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이일희, '짜장면 사준다'는 아빠 따라 '골프와 인연'

입력 : 2013-05-28 11:12:01 수정 : 2013-05-28 11:12:0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 4년만에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에서 첫 우승한 이일희(25 · 볼빅)는 ‘맛있는 짜장면 사줄게’라며 주말마다 골프 연습장에 데리고 가던 아빠의 영향으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이일희는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깨진 볼을 주워다 치며 시간을 보내다가 본격적으로 흥미를 느끼며 선수의 길로 입문했다.

이일희는 탄탄한 기본기와 '베스트 스윙'을 가지고 있어 '기대주'로 손꼽혔고, 2004년도 신지애 와 함께 국가대표 상비군을 하는 등 아마추어 때부터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이일희는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첫 해부터 리더보드 상단을 차지하며 '차기 유망주'의 가능성을 주목 받았다. KLPGA투어 활동 기간 준우승 2회 포함, 톱10에 여러 차례 들었지만 정작 우승컵은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KLPGA투어 3년차, 실력 향상과 함께 어느 때보다도 우승에 대한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일희는 과감하게 LPGA투어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일희는 “투어프로가 되고 많은 선수들을 보면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데 주위의 반대가 심했지만 기왕 놀려면 큰 물에서 꿈을 펼치라며 아빠가 밀어 주셨다"며 LPGA 투어에 도전할 당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장타와 공격적인 골프를 구사하는 선수답게 해외 투어에 도전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이었다.

이일희는 2009년 퀄리파잉스쿨 1차전을 마친 뒤, "아빠와 함께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밥도 숙소에서 해 먹는 등 아껴 써 비행기 값 빼고 800달러도 안 쓰고 왔다"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 만큼 '독기'를 품고 도전했다. LPGA투어 입성도 만만치는 않았다. 퀄리파잉 스쿨 마지막 날 공동 20위를 달리며 미국 출신 케노와 연장전에 나섰고,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극적으로 조건부 시드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처음 LPGA 투어에 발을 붙였을 때 소속사가 없던 이일희는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다른 '악바리' 면모를 보였다. 미국 투어에 진출했지만 오히려 출전대회는 줄었고, 미국에서 체류하기에는 경비가 부담스러웠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제일 싼 이코노미 클래스 티켓을 구입해 혼자 비행기를 탔고, 대회 조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호텔 대신 하우징을 했다. 하우징이란 대회장 근처 빈 방이 있는 가정집을 모집해 선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이용하는 외국선수들은 많지만, 당시 한국 선수로는 이일희가 유일했다.

이일희는 항공편 예약을 도와주는 사람만 있을 뿐, 나머지는 스스로 해결했다. 이동할 때도 캐디의 도움을 받지 않았고, 다음 대회 코스가 가까우면 주변 선수들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기도 했다. 2010년 기아클래식을 통해 꿈의 무대인 LPGA정규 투어에 입성, 67위의 성적으로 해당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연속 7개 대회를 컷 탈락하며 미국 투어를 계속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일희는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귀국해 KLPGA투어에 출전했다. 경기 감각 및 KLPGA시드권을 유지하기 위해서고, 미국 투어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LPGA투어에서 연이은 컷 탈락에도 이일희는 '나는 비록 느리지만 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늘 해왔다'며 스스로를 다잡고 자신감을 충전했다. 그 결과, 2010년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L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를 기록함으로써 극적으로 2011년 시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된 LPGA투어 생활에 지친 이일희는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마음 먹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미국투어 생활을 지속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었고, 본인 스스로도 많이 외롭고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투어의 성적도 초라했다. 한국 복귀를 마음 먹고 KLPGA 시드전을 치뤘지만 선발전에서 낙방했다.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복귀해야 했고,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 이일희는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볼빅의 문경안 회장을 만나 후원 계약을 맺으며 기사회생의 길을 열었다.

이일희는 2012년 국산 골프볼 제조업체인 ㈜볼빅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후원 계약 금으로 투어비용과 머물 집을 구했다. LPGA 투어에만 집중하자 금세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일희는 2012년 US 여자오픈 공동 4위의 성적으로 많은 자신감을 얻으며 새롭게 터닝포인트를 찾았다. 번번히 컷오프 당하던 2011년과 달리 더 많은 LPGA투어에 참가하면서도 컷 오프 당하는 비율은 줄어들었다.

 이일희는 이번 우승에서 "특히 믿고 아낌없이 후원해 주시는 볼빅의 문경안 회장님과 볼빅 직원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볼빅을 만나고 나서 US 여자오픈 4위등 한층 좋은 성적을 내게 된 것이 사실이다. 공이 좋고 특히 방향성이 좋아서 그런지 강풍에도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샷을 날릴 수 있어서 좋았다. 볼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더 거침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이일희는 "많은 외국 선수들이 제가 쓰는 볼빅 공의 색상이 펑키하다고 관심을 보인다. 흐린 날씨에도 잘 보이고, 바람에도 공이 밀리지 않아서 이번에 특히 더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일희 선수는 Vista iS 노란색 컬러볼을 사용한다. LPGA투어 최초 국산 볼 우승자가 된 이일희는 "스핀력 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도 뛰어난 공이어서 마음에 든다"며 국산 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볼빅의 문경안 회장은 "이일희 선수의 가능성을 보고 후원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번 2013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우승 소식을 듣고 '이 선수가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아낌 없이 지원하겠다." 라며 "국산 골프산업의 발전에도 이일희 선수가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국내외 골프 유망주들과 볼빅이 함께 한국을 대표하여 세계 무대를 누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일희는 지난 번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고 성적인 공동 3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국산볼 최초 우승자와 LPGA투어 초대 챔프 자리에 동시에 오르며 두 배의 기쁨을 맛봤다.
 
강용모 기자 ymkang@sportsworldi.com
이일희. 사진=볼빅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