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문학 권영준 기자]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을 알고 있다.”
가을 향기가 불어왔을까. 팬 사이에서 ‘봄 여름 정권 겨울’로 불리는 ‘가을 정권’ 박정권(38·SK)이 돌아왔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짧고 굵게 적시타를 터트리며 최근 침체한 팀 타선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SK 박정권은 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치른 NC와의 홈경기에서 3-1로 앞선 6회말 1사 주자 2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서 우익수 방면 2루타를 터트리며 쐐기점을 올렸다. 그리고 대주자 채현우와 교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은 약 5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누구보다 굵은 활약상을 남겼다.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필요한 활약을 펼쳐 보였다.
사실 박정권은 올 시즌 2군에 머문 시간이 더 길었다. 이날 전까지 1군 출전은 10경기가 전부였다. 마지막 타석이 지난 7월2일 롯데전 대타 출전이 전부였다. 그리고 다시 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가운데 8월 중순 이후 SK 팀 타선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중심 타자인 로맥이 등이 좋지 않은 등 컨디션이 무너지면서 8월 타율 2할 초반에 머물렀다. 이재원, 한동민 등 핵심 타자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전의 매개체가 필요했고, 염경엽 감독은 박정권을 지난 1일 콜업했다.
이날은 콜업 이후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숨 고르기가 필요했을 법도 했지만, 가을 남자 박정권에게는 무의미했다. 정진기를 대신에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은 NC 투수 장현식의 초구부터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나 파울. 그리고 2구째를 그대로 잡아당겨 2루타를 만들었다. 가볍게 당겨친 타구는 1루선상을 따라 쭉 뻗었다.
사실 이날 대타 박정권이라는 경기장내 방송이 나올 때부터 경기장을 찾은 팬은 흥분했다. 뜨거운 함성과 함께 박정권의 이름을 연호했다. 가을이 오고 있고, 그 시기에 맞춰 박정권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흥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박정권은 그 기대에 응답했다.
박정권은 포스트 시즌만 되면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가을 전어로 불린다. 팀 관계자는 “선수 본인도 가을이 되면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특별하게 한다. 팬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집중력까지 살아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정권의 적시타가 신호탄이었을까. 공교롭게 이후 SK는 7회와 8회 대거 5점을 쓸어담았다. 무엇보다 최정의 홈런이 터졌고, 고종욱 김성현 등 상·하위 타선에서 안타가 터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팀 타선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염경엽 SK 감독 역시 "부분적으로 타선이 살아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SK는 가을야구로 향하는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NC를 상대로 8-1로 승리했고, 같은 날 두산이 키움에 패하면서 격차를 4.5경기 차로 벌렸다. 그만큼 박정권의 활약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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