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빈센조’ 송중기는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중시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공들여 촬영하는 제작진을 대표해 그가 꼭 가지고 가야 할 마음가짐이라 여겼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랐고, 그의 바람대로 ‘빈센조’는 금가프라자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그리며 통쾌한 결말을 맞이했다.
지난 2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는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당과 싸우는 정의구현기를 그렸다. 마피아 콘실리에리로 빈센조로 분한 송중기는 박재범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도 설득력 있는 빈센조를 완성해냈다. 액션, 코믹, 로맨스까지 거침이 없었다.
3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송중기는 ‘빈센조’ 종영의 아쉬움을 전하며 작품, 동료, 제작진에 관한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빈센조’는 매회 ‘빈센조’라는 커다란 세 글자로 엔딩을 장식했다. 최종회에서는 ‘끝’이라는 자막으로 대신했다. 송중기는 “넋 놓고 마지막 회를 보고 있다가 모든 배우, 스태프가 나오는 엔딩 크레딧 영상을 보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러다 ‘끝’을 보니 감독님께 서운하더라. 지금 당장이라도 21부 대본을 들고 촬영하러 가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송중기에게 ‘빈센조’는 유독 보내기 싫은 작품이다. (인터뷰①에 이어)
‘빈센조’ 출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도 있었다. ‘박재범 작가= 코미디 작품’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 본 적도, 잘 하지도 않은 장르이기에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고 했다. 코믹 분위기를 참고하기 위해 주성치 영화나 ‘쿵퍼허슬’, ‘소림축구’ 등 결이 비슷한 영화를 참고했다. 세팅해 놓은 인물들의 관계나 사회 풍자, 그리고 코미디적인 부분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미디를 떠올렸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금가프라자 사람들에게 ‘금이 없다’는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다. 송중기는 “금이 없다고 말하며 눈물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대본 보며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께서 코미디라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접근하라고, 진짜 울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시더라. 결과적으로 감독님 말씀이 맞았다”고 돌아봤다.
작품을 마친 지금도 코미디는 여전히 그에게 숙제로 남았다. 만족스러웠던 신은 없다며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자신의 연기에 10점 만점에 5점을 준 송중기는 “코미디를 처음 해봐서 부족함을 느꼈다. 다양한 장르를 오갔는데, 많이 해봤던 장르가 있어 도움이 되긴 했지만, 코미디 장르에 부담감 커서 그런지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 안 들더라”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에 출연한 ‘빈센조’ 출연자들을 송중기를 ‘송반장’이라고 칭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끈끈함이 느껴질 만큼 웃음이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송중기는 ‘빈센조’가 원톱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담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시놉시스부터 금가프라자 사람들과의 시퀀스가 보였어요. 17부에 금가 프라자 사람들이 가게 문을 닫고 빈센조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 나와요. 희수역을 맡은 이항나 배우가 빈센조를 꼭 안아주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고 실제로도 너무 끈끈해서 어떻게든 그 장면을 잘 살리려고 아등바등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모니터실에 가보니 몇몇 스태프는 울고 있었죠. 빈센조가 금가패밀리의 리더가 돼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도 저를 리더로 바라봐주시니까 과연 이 선배님들, 동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주인공의 깜냥이 있나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하기 어려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홍차영 역의 전여빈과의 동지애는 로맨스로 꽃 피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두 배우의 합은 더 쫀득해졌다. 송중기는 “(전)여빈 씨가 유독 잘 따랐고, 그래서인지 도움을 많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 주인공으로 나선 전여빈을 보며 과거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고. “천성이 배려심 많은 친구다. 더 도와주고 싶었고 같이 의논하면서 잘 따라와 줬다”고 칭찬했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송중기 예찬론을 펼친 후배 곽동연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곽동연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 그의 리얼한 반응이 웃음을 자아냈다. “꼰대가 될 것 같아서 나이 이야기는 안 하려 했다”고 웃음을 터트린 송중기는 “동연씨가 연기하고 고민한 흔적들이 보였다. 평소 대화하는 걸 봤을 때는 나와 비슷한 나이겠구나 생각했는데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너무 어린 친구더라”고 말했다. 애드립 하나조차 고민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배우였다. “처음 만나는 동료라 마냥 예뻤고, 부럽고, 표현력이 질투 나기도 했다”면서 “너무 열심히 하고 잘해서 더 잘 될 친구 같다”고 언급했다.
극 중 민성(김성철)과의 브로맨스도 장안의 화제였다. 김성철은 송중기가 직접 섭외한 배우였다. 그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끝내고 쉬고 있던 성철씨에게 직접 특별 출연을 부탁했다. 특별 출연치고는 분량이 많았는데 흔쾌히 도와줬다. 두고두고 갚을 일이 많을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예고 없이 등장한 20부신은 원래 대본에도 없던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연락해 출연을 부탁했던 터라 죄수복을 찾기 위해 의상팀이 분주했다고. “성철씨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입었던 죄수복 사진을 찍어 보내주더라고요. 그 정도로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 너무 예뻤죠. 남자들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왜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 지 잘 모르겠지만 얼떨떨하면서 기분은 좋았어요.”
‘빈센조’는 송중기의 수려한 외모를 마음껏 발산할 기회였다. 전작인 ‘군함도’, ‘아스달연대기’, ‘승리호’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성균관 스캔들’의 여림 도령을 오마주한 장면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한껏 달궈 놓았다. 쏟아지는 외모 칭찬에 머쓱한 미소를 지은 송중기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나도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유독 이번 작품에 외모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 같아요. 가끔 팬들이 회사에 메일 보내는 걸 보면 ‘때꾸정물 나오는 역할만 맡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작품에 끌려서 출연했는데, 이상하게 결과가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번엔 팬들이 더 좋아해 준 것 같고요. 웬일로 멀끔하게 나오지 싶어서요. 여림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박 작가님이 센스 있게 녹여주신 것 같아요. 다시 만나서 반갑고 저 역시 재밌게 표현하고 싶었죠. 저도 즐기면서 찍었어요.”
‘빈센조’는 진지하면서도 통쾌했고, 감동적이다가도 이내 코믹해졌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그렸다. 재치 넘치는 순간과 대사들이 시청자를 웃고 울게 했다. 송중기는 그 중심에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빈센조를 연기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얼굴이 있었냐는 물음에 송중기는 “37년간 똑같은 얼굴을 보고 살았다. 새로운 건 없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새로 알게 된 모습보단 새로 깨달은 점이 많은 작품이다. 송중기는 또 한 번 ‘코미디’를 짚으며 “내겐 ‘코미디’가 엄청난 화두였다. 코미디 잘하는 선배님, 동료 배우들과 합을 맞추면서 그분들은 누군가를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코미디에 접근한다는 걸 알았다. 박재범 작가님의 코미디는 권위 있는 인물이 망가질 때 시작된다. 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의도를 듣고 접근법을 깨달았다”고 의미를 찾았다.
현실과 맞닿아있지만, 현실적이지만은 않은 전개도 박재범 작가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했다. 더욱이 마피아 본능을 드러내는 빈센조의 순간순간마다 김희원 감독의 연출력이 빛났다. 무게감과 톤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빈센조’의 완성도를 높였다.
시청자의 반응도 찾아봤다. “너무 과하게 코미디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도 보고 재밌다는 반응도 봤다”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이렇게 다크한 건 처음이라는,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반응을 꼽았다.
“결이 맞는 작가님과 연출 잘하는 감독님을 만났을 때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래서 좋은 연출 만나는 게 복이라고 하나 봐요.(웃음) 제 안의 새로운 모습을 꺼냈다기보다는 제가 조금 더 마음 놓고 (연기)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셔서 아닐까요.”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하이스토리 디앤씨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