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연기는 하나의 소통 방법인 것 같아요. 연기를 통해서 자신이 겪지 못한 일을 경험하고, 시청자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죠. 감정의 소통.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연기 아닐까요.”
안효섭에게 ‘낭만닥터 김사부2’는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가진다. 높은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고, ‘배우 안효섭’을 재조명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나아가 스스로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우진의 성장만큼 배우 안효섭의 성장도 돋보였다. 초반 안효섭을 향한 의구심을 지우고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첫 의학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음과 동시에 배우로서 한 단계 나아가는 귀중한 작품이 됐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는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2016년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로 안방극장을 찾았고, 전국 시청률 27%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 중 안효섭은 외과 펠로우 2년차 서우진을 연기했다. 가족 동반자살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비극으로 세상에서 존재를 부정당하던 서우진은 김사부(한석규)를 만나 진짜 의사로 거듭났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기다려온 시청자로서 자신을 향한 걱정어린 시선을 당연하게 바라봤다. 종영 후 스포츠월드와 만난 안효섭은 “나 또한 시즌1의 애청자로서 걱정이 많이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작진, 심지어 배우들도 똑같은 상황에서 과연 지난 시즌 배우들의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부담을 느꼈다.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스태프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자신감을 쌓아갈 수 있었다. “우진이처럼 성장하는 경험을 시청자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그는 “(시청자가) 진심으로 믿어주는 게 느껴져서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런 걸 전문 용어로 ‘개멋부린다’고 그러지. 다른 말로는 낭만이라 그러고.”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에서 김사부가 내뱉는 대사다. 누군가는 잘난 척이라 손가락질하고, 누군가는 오글거린다며 손사래 치기도 한다. 현실보다 이상을 택하고,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돌담병원의 ‘낭만’이었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가슴 따뜻한 사연을 통해,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신념을 통해 낭만을 그렸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렇게 안방극장에 낭만을 들여놓았다.
안효섭은 “모두 자기만의 낭만을 찾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낭만을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는 그는 “‘낭만’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믿고자 하면 믿어지는 그것. 어떤 어려움에 직면한다 해도 낭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고 했다. “결국 믿고 안 믿고의 차이”라고 설명하며 “낭만은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다. 주도적으로 찾으려 노력하면 비로소 보일 수 있는 거다. ‘낭만닥터 김사부2’를 통해 낭만적으로 사는 방법을 배웠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작품 속에서 낭만적인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여원장(김홍파)이 존엄사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고. 안효섭은 “죽음에 맞서는 상황이었지만, 달리 보면 여원장님의 선택이자 여원장님만의 낭만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고 이유를 찾았다. “한국에서는 자주 다뤄지지 않은 존엄사를 여원장의 이야기와 접목해 죽음의 다른 면을 보여준 것 같았다”며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였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준비하며 안효섭은 큰 틀을 토대로 상상 속 우진의 삶을 만들어나갔다. 사람을 대할 때 벽을 두는 우진의 성격, 말투 하나하나를 상상하며 구체화 시켰다. 그리고서 의사 서우진에 접근했다.
“펠로우 2년 차는 적어도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의학을 공부해야 해요. 반면 저는 2개월의 준비 기간이 있었죠. ‘흉내라도 잘 내보자’를 목표로 실제 병원에 찾아가서 의사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어떤 심리를 가지는지 공부했죠. 집에선 생고기를 가르고 꿰매며 연습했어요. 가장 우려했던 점은 실제 나와 우진이의 나이 차였어요. 혹여 의사로서의 무게감이 안 느껴지면 어쩌나 걱정했죠. 의사가 어떻게 말하는지, 영상을 많이 참고했어요. 응급상황엔 더 침착하고 차분하다시더라고요. 덩치도 있어야 어른스러워 보일 것 같아 몸도 키웠죠.”
시즌1의 열렬한 애청자로서 자신이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안효섭. 그는 “합류 소식을 듣고도 믿지 못했다. 한석규 선배님과 연기한다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았고, ‘돌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했다”고 눈을 빛냈다. 출연에 앞서 감독은 그와 만나 ‘네 안에 우진이의 모습이 있다’는 말을 건넸다. 안효섭 역시 그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우진이는 누구의 지원도 없이 고군분투해서 살아남았어요. 그 경험으로 인해 세상에 두꺼운 벽을 가지고 있죠. 행복을 믿지 않고 시니컬한 인간관계를 가져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제 모습이 연상됐죠. 저 또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선을 확실히 지키고 경계도 확실히 하는 편이에요.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기도 하죠. 우진이의 고독함 같은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첫 메디컬 드라마. 장르 특성상 유창한 의학 용어는 필수였다. 1단계는 이해, 그다음은 주구장창 연습만이 살 길이었다. “줄줄 나올 만큼 충분히 연습하니 되더라”고 말했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캐나다 국적의 그의 능숙한 영어 실력 때문이다. 네이티브 발음을 콩글리시로 바꿔야 했다. “용어를 외우는 어려움보다 발음 바꾸는 것이 더 어려웠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으로 웃음을 안겼다.
안효섭이 생각하는 ‘낭만닥터 김사부2’의 흥행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로 꼽은 건 ‘낭만닥터 김사부2’를 기다려 준 시즌1의 애청자. 둘째는 유인식, 이규복 감독과 강은경 작가의 재결합이다. 그는 “너무 훌륭한 감독, 작가님의 작품을 평소에도 많이 찾아봤다. 이분들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몫을 한 것 같다. 그리고 한석규 선배님이 중심을 잡아주신 것도 큰 이유”라고 짚었다. 메디컬 드라마지만 휴먼, 로맨스 장르가 모두 섞여 있었다. 그 중심을 잡은 건 김사부(한석규)였다. “한석규 선배님이 아닌 ‘김사부’는 상상도 안 될 만큼 잘 이끌어주셨어요. 다른 조연 선배님들, 모든 배우의 맹활약이 더해졌죠. 저는 숟가락만 얹은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연출도, 배우들의 열연도 눈부셨다. 두 시즌 연속 대성공을 거둘만한 웰메이드 작품이었다. 자유로운 현장 분위기가 작품을 뒷받침했다. 안효섭은 “다시 뭉친 ‘김사부’ 팀은 남다른 애틋함이 있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더 많은 의견이 오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더 거리낌 없었고, 서로를 존중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글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뭉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데뷔 5년 차. 2015년 첫 드라마 데뷔작 ‘퐁당퐁당 러브(LOVE)’(2015)를 시작으로 ‘한 번 더 해피엔딩’(2016), ‘가화만사성’(2016), ‘딴따라’(2016)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로 주연 대열에 올랐고, ‘어비스’(2019), ‘낭만닥터 김사부2’까지 열일 또, 열일했다. 자신을 바라봤을 때도 쉴 틈 없이 성실하게 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작품 하나하나를 경험하며 나 또한 성장하는 걸 느꼈다”는 그는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의 모습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찾았다.
평소 자신에게 칭찬보단 채찍질하는 편이지만 이제 조금 칭찬해줄 때도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낭만닥터 김사부2’의 영향으로 낙천적인 성향을 배웠다. 나 자신을 너무 낮추지 않고 잘 해오고 있다고, 더 열심히 하자고 북돋워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배우 안효섭에게도, 인간 안효섭에게도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연기를 해도, 대화를 해도, 그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확신을 가졌는가 아닌가에 따라 전달되는 힘이 다르더라고요. 겸손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어느 순간이라고 딱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선배님들의 연기와 감독님의 디렉팅에서 자기만의 뚜렷한 주관이 멋있어 보였어요. 자신감이 있어야 시청자에게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촬영장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됐죠.”
그는 “연기는 하나의 소통 방법”이라고 짚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을 시청자와 소통하는 중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낭만을 찾는 법을 배웠다. 시청자의 호평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니 토닥토닥 해주고 싶지만 절대로 만족하진 않을 거예요. 더 발전할 수 있는 자극으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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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삼화네트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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