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프로배구 2군제도 도입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발단은 최근 V리그 화두 중 하나인 ‘포지션 변경’이다. 박 감독은 지난 23일 안산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이와 관련해 “팀마다 콘셉트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면서도 “라이트와 레프트를 서로 바꾸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터, 센터 등 다른 포지션들의 이동은 마치 농구선수에게 배구를 시키는 것과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선수 부족이다. 포지션 변경은 선수 개인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팀 전력 상 불가피한 결정인 경우가 많다. 인삼공사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인삼공사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백목화, 이연주를 잡지 못했다. 용병 서맨사 미들본과의 계약도 틀어졌다. 결국 지난 시즌까지 세터로 뛴 한수지를 센터와 라이트로 같이 쓰고, 센터 장영은을 레프트로 옮기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박 감독이 생각하는 대안은 ‘2군제 도입’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단순하게는 선수 규모를 늘려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고, 세부적으로는 ‘육성’에 힘을 주기 위해서다. 박 감독은 “(최근 프로배구를 보면) 나이가 많은 선수도 아직 뛰고 있는 반면, 새로운 얼굴은 별로 없다. 한국 배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감독의 이러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감독은 “내가 한국 배구 전체를 논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예전부터 몇 번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것 같다. 2군 제도를 논의하기에는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박 감독은 “기존 1군 선수들이 사용하는 차, 숙소 등을 함께 이용하면 큰 비용을 들리지 않고도 2군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결국 의지의 차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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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두홍 기자/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23일 안산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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