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종: 량첸살인기’는 방송기자 허무혁(조정석)이 해고와 이혼 위기에 몰리면서 시작한다. 이내 특종을 잡으면서 인생 반전의 기회를 얻는 듯 보였지만 스스로 크나큰 오보를 자행했음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언론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소재와 주제다.
“취재는 했죠. 취재 전에 시나리오를 다 썼고요. 내가 쓴 시나리오가 리얼리티 있나 검증하는 차원에서 취재를 한 거에요. 조금 안맞는 부분이 있었는데 안 맞아도 영화적으로 밀고 간 부분도 있거요. 대체적으로 기자님들이 고문과 검증을 해주셨어요. 찍는 중간에도 궁금하면 용어나 이런 것들을 물어봤죠.”

“캐스팅이 어렵지 않았냐고요? 아니요. 시나리오 주는 것 자체가 신중하게 갔어요. 고민을 많이 하고 어떤 배우를 캐스팅 할 지 의견 조율과 구체화 과정을 거쳤어요. 실제 답을 받고 그런 건 어렵지 않았는데, 선택하는 과정이 어려웠죠. 조정석 씨는 기자라기보다는 지금 부인한테 타박당하고 회사에서는 잘릴 위기의 남자로서 캐스팅 했고요. 그의 아내로 나오는 이하나 씨는 너무 센 느낌보다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대명 씨는 ‘미생’ 보고 캐스팅 한 게 맞아요. 한참 범인 역할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 심각한 고민을 했어요. ‘미생’을 보고 좋은 역할인데 서늘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미생’과는 반대의 캐릭터도 재미 있을 것 같아서 접촉하게 됐죠. 태인호 씨는 ‘연애의 온도’ 때 잠깐 일을 했어요. ‘미생’ 보고 오히려 반가웠고, 연기 잘하는 분인데 응원하는 기분으로 봤죠.”
노덕 감독은 서울예대 98학번이다. 서울예대가 지금의 위치가 아닌 명동에, 역시 지금과는 다른 서울예전으로 불리던 때였다. 원래 글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노덕 감독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서울예전 영화과 합격을 노덕 감독에게 선사했다.

이후 ‘지구를 지켜라’ 스크립터로 시작해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특종: 량첸살인기’의 탄생 역시 노덕 감독의 영화 입문처럼 뜻밖이었다.
“‘연애의 온도’ 만들기 전에 써놓은 작품이에요. ‘연애의 온도’는 이 작품 전에 미리 써놓았는데요. ‘연애의 온도’를 쓰고 3년 지나도록 영화화되지 못했는데 멜로에만 3년 정도 매달리니까 지쳤거든요. 그래서 장르적이고 영화적인 걸 하면서 머리를 환기시키고 싶어서 하게 된 작품이죠.”
어쨌든, 노덕 감독은 근래 보기 드문 여성 감독이다. 영화계에 여성 스태프들이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지만 여성 감독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노덕 감독은 이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다.

또 하나. 노덕 감독은 이야기의 신선함이나 재미 외에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독특한 능력을 보여줬다. ‘연애의 온도’뿐만 아니라 이번 ‘특종: 량첸살인기’는 남녀 관객 모두에게 절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노덕 감독은 ‘영화는 관객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은 것으로 배웠다’는 말로 자신의 영화관을 표현했다. 차기작을 머릿 속에 구상 중인 노덕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미 노덕 감독의 가능성은 충분히 검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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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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