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러시아)와 토니 퍼거슨(36·미국)의 만남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 달 전만 해도 서로 으르렁거리던 하빕과 퍼거슨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동종업계 종사들로부터 ‘도망자’라는 비난을 받았던 하빕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도전자 한 명을 떨어트렸다. 퍼거슨은 다시 몇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매치’라는 별칭까지 붙은 둘의 맞대결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퍼거슨이 하빕을 응원해야 하는 처지다.
하빕과 퍼거슨은 지난달 중순 UFC 249 메인이벤트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이 꼬였다. 미국 내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하빕이 안전상의 이유로 이벤트에 출전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러시아로 복귀했다. 결전이 취소되자 UFC 사무국은 대회 강행을 위해 저스틴 게이치(32·미국)를 하빕의 대체자원으로 낙점했다. 메인이벤트 승자에게는 하빕과 벨트 쟁탈전을 열어주겠다고 열매까지 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퍼거슨은 이제 하빕을 응원해야 한다. 지난 10일 퍼거슨이 5라운드 3분 39초 만에 TKO 패하면서 하빕과의 결전 우선권은 게이치가 차지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도 “잠정 챔피언은 게이치”라고 말하면서도 하빕과의 매치업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퍼거슨이 하빕과 맞붙기 위해서는 하빕이 게이치를 꺾고 그대로 챔피언 자리에 앉아있어야만 가능하다. 한 달 전만 해도 하빕과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을 상대였던 퍼거슨이 이제는 하빕을 응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퍼거슨과 하빕의 만남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둘은 앞서 다섯 차례나 맞대결이 불발됐다. 각자 두 차례씩 부상을 당하면서 네 번이나 매치업이 무산됐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섯 번째 매치도 꼬였다. 챔피언과 도전자라는 위치는 이제 챔피언, 그리고 맞대결을 기다리는 도전자 중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이제 막 경기를 마친 퍼거슨은 안와골절 부상 회복에 전념할 예정이다. 뼈가 붙기까지 몇 달이 소요될 전망인데 아직 정해지지 않은 하빕과 게이치의 매치까지 기다려야 한다. 퍼거슨이 하빕을 만나기 위해서는 약 1년을 기다려야 한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UFC SNS
사진설명: 게이치에게 일격을 당한 퍼거슨(오른쪽)이 이제는 하빕을 응원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진은 퍼거슨이 게이치의 킥을 피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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