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K-뷰티를 넘어 K-메디컬이 세계인을 매혹하고 있다. 2020년 서울은 이제 명실상부 세계적인 ‘메디컬 휴양지’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의료관광 하면 ‘중국인 성형관광’을 떠올린다면 트렌드에 뒤쳐진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를 찾는 동남아·러시아 환자는 물론, 특히 중동 지역의 의료관광객이 부쩍 늘어났다.
중동 의료관광객의 대다수는 왕족과 신흥 부유층이다. 중국·러시아 의료관광객이 대체로 입국 후 의료비에 평균 199만원을 지출하는 데 비해 중동 관광객은 2300만원을 쓴다. 무려 12배 이상 차이가 나는 ‘큰 손’이다.
특히 중동 지역 환자들은 특유의 ‘오일머니 파워’를 자랑하는 만큼, 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사를 주치의로 두고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굳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오는 이유는 바로 ‘한국 의료만의 경쟁력’ 때문이다. 한국의 의료는 기술이 뛰어난 것은 물론, 병원 스태프들이 놀라울 정도로 친절하면서도 비용까지 합리적이다.
머나먼 이국 땅까지 찾아오는 중동 의료관광객의 대다수는 의료관광 스타트업 ‘하이메디’를 통해 한국 땅을 밟는다. 이 회사는 의료 서비스는 물론 환자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종합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는 2011년 혼자 중동 의료관광 사업을 이끌며 지난해 60억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중동 의료관광객들은 대부분 하이메디를 통해 병원을 찾는다. 이정주 하이메디 대표의 고군분투기를 들어봤다.
-중동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본래 드라마PD를 하다가 영상 프로덕션 창업을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로부터 한국의료를 중동에 홍보하는 사업을 맡게 됐다. 사업을 통해 ‘중동 사람들이 의료관광을 많이 가는구나’,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진짜 뛰어나구나’ 스터디를 하게 됐다. 특히 한국 의료는 비용이나 기술 면에서 모두 세계적 수준이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한국 의료시장은 중동보다는 중국·러시아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1400~1500여개 의료관광 회사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중국·러시아·일본만 다루고 있었다. ‘수많은 업체들이 왜 모두 차별점 없는 시장에 몰려 있지?’라는 고민에서 사업이 비롯됐다. ‘확실한 중동시장’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중동 시장에 대한 확신은 어디서 비롯됐는지.
“중동은 분명 매력있는 시장이었다. 환자들의 평균 진료비부터 중국인들과 차이가 난다. 환자를 한명 데려 왔을 때 수익성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특히 중국 환자들의 경우 의료관광 체류기간은 보통 10일 안팎인데, 중동의 경우 50일이다. 혼자 들어오지 않고 문화적 특성상 가족들이 함께 4명 이상 동행한다. 시장규모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남들이 잘 모르는 시장에서 먼저 성공하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 등은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동 의료관광객의 경우 ‘22조 큰손’이라고들 한다. 한국을 찾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
“한국을 찾는 중동 환자들은 매년 증가세다. 중동 의료관광객은 매년 약 63만명이 발생하는데, 이들이 쓰는 진료비는 22조 규모가 맞다. 한국에 들어와서 쓰는 진료비 규모는 현재 약 440억 정도다.
한국은 현재 전체 시장의 0.2%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2009년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성장은 해왔지만 아직은 0.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중동 사람들은 대체로 미국·독일·태국을 많이 간다. 이들 국가에서 쓰는 비용은 약 10조원이다. 하이메디의 목표는 중동에서 미국·독일·태국으로 가는 환자를 돌리는 것이다. 0.2%의 비중을 1%로 끌어올리려는 게 목표다.”
-중동 환자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어필하고 있는지.
“다양한 마케팅에 나서는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인플루언서에 관심이 많다. 최근엔 중동의 여러 왕족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바이를 이끌며 UAE 부통령이 될 두바이 왕세자 셰이크 함단 빈 무함마드 알 막툼도 비공식적으로 방한했다. 친척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고 문병하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메디 역시 다양한 왕족 등 중동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의료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사우디 배우·방송인이, 11월에는 유명 여행유튜버 하이파가 한국을 찾았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래퍼와도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유명인들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0.2% 시장을 1%까지 끌어 올리려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부터 심어줘야 한다. 이렇다보니 인플루언서가 중요하다. 영향력이 있는 셀럽과 왕족의 입을 빌려 ‘의료관광 서비스 중심에 하이메디가 있다, 한국에 오면 아랍사람들도 언어문화종교 문제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랍권 문화·언어 장벽이 꽤나 힘들었을 것 같다.
“초기에는 프리랜서 아랍어 통역사를 통해 문제를 개선해왔다. 통역사 분들은 병원에 상주하며 의료관광객의 니즈를 해결하도록 했다. 서비스가 끝난 뒤 환자로부터 피드백을 꼼꼼히 받아 잘 하는 사람과는 계속 일하고, 그렇지 못했던 통역사와는 일하지 않았다.
내 경우 병원 관리는 물론 운전하고 환자를 실어 나르고 몸을 쓰는 일을 도맡아 했다. 현재는 회사 구성원의 80%가 아랍어를 한다. 한국어와 아랍어가 유창한 아랍인도 3~5명 정도 일한다. 아랍 고객센터도 열어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생소한 분야인 만큼 사업 초기에는 힘들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혼자 일하는 것도 그렇지만, 병원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실수도 많이 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데다가 방법도 몰라 무작정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찾아가 커피를 20잔씩 돌리면서 이야기를 터 보려 했다. 담당 교수님을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보이려고 무작정 3~4시간 기다리기도 했다.
일이 잘 되어 기회를 얻게 됐다. 한 대학병원과 계약을 하게 됐다. 당시 레퍼런스가 없으니 병원 입장에서도 회사나 전문성에 대한 파악이 어려웠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하이메디가 성장해서 전문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해야 병원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고 격려해주셨다.
사업 초기, 병원 문화도 잘 모르는데다가 얼마나 실수가 많았겠나. 이를 다 참고 기다려준 병원에 무척 감사하다. 이제는 병원사람들이 ‘혼자 일하던 사람이 직원도 52명이나 되고, 매출도 60억이나 하다니, 같이 성장해서 고맙다’ 우스갯소리도 한다. 무척 감사하다.”
-초기에는 해당 대학병원 한곳과 거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갑자기 사업 규모를 키우게 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하이메디는 2011년도에 시작했다. 2017년까지는 특별한 계기 없이 몸으로 뛰면서 무작정 돈을 벌어왔다. 스타트업이다보니 자금력이나 인력이 부족해 전략을 세워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이 아닌 생계형이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더 절실했다. 본의 아니게 신용불량자로 등재되고, 핸드폰도 20대 후반에 처음 만들어봤다. 이렇게 일만 하다보니 2012년 사업 첫해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다음해 3억 5000억, 이듬해 15억까지 규모가 커지다 최대 25억까지 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규모를 키우기보다 ‘이렇게 쭉 가자’는 마음이었지만, 아무래도 8년간 같은 일을 하다보니 ‘해야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변화를 줘야 할 때다.”
-하이메디의 차별점은?
“중동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서비스는 물론 관련 컨시어지 사업을 시작한 최초의 회사다. 한국을 찾는 중동 환자들이 증가할 수 있었던 계기중 하나가 아랍어 기반 서비스를 잘 제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다보니 병원은 본업인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더 시장을 넓혀갈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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