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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의 애틋한 작별 인사 “한화 선수여서 행복했습니다”

입력 : 2020-10-22 17:14:22 수정 : 2020-10-22 18: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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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대전 이혜진 기자] “한화는 내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수없이 드나들던 길이었다. 유니폼 대신 양복을 입었지만 담담한 표정은 평소 그대로였다. 그러나 2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한화이글스 김태균입니다” 한 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숱한 감정들이 북받쳐 올라오는 듯했다. 어쩌면 다시는 하지 못할 인사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 봐도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렇게 김태균(38·한화)의 은퇴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김태균은 떨리는 목소리로 “20년 동안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셨던 팬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김태균이 현역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2001년 한화에 입단한 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2010~2011시즌)에서 뛴 이력을 제외하곤 줄곧 같은 유니폼만을 입었다. 구단주 김승연 회장에서부터 이글스를 빛낸 사장들, 감독들, 코칭스태프,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까지. 돌이켜보면 감사한 분들 뿐이다. 김태균은 “한화에 입단해 꿈을 키웠고 이뤘다. 한화 선수여서 행복했다. 언제나 한화는 나의 자존심이었고 자부심이었다”고 팀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1년 계약을 체결한 것도 스스로 친 배수의 진이었다. 납득하지 못하는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결단을 내리리라 다짐했다.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한 것은 물론이다. 김태균은 “주변에선 그냥 야구를 잘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초등학교 2학년 아무것도 모를 때 시작해 야구마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우타자로서 KBO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굵은 족적을 세웠다. 그러나 김태균은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우승반지를 끼지 못한 한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항상 새 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면서 “후배들이 제가 이루지 못한 우승이라는 꿈을 이뤄줬으면 좋겠다.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이 아님을 매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가장 그리운 것은 역시 팬들의 함성소리일 터. 별명도 유독 많았다. 김태균은 “안 좋은 별명들도 많았지만 재밌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도 많이 웃었다. 이제는 그런 별명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다”며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엔 김질주(김태균+질주)라는 별명이 맘에 들었고, 이후엔 한화의 자존심이라는 말이 좋았다”고 전했다. 끝으로 “어떤 식으로든 팬들에게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전에는 그런 것들을 많이 못 느꼈는데, 팬들에게 잊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아쉬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심장 김태균이 현역생활을 마무리한다. 사진은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태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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