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24·삼성)의 4월은 여느때보다 힘겨웠다. 이제 1군 무대를 밟은 지 3년차, 외야수로 전향하면서 중심타선에 들어섰지만 수비도 공격도 맘처럼 풀리지 않았다. 2할대 타율에 23삼진으로 돌아서며 타격감와 선구안이 모두 흔들렸고, 때로는 미숙한 타구 판단으로 실책성 플레이를 저지르며 상대에게 장타를 내주기도 했다.
이전까지 시즌초 페이스가 가장 안 좋았던 때는 1군 적응에 정신이 없었던 2015시즌, 하지만 구자욱은 “그 때도 힘들었지만, 올해는 더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상대 투수들도 이제 내 약점을 알고 있는데, 나는 너무 실력만 믿고 나태했다. 적극적으로 치는 스타일이라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라는 고백이다.
하지만 5월까지 방망이감을 조율한 이후에는 무섭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6일 기준 타율은 0.302까지 끌어올렸고, 12홈런으로 두 자릿 수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타점(42타점)은 리그 2위에 올라있을 정도다.
구자욱은 이 비결을 ‘이승엽의 조언’으로 꼽는다. 하체가 불안정한 자세로 타석에 들어선다는 진단이었다. “처음에는 조언을 듣고 생각만 해보겠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진짜 바꿔야겠더라”라며 웃던 구자욱은 “이승엽 선배님이 일본에서 잘 쳤던 타자들의 영상을 보내주셨다. 자세를 바꾼 날부터 바로 3안타를 쳐서 자신감을 얻었다. 타석에서는 사실 자세 자체보다는 자신감이 중요한데,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자욱이 언급한 지난달 19일 한화전 이후로만 한정하면 타율은 0.421까지 치솟는다. 올시즌 56경기를 나섰지만 기록한 타점의 절반 이상을 이 16경기 동안 수확했다. 5홈런을 몰아친 것도 같은 맥락, 구자욱은 “아무래도 3번 자리에 있다보니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갔었다. 멀리 보내려다보니 욕심이 앞섰다“라며 “물론 마음은 홈런도 많이 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홈런을 치겠다는 게 아니라 땅볼보다는 뜬공을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다”라고 변화를 전했다.
뒤늦게 시동을 건 만큼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팀 성적도 상승세에 들어선 만큼 자신도 3번타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6일 두산전을 앞두고도 구자욱은 “한참 좋았다가 이제는 떨어질 시기다. 이번주가 시험대다”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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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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