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소찬휘 하면 ‘헤어지는 기회’ ‘현명한 선택’ ‘Tears’ 등 ‘저음불가’의 곡들로 인기를 모은 최고의 여성 솔로 가수였다. 로커 출신으로 엄청난 고음을 자랑하는 소찬휘의 노래들은 1990년대 록카페, 나이트클럽 등에서 단골로 흘러나왔다. 2001년 이후 이렇다 할 히트곡이 나오지 않으면서 소찬휘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5년 다시 록으로 돌아가 ‘Hold me now’라는 음악적 완성도 높은 곡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전과 같은 전성기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러다 MBC ‘나는 가수다’ 시즌2로 자신의 탁월한 보컬 능력으로 조금씩 주목을 받더니 지난해 연말 ‘무한도전’의 특집 ‘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방송 전파를 타면서 대박이 터졌다. ‘Tears’ 등 9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소찬휘의 히트곡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 최근에는 ‘나는 가수다’ 시즌3에 가왕전에서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나가수’요? 시원섭섭하더라고요. ‘토토가’ 끝나고 나서 일주일 쯤 후 (출연)이야기가 들어와서 잡아놨던 일정 다 끝내고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결과도 한동안 안좋게 나와서 ‘나가수가 나랑 안맞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댓글에서 ‘누나 록을 하세요’ 하더라고요. 댓글은 다 보거든요. 제 이미지가 세고 그런 게 있어서 발라드로 소프트하게 가려고 했는데 록으로 바꾸고나니 그 때부터 조금씩 반응이 오더라고요. 나는 록을 했었어야 하는구나 느꼈죠. ‘나가수’ 하면서 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대중은 시원하게 뭔가를 뽑아내는 소찬휘라는 가수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짜릿함은 소찬휘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절로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소찬휘 역시 그런 노래들을 ‘서커스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가수’에서 건모 오빠의 ‘잘못된 만남’을 부를 때는 숨쉴 데가 없다보니 노래하다 이러다 죽겠다 싶었어요. 2절 부를 때는 호흡을 한 번 놓쳤더니 숨쉴 데가 없어서 나중에 무대에서 내려올 때 휘청거리기까지 했어요.”
뭐니뭐니 해도 소찬휘의 본명까지 대중에게 전파할 정도로 인지도를 다시 확 높여준 것은 ‘토토가’였다. 소속사 대표의 전화 한 통에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유재석과 정형돈을 기다린 소찬휘는 화장도 안한 채 노래방으로 끌려가 오디션을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토토가’로 자신의 활동이 인정받을 수 있었기에 고맙고 감사한 ‘무한도전’의 특집이었다.
“방송 나가고 갑자기 검색어 올라가더니 황당했던 게 앨범 내고 활동하고 있었는데 거기서는 반응이 ‘아직도 노래하는 거니?’였어요. 저를 많이 좋아해주시지 않는 분들은 그럴 수 있죠. 너무 ‘Tears’로 부각되니까 그것도 부담됐어요. 작년 앨범 나온 것도 얼마 안됐고요. 그래도 좋은 글들이 많더라고요. ‘토토가’ 멤버들은 참 오랜만인데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어요. 활동할 때 다 친한 것도 아니었고 여자들이야 친하지만 남자들은 더 그렇죠. 끝날 무렵 뒷풀이 가고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방)을 만들어서 여전히 대화 나누고 있죠. 나이 들어 뭐 있어요? 몰려다니면서 재밌게 하는 게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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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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