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에게 먹이를 한번 줘 볼까요. 물면 살짝 놔주면 돼요. 제가 하나둘 셋 하면 ‘장순이’라고 불러주면 됩니다. 기린을 숨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까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차량에 탄 5명의 일행이 입을 모아 “장순이”를 외쳤다. 신기하다. 장순이가 부름을 받고 느긋하게 일행에게 다가온다. 키가 5미터가 넘는 기린이다.
일순간 그녀의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차창가에 앉은 죄(?)로 당근에게 먹이를 주는 임무가 주어진 것. 물론 강제성은 전혀 없다. 그래도 젊은 여성 관람객의 얼굴은 일순 긴장된다. “왜 나한테 먹이를 주라고 하는거야. 할 수 없지. 침착해야지, 난 직원이잖아. 이 잔을 피해갈 순 없어. 내가 선택한 길이잖아.”
용기 있게 일어선 그녀, 마치 확대경으로 기린을 확대한 양 갑자기 기린의 얼굴이 크로즈업된다. 날름거리는 콧구멍이 생각보단 크다. 잘 진화된 혓바닥은 가름하고 길쭉하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의 근접거리. 기자도 쉽게 손이 다가가지 않는데 연약한 여성을 취재 모델로 세우다니. 직업의 세계는 때론 냉엄한 법이다. 그녀는 직원이고 우리는 취재기자 아닌가.
기린이 입을 씰룩거린다. 뭔가 메시지를 전하고픈 눈치다. “난 기린이야. 사자처럼 날카로운 이빨도 없는 날 겁낸단 말이야? 난 초식동물 중에서도 순해빠진 동물이잖아. 키 큰 사람 치고 야문 사람 드물 듯 동물도 그래. 난 허우대만 멀쩡하지 한 성질 하지 못한다고. 기린한테 물렸다는 사람 본 적 없잖아. 당근 고마워.”
기린은 소형 수륙양용차에 시승차 탄 일행을 알아나 봤을까. 아무 생각 없다는 듯 기린은 또 먹을 기회를 노렸지만 안내원 겸 운전사는 다음 코스를 알리며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슬며시 올려놓는다.
“자, 앞쪽에 우뚝서 있는 바바라양 보이죠. 굉장한 뿔을 가지고 있고 가슴털을 한번 보세요. 저 뿔은 모래목욕을 좋아하는 이 친구들이 삽처럼 몸에 퍼서 가슴에 올리는 역할도 하고요 싸움할 때는 방어 역할을 하는 무기 역할도 할 수 있고요 가려울 때는 등도 긁습니다. 자 눈 한번 볼까요. 사람들은 앞쪽이 눈이 있지만 이 친구들은 옆쪽으로 있지요. 그래서 시야를 넓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180도를 본다면 이 친구들은 230도를 볼 수 있어서 천적이 다가오면 바로 도망 갈 수 있도록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가슴털이 보이시죠. 저 가슴털은 모래폭풍이 불 때 코와 입을 저 가슴털 안에 묻어서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예방하는 마스크 역할을 하는 중요한 도구죠. 그리고 저기 무풀론이라는 양이 보이시죠.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입니다. 뿔이 안쪽으로 돌돌 말리면서 납니다. 찜질방 양머리 보셨죠. 찜질방 양머리의 원조가 무풀론인 셈이죠. 바바리 양은 암컷과 수컷이 다 뿔이 있지만 무플론은 수컷에게만 뿔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복제에 성공한 동물이죠.”
▲육상에서 물길로 입수…스페셜투어 최고의 짜릿한 순간
이제 긴장되는 입수 시간. 스페셜투어 최고의 재미를 느껴볼 기회다. 잠금장치 가동. 차량 하체는 물로부터 완벽한 방어체제를 구축한다. 물보라를 튀기며 물길을 가르는 짜릿함의 순간. 제트수류가 세차게 방출되자 반쯤 잠긴 수륙양용차량이 물길을 둥둥 떠 내달린다. 쪽빛 물길은 위풍당당했고 하늘은 덩달아 푸르른 시간이 이어진다. 일반 자동차에서는 들을 수 없는 워터 제트엔진의 소리가 울려퍼진다. 사파리 탐험의 재미가 배가되는 순간이다.
왼쪽으론 낮잠을 즐기는 사자가, 오른쪽으로 코뿔소와 공존하고 있는 치타의 모습이 한가롭다. 덩달아 구경하는 이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스며든다. 이게 진정한 휴식 아니던가.
차량이 물에 잠긴 시간은 불과 5분여. 육지에 상륙한 차는 언제 물에 들어갔다 나왔냐는 듯 새침을 뗀다. 그리고 이제는 땅과 하나되어 관람객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몸무게 2500km에 달하는 코뿔소 시간. 죄 지은 적도 없는동물들이 우리에 갖혀 인간들의 면회 신청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진흙을 뒤집어 쓴 코뿔소. 뿔이 잘릴지도 모르는데 쑥 코를 내민다. 30cm가 넘는 뿔을 만져본다. 내친김에 코도 만져본다. 입이 하마의 반의 반도 안된다. 하지만 입술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고 안내원은 전했다.
에버랜드는 15일 생태형 사파리 ‘로스트밸리’ 개장 1주년을 맞아 소형 수륙양용차를 타고 동물들을 관람하는 ‘스페셜 투어’를 개장했다.
스페셜 투어의 핵심은 특수 제작한 소형 수륙양용차를 타고 야외 동물원을 둘러 보는 것. 대형 짚차를 수륙 양용으로 개조한 ‘스페셜투어’ 차량은 길이 5.6m, 폭 1.9m, 높이 2.1m, 무게 3.2t에 달한다. 12인승 카니발보다 약간 큰 크기다. 관람객 6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에버랜드는 대당 3억원짜리 소형 수륙양용차 3대를 도입했다. 가족단위로 이용 가능하며 이용 요금은 평일 홈페이지 사전예약시 18만원이다. 평일 현장구매, 주말 사전예약 또는 현장구매 땐 20만원.
이용 요금이 다소 높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온 가족이 쉽게 타보기 힘든 수륙 양용차량을 전세내다시피해 관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그 대가를 톡톡히 하고도 남는다.
로스트밸리는 이밖에 ‘기다림마저 즐겁다’라는 테마로 입구부터 차량 탑승구까지 대기동선에 다양한 체험과 관람 요소를 갖춰 놓았다.
우선 20일부터 로스트밸리 대기 동선 입구에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한 ‘로스트밸리 얼라이브(Lost Valley Alive)’를 오픈한다. 로스트밸리 얼라이브는 초대형 화면(가로 3.1m, 세로 2.4m) 속에 등장한 가상의 동물을 손님이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등 동물과 사이버상 교감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미리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관람객이 스크린에 등장하면 그 주변으로 코뿔소와 아기 얼룩말 무리가 다가오는데 실감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을 수 있다.
대기동선의 끝부분에서는 UHD TV를 활용한 ‘UHD Zoo’도 관람할 수 있다. 3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파노라마 동물영상을 10대의 초고화질 UHD TV를 통해 볼 수 있다. 미세한 털의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로 실감나는 영상이다. 대기 동선에 알다브라 육지거북이, 포큐파인 등 10종 130여 마리의 동물을 전시해 기다리는 동안 동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에버랜드 로스트 밸리는 지난해 4월 개장한 이래 누적 관람객 210만명을 돌파했다. 이같은 기록을 견인한 것은 대형 수륙양용차 9대가 큰 몫을 차지했다. 대형 수륙양용차에 이어 이번에 소형 수륙양용차 3대가 가세해 로스트 밸리는 더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게 됐다.
용인=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로스트밸리 개장 1주년을 맞아 새롭게 도입한 소형 수육양용 관람차가 입수해 물살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수륙양용 관람차에 탄 여성 관람객이 기린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쌍봉 낙타. 강민영 기자
코뿔소와 치타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평화의 언덕. 수륙양용 관람차를 타고 지나면서 찍은 것이다. 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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