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안경을 쓰고 있을 경우 아이도 눈이 나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시력이 나쁜 이유를 선천적인 원인에서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력 문제는 정말로 유전이 되는 것일까?
유전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타고난 체질로 인해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장부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면 보다 쉽게 안구 질환이 올 수 있다. 그러나 시력은 유전적인 원인 외에 후천적인 요인에도 많이 좌우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요즘처럼 각종 전자기기, 도시 생활 등으로 인한 환경적 요인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부모와 아이가 같이 안경을 끼는 경우에는 대개 부모의 잘못된 생활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체질과 생활 습관을 이야기했는데, 한방에서는 근시, 원시, 난시, 약시, 사시 등 어린이들의 시력 저하 원인을 다양하게 구분하고 있다.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크게 기능적 요인, 구조적 요인, 생활환경적 요인 등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먼저 기능적 요인이란 간이나 신장 기능의 이상 등 오장육부의 기능적 불균형을 의미한다. 오장육부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안구에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이 어려울 때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 동의보감에서도 “눈은 간의 구멍이며 간은 신장에서 주관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과 신장, 눈은 밀접하게 연관이 돼있다. 아이들의 간이나 신장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나타날 시에는 제대로 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 활력이 떨어지거나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 안색에 윤기가 없고 피부색이 암갈색을 띄며 거칠다.
- 손톱에 줄이 가거나 윤택하지 않다.
- 야뇨, 유뇨증, 야간뇨, 빈뇨 등 소변에 이상이 생긴다.
- 성장통처럼 다리가 아픈 증세를 호소한다
- 아토피, 알러지 성 비염, 잦은 감기, 알러지 성 천식 등
두 번째로 구조적 요인이 있다. 안구의 모양, 시신경 문제 등 눈에 직접 연관된 부분 외에도 눈 주위 혈관 장애를 유발하는 턱 관절과 경추, 목 주위 근육 등 근골격계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뜻한다. 축성근시라 하여 안구 축 길이 등 안구의 모양 문제로 인해 근시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체형 문제로 인해 근시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시력과 체형 문제는 언뜻 연관 짓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실은 깊은 관계가 있다. 아래턱 관절이 제 위치에서 조금만 후방 혹은 우측으로 이동해도 시신경과 혈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턱 관절의 잘못된 위치는 경동맥에서 안구동맥으로의 혈관 순환 장애를 유발하고 눈 주위의 중요한 혈 자리인 사백혈, 태영혈, 양백혈, 찬죽혈, 청명혈 등에 장애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시력 저하를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생활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시력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안구는 상하좌우 4개의 직근 등 총 5개의 외안근을 활용해 초점을 맞춘다. 책이나 컴퓨터 등 근거리 작업에 계속되어 안구에 자극과 무리를 주게 되면 흉쇄유돌근 상단 부위에 근육 긴장 및 경직이 일어나게 되고 이를 통해 발생한 혈류장애로 인해 안구 내 신진대사가 저하된다. 근거리 작업을 계속 반복한 나머지 근육이 근거리에만 익숙해지는 것도 결과적으로 근시의 원인이 된다. 초원이나 사막 유목민들이 시력이 좋은 것이나, 반대로 빌딩 숲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먼 거리를 자주 보는 유목민과 달리 현대인들은 기껏해야 100~200m의 거리가 먼 풍경에 속하고, 그마저도 회색빛 건물인 경우가 태반이다. 도시 환경이 시력을 점차 근시에 가깝게 훈련시키는 것이다.
전자매체나 조명 등으로 인한 빛 또한 시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자매체를 가까운 곳에서 사용하는 것은 빛으로 망막을 태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전자기기의 사용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자세와 적절한 휴식이라는 원칙 없이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시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도시의 빛이나 조명 등빛 공해로 인한 수면 장애 또한 시력을 포함한 아이들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시력 저하의 원인은 다양한 복합적인 원인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시력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개개인의 생활습관, 체질, 환경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맞춘 처방을 통해 근본 원인을 개선해야만 시력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단순히 해부학적으로만 눈을 보는 것이 아닌 눈을 가진 아이 그 자체를 보면서 몸의 조화와 균형을 잡아 전체적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동시에 눈의 환경을 최대한 좋게 만드는 것이 한의학적인 치료라 할 수 있다.
글: 하미경(한의학 박사, 빛과소리 하성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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