난달 기준 누적 취급액은 1조 7887억 원, 취급건 수는 979건에 이른다.
이 밖에 KB국민은행은 고객의 상품 가입액의 일정 부분을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배출 감축 활동에 사용하는 ‘KB그린웨이브 1.5℃ 금융상품 패키지’, 하나은행은 지난달 친환경차 구입 시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친환경차 전용 상품 ‘EV오토론’을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이니셔티브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의 창립 서명 기관으로 참여하는 곳도 있다. NZBA 가입 금융사는 대출, 투자 등 보유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만들기로 합의하고 오는 2030년부터 5년마다 중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국내에선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이 지난 4월 UN 주도 하에 설립하는 NZBA에 이름을 올리면서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금융지원을 늘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방금융그룹 중에선 최근 JB금융그룹이 NZBA에 가입을 마쳤다.
◆금투업계 탄소배출권 활성화 온 힘
글로벌 탄소중립 시계가 빨라지자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자산운용사들은 탄소배출권 ETF(상장지수펀드) 출시에 나섰다. 그 동안 탄소배출권 선물을 직접 보유해 배출권 가격을 추종하는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KRBN’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난 9월엔 삼성·NH-아문디·신한자산운용의 탄소배출권 ETF 4종이 유가증권 시장에 공식 상장했다.
탄소배출권이란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과불화탄소·수소불화탄소·육불화황 등 6대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일정 기간 동안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개별 국가에 부여하며, 주식이나 채권처럼 거래소 및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면 배출권 거래제 할당 대상 업체들은 할당받은 배출권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확보한 배출권만큼 상쇄할 수 있고, 배출량이 적은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이에 공급처가 제한적이던 탄소배출권 공급자들이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배출권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돼 시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혜진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위원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기업이 탄소배출 감축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탄소배출권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금융계, 산업계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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