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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풍경소리] 푸닥거리의 의미

입력 : 2016-07-24 18:17:52 수정 : 2016-07-24 18: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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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푸닥거리라는 말이 있다. 계획했던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농담처럼 푸닥거리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푸닥거리는 신(神)을 영접하는 굿의 한 종류이다. 부정한 일이나 한 맺힌 일이 있을 때 여러 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액운을 풀어내는 굿을 의미한다. 푸닥거리는 말하자면 기도의 한 종류이다. 기도는 하나의 제의(祭儀)로 보는 게 맞다. 푸닥거리처럼 어떤 행위나 의식을 행하면서 치성을 드리는 행위는 기도가 된다.

사람들은 힘든 일에 처했을 때, 액운을 물리치고 싶을 때, 복을 불러오고 싶을 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치성을 드린다.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 행위가 바로 기도이다.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곤 한다. 어딘가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렇게 손을 모으는 행위 자체가 곧 기도이다. 기도를 드리는 것은 믿고 있는 종교가 있거나 없거나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실은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기도는 푸닥거리처럼 다양한 형식으로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지역이나 종교나 집안 따라 방식은 다르지만 항상 기도를 하고 있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드리는 치성이 있다. 새벽에 정갈하게 떠놓는 물 한 그릇, 이것은 흔히 자식들이 잘 되라고 공덕을 올리는 칠성기도라 불리는 것이다. 산에 들어가서 드리는 산기도는 산신기도의 일종인데 보통은 건강과 재물운의 발복을 위할 때 하는 기도가 된다. 물론 정신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깊은 산 속에서 산의 정기를 받으며 정신수련을 하기도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용왕기도도 많이 올리는데 이는 해상용왕이라 해 신령한 전설적인 용(龍)이 물을 다스리는 해신(海神)으로서 용왕의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근심걱정이 있을 때 어김없이 드리는 백일기도 등은 치성이면서 기도이다.

급작스럽게 어려운 일이 닥쳐서 자기도 모르게 부처님이나 하느님을 나직하게 불러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종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난에 처한 현실을 이기지 못해 저절로 나오는 탄식과도 같은 것이다. 필자 역시 서울 근교의 산을 찾아 기도를 올릴 때가 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산의 정기를 받아 영력을 더 키우고자 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산에서의 기도를 마치면 부쩍 커진 영력을 느끼곤 한다. 그렇게 키운 좋은 기운은 상담을 청한 사람들의 아픈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있는 상담자들은 기도를 원하기도 한다. 그럴 때 기도의 효험을 끌어내어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힘이 된다. 살아간다는 건 아픔을 끌어안는 것과도 같다. 부처님이 세속을 고해(苦海)라고 한 것은 인간의 삶이 고통의 삶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게 바로 인간이다. 그렇게 고통에 빠진 사람들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리며 매듭을 풀어가는 것은 필자가 할 일이다. 하나하나 풀려가는 고통의 매듭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 보람들이 필자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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