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초청작 일본영화 ‘종이 달’이 23일 개봉해 국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종이 달’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 생긴 일상의 균열로 인해, 평범한 주부가 거액 횡령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뒤흔들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서스펜스 드라마로, 칸이 주목하는 일본의 새로운 거장 요시다 다이하치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또한 영화 ‘종이 달’의 원작인 소설 ‘종이 달’은 일본의 서스펜스 소설 3대 여성 작가 중 한 명인 가쿠다 미쓰요의 작품으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쿠다 미쓰요는 ‘대안의 그녀’라는 작품으로 일본 문학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에게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종이 달’이란 단어는 굉장히 생소할 터. 일본에 사진관이 처음 생겼을 무렵,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고, ‘종이 달’은 여기서 비롯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가장 행복한 한 때’를 의미한다. 이러한 ‘종이 달’의 의미와 함께 메인포스터 속 리카를 보면, 자신의 가장 행복한 한 때를 갈망하며 새벽 하늘에 걸려 있는 초승달을 향해 자신의 행복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얘기로 돌아가면, ‘종이 달’의 장르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관객들로 하여금 불안함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관건인데, ‘종이 달’은 피 한 방울 없이도 살 떨리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주인공 리카의 넋이 나간 눈빛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입술만 봐도 저절로 긴장감이 들 정도. 이와 함께 은행원이란 직업 그리고 그녀의 손 위에서 거액의 돈이 왔다갔다하는 아찔한 상황들은 기존 서스펜스에서 느꼈던 긴장감과는 확연이 달랐다..
그러면서 ‘종이 달’은 리카라는 인물의 시각으로 돈을 매개체로 한 허영심과 행복을 저울질한다. 돈을 통해 얻는 행복이 진짜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한다. 또 ‘그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더 행동이 과감해지면서 벌어지는 갈등들을 마주하며, 영화는 그녀의 위험한 도박을 사실감 있게 다룬다.
영화의 결말은 정해져있지 않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은 리카의 어린 시절과 오마주하며 ‘과연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란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관객들은 그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우리가 답하기 전에 스스로 그 질문의 의도를 깨닫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종이 달’은 리카의 마지막 순간을 의미심장하게 끝낸다. 그래서 더욱 생각할 게 많고, 여운도 남다른 것 같다. 7월 23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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