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김재원 기자] “만담을 아시나요?”
과거 개그 프로그램에서 두 명이 짝을 지어 말로써 웃음을 선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형태의 원형은 ‘만담’으로 재치있는 말솜씨와 언어유희 등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언어예술이다. 대표적으로 대화형 만담이 주를 이루며 주제는 사적인 이야기부터 세상 풍자까지 무한대다.
근원은 고대 규식지희(規式之戲)와 광대소학지희(廣大笑謔之戲)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 시대 고종 때 재담의 대가 박춘재가 1세대로 꼽힌다. 이어 일제강점기 신불출, 광복 이후에는 장소팔이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축된 게 사실이다. 중국의 샹성, 일본의 만자이는 꾸준한 지원과 관심 속에 명맥을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만담을 보존하고 더 나아가 현재에 걸맞게 진화시키는 작업에 인생을 건 이들이 있다. 만담의 전승자이자 부친 장소팔이 세운 만담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장광팔을 비롯해 유대용 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 교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선소리산타령 이수자 이장학, 연극·영화배우 겸 변사 독고랑 등을 만나봤다.

만담의 개관에 대해서부터 알아봤다. 장광팔은 “만담은 재담에서부터 나왔다. 재담 만담 희극, 코미디, 개그로의 흐름이다. 만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장소팔은 민요 만담을 했다. 민요하고 만담이 같이 어우러져서 한 작품이 완성된다.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민요만담은 만담으로 아니리를 맡아 노래가 나오게끔 한 독특한 장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우리나라 만담의 특징에 대해 “중국과 일본의 만담 형식의 경우 노래는 하지 않는데 우리는 배우들이 사람을 모아놓고 웃기고 춤도 춘다”며 “가장 큰 차별성은 노래를 함께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의 만자이와의 차이점은 뭘까. 장광팔은 “신불출이 일본에서 유학 다녀와서 만담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 그것을 본 학자들이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데 엄연히 우리나라 고전문학의 한 갈래다. 일본의 만담은 바보와 똑똑이 역할이 있다.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내 쾌감을 느끼는 게 인간의 본능인데 일본 만담의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만담을 하다가 때리기도 하는데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맞는 사람만 계속 맞는 게 나오는 데 이것이 이지메(왕따)의 원형이다. 우리나라의 장소팔 고춘자의 만담은 서로 골탕 먹일 뿐이지 승자와 패자가 없다. 이를 ‘가위바위보’라고 표현한다. 가위가 보자기를 이겨도 주먹에 지는 물고 물리는 관계”라고 했다.

유 교수는 “우리의 만담은 한 사람 바보 만들기보다는 노래와 말이 같이 가기 때문에 더욱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노래의 민족이다. 모든 것에는 곡조가 있다. 책을 읽을 때도, 심지어 사람이 죽었을 때도 노래를 한다. 또한 우스갯소리를 하되 실없는 게 아니라 사회 풍자를 하면서 교훈적인 스토리가 담겨있다. 과거 지주 양반이 마을 축제를 벌일 때는 사당패를 불러서 만담을 하게 했다. 그 내용이 말뚝이한테 양반이 혼나는 스토리지만 하인들의 스트레스 풀이를 위해 쾌히 승낙하는 배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민요만담의 내용도 다소 바뀌었다. 이장학 씨는 “원래 민요만담은 민중들의 아픔을 대리 만족시켜주는 유희를 비롯해 노동요의 성격이 강했다. 시어머니 욕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도록 빠른 소리로 한다든가 성적인 욕망을 노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과서화되면서 정제되고 사라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만담은 맥이 끊길 위기다. 일본은 도쿄에만 만자이 전용 공연장 150개를 보유하고 있어 크게 대비되는 상황. 이에 장광팔은 “일렬의 행사들을 계기로 시대상을 반영했던 민요만담이 전면으로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에서 맥이 끊기면 맥이 끊긴다. 저도 나이 70대가 다가왔다. 경연대회를 비롯해 현재 웃음과 관련된 전시를 통해 내년부터 민요만담이 전면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는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는 융성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문화제로 등재를 시키는 일환이며, 전통을 살려나가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만담을 직접 보고 느낄 기회도 마련됐다. 지난 11월 29일부터 오는 2020년 1월 5일까지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는 ‘조선인의 웃음_만담(漫談)전’이 열린다.
또한 오는 28일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장소팔극장(인사아트프라자 지하)에서 제 7회 전국 민요만담 경연대회가 부활한다. 장소팔 생전인 2001년까지 진행됐다가 이후 흐름이 끊겼던 명맥을 다시 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jkim@sportsworldi.com 사진=장광팔 제공, KBS1 ‘아침마당’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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