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손바닥에 자석을 붙여놓은 것일까. 림에 맞고 튀어나온 공이 모두 손에 달라붙는다. 신장 2m가 넘는 센터끼리 몸싸움을 하면 그 옆에서 다시 루즈볼을 줍는다. 센터들과 머리 하나 차이 나는 신장 193㎝, 그래도 가드 정창영(32·KCC)은 누구보다 강한 빛을 내뿜었다.
KCC는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DB와 홈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92-97로 패했다. 지난달 17일 창원 LG전 패배 이후 3연패. 시즌 10승7패로 오리온, SK 등에 공동 1위 자리를 내줬다. DB는 지난달 19일 원주 KT전부터 이어진 연패를 끊고 시즌 5승(13패)째를 신고했다.
아쉬운 패배에도 KCC가 웃는 이유가 있다. 정창영의 손끝이다. 이날 정창영은 29분19초를 뛰면서 13득점 9리바운드 1도움을 수확했다. 라건아(14개)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리바운드를 솎아냈다. 공격리바운드는 5개로 라건아와 같다. 세컨드 찬스에 의한 득점이 KCC는 20점, DB는 9점이었다. 야투(2점슛+3점슛) 시도 횟수도 KCC는 80회, DB는 77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창영의 리바운드가 ‘슛을 더 쏠 수 있는 기회’를 팀에 안겼다. 아쉽게 패배했지만 미묘한 차이를 만드는 힘은 정창영의 손에 있었다.
30대 중반인 정창영은 프로 생활 내내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 지난 2018년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정아와 결혼한 게 이름이 알려진 계기였다. 지난해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을 때에는 은퇴를 고민했고, 장고 끝에 KCC 유니폼을 입을 때에도 관심 밖이었다. KCC 베스트 5를 떠올려 봐도 라건아, 이정현, 송교창 등을 제외하고 정창영의 이름을 먼저 언급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높은 센터들 사이에서도 부지런히 점프를 뛰고, 김지완과 함께 공 운반도 담당한다. 기록이나 수훈선수 등 눈에 띄는 일은 없지만 KCC 농구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정창영의 진짜 가치가 드러난다. KCC에서 두 번째 시즌, 항상 모른체 지나갔던 정창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금 같은 역할로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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