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틀을 유지할까. 아니면 깰까. 우여곡절 끝에 프로야구 2020시즌 개막을 움켜쥔 KBO리그가 144경기 체제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개막일 확정 여부를 논의한다. 일단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5월 개막이 유력하다. 관건은 구체적인 개막 날짜로 쏠린다. 개막 날짜 설정에 따라 144경기 체제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어느덧 안정권을 향해 가고 있다. 급증했던 확진자는 열흘 전 처음으로 20명대에 진입했고, 지난 19일 0시 기준 처음으로 확진자 한 자릿수(8명)에 돌입했다. 20일 0시 다시 13명으로 늘어났지만, 서울에서는 0명이 발생한 만큼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마지막 노력을 당부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친 지난 19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재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5월5일까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제한을 완화하겠다”며 “특히 실외 스포츠는 무관중 등으로 위험도를 낮춘다면 가능하다”라고 전달했다.
개막일 결정을 두고 고심하던 KBO리그도 탄력을 받는다. 다만 애초 정부가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한다는 가정하에 세웠던 5월1일 개막은 다소 어려워졌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부분적 완화를 결정했고, 이후 추세를 체크한 뒤 생활방역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호흡하며 조율해 온 KBO도 개막일을 조금 더 뒤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
진짜 고민은 여기서 시작한다. 개막일을 서둘러도, 더 뒤로 미뤄도 5월 중 개막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구체적인 개막일 설정에 따라 144경기 체제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여기서도 현장과 데스크의 의견이 갈린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감독들은 축소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의 A 감독은 “애초 개막일에 맞춰 몸을 만들었던 선수단의 생체 리듬이 잠정 연기로 인해 바뀌었다. 특히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 다시 몸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시점에서 촉박하게 144경기를 치르면 어쩔 수 없이 무리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부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무관중 경기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KBO 사무국과 구단 프런트는 일정을 축소할 경우 부수적인 제반 사항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하므로 144경기 체제 유지에 가닥을 잡고 있다. KBO의 경우 중계권, 광고 등등 144경기에 맞춰 도장을 찍은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지방구단 관계자는 “리그를 축소할 경우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다”라며 “무엇보다 선수와 맺은 계약서가 고민이다. 인센티브와 관련한 부분이 모두 144경기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경기 수가 줄어들면, 이에 따라 다시 협상하고 계약서를 갱신해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금전적인 부분은 구단과 선수가 서로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이는 후차적이다. 일단 계약서 자체는 명확하고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개막 전까지 이처럼 서류상의 문제를 다 처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수학 문제처럼 명확하게 나오는 해답을 찾기 위해 증명해가는 과정이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공통의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희생과 배려를 동반해야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과연 KBO는 어떤 해답을 만들어갈지 시선이 쏠린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뉴시스
개막이 임박한 KBO리그에서 144경기 체제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사진은 훈련을 하고 있는 LG트윈스 선수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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