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 '언더커버' 촬영 앞두고 설레여"

배우 강호와의 첫 만남. 정말 30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동안 외모를 자랑했다. 이 배우에게 동안은 어떤 의미일까.
“동안이라고 말해 주시니 정말 고맙죠. 사실 연애하기엔 좋아요(웃음). 하지만 일적으로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보통 나이에 맞는 역할을 갖고 오디션을 보게 되는데, 오디션 관계자들이 너무 동안이라며 배역을 못 맡기겠다고 하신 경우도 있어요. 지금까지 오디션을 20∼30번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동안 외모가 걸림돌이 됐어요.”
강호는 동안 외모를 극복하고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강호는 형(최원영)에게 기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철부지 동생 진호 역을 맡았다. 형이 어렵게 만들어 준 대학원 등록비를 좋아하는 술집 마담 희영에게 바치고도 부족해 돈을 돌려달라는 형에게 온갖 짜증을 부리며 사랑에만 집착한다. 결국 철없는 행동으로 예상치 못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극중 희영의 또 다른 남자, 조폭과 싸우다가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했다. 철부지 동생, 사랑에 집착하는 찌질이, 죽음을 부르는 욱하는 남자 3가지 모습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신인배우 맞나 싶을 정도로.
“보통 신인들이 맡는 단역은 대사가 많지 않아 오고 가는 멘트가 적죠. 하지만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에서 맡은 역할은 이상하게 부담이 없었어요. 극중 진호란 배역은 찌질이, 철부지, 욱하는 남자 3가지 캐릭터가 있는데, 사실 찌질이 캐릭터 빼고는 제 모습과 많이 닮았거든요. 꾸미지 않아도 되는 게 참 좋았고, 연기한다기보다 ‘이런 모습을 한번 보여볼까’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했어요.”
극중 진호란 배역은 초반부에 빨리 죽는다. 그래서 영화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아쉬움도 있었을 텐데, 혹시 진호를 살려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많이 안타까웠죠. 하지만 그 생각은 마음속으로만 갖고 있었어요. 감독님이 작품을 기획하고 배역을 만들었을 땐 충분히 의도에 맞게 연출을 하게 되잖아요. 제가 아무리 유명하고 위치가 되는 배우가 되더라도, 배역에 대해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무척 아쉽지만 배역에 대해 언급하는 건 감독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였죠.”
극중 진호가 강렬한 연기로 주목받은 이유는 죽는 연기가 일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피를 철철 흘리며 나오는 장면은 독립영화에서 연출할 수 있는 영역일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 처절하고 참담한 하드코어로 과감하게 연출한 죽음 장면을 연기할 때 힘들지는 않았을까.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촬영 당시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 그런 상황이 죽는 연기에 더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죽기 직전 차를 쫓아 뛰어가는 장면도 그냥 보면 간단해 보이는데, 사실 엄청나게 뛰었거든요. 녹초가 될 정도로 뛰고 또 뛰었고, 날씨가 춥기까지 해서 처절한 느낌이 제대로 살았어요. 피를 흘리는 특수분장도 날씨가 추워서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충분히 괜찮았어요.“
작품 얘기를 하다 보니 배우 강호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연기자가 넘쳐나고, 아이돌과 개그맨 등 배우의 영역을 침범하는(?) 무한 경쟁시대에 지각 데뷔를 한 건 본인에게도 손해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데뷔 전까지 뭘 하고 지냈는지 궁금해졌다.
“사실 저 가수 준비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거든요. 대학은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는데, 그때까지도 연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그래서 밴드활동도 하고 대학가요제도 나갔지만, 당시 많은 연습량으로 몸을 혹사시켜서 결국 그만뒀죠. 모두 다 포기하고 고향 청주에서 한동안 회사에 다녔어요.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연기를 준비했어요. 운이 좋아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출연하게 됐고, 이후 ‘부탁해요 캡틴’을 거쳐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에 출연하게 됐어요.”
요즘 배우들의 데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고, 배역을 따내기 어려울 정도로 배우가 넘쳐나는 상태다. 서른 살이 넘은 현 상황에서 위기감은 없을까. 또 배우로서 롤모델은 없을까.
“부담감이 엄청 크죠. 다른 친구들은 20대 중후반에 이름도 많이 알리고,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사람들도 많죠. 저는 30대 중반을 앞두고 있는데 이름이나 얼굴을 아는 분들이 없어 큰 부담감을 느껴요. 그렇다고 누군가를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아요. 롤모델도 없어요. 물론 좋아하는 배우는 있죠. 하지만 부담감이 크다고 해서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고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만의 캐릭터와 스타일을 찾고 싶죠. 누구처럼 돼야겠다는 뻔한 생각을 저 스스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죠.“
차기작은 JTBC에서 올 상반기에 방송 예정인 ‘언더커버(가제)’다. 보스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건달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4월 초 촬영에 들어간다며 벌써 설레는 눈빛이었다. 롤모델은 없지만 배우로서 갖고 싶은 캐릭터가 있지는 않을까.
“사실 제가 캐릭터를 잡는다고 해서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건 아니죠. 또 캐릭터는 제가 찾는 게 아니라 작품마다 그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캐릭터를 미리 정하기보단 작품을 통해 찾아가고 싶어요. 나중에 ‘강호는 이런 장르가 참 괜찮아’ 이 말을 듣는 게 제 바람이죠.”
참 신선했던 신인배우 강호와의 인터뷰. 자신의 롤모델, 자신의 캐릭터를 마치 각본처럼 읊어대는 배우보다 정말 솔직했다. 사실 출연했던 드라마, 영화가 얼마 없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터뷰 내내 성실하게 답변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할 말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할 말이 많은 배우가 될 강호. 강렬했던 영화 속 모습처럼, 2013년 강렬한 배우 ‘강호’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극중 진호란 배역은 초반부에 빨리 죽는다. 그래서 영화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아쉬움도 있었을 텐데, 혹시 진호를 살려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극중 진호가 강렬한 연기로 주목받은 이유는 죽는 연기가 일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피를 철철 흘리며 나오는 장면은 독립영화에서 연출할 수 있는 영역일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 처절하고 참담한 하드코어로 과감하게 연출한 죽음 장면을 연기할 때 힘들지는 않았을까.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촬영 당시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 그런 상황이 죽는 연기에 더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죽기 직전 차를 쫓아 뛰어가는 장면도 그냥 보면 간단해 보이는데, 사실 엄청나게 뛰었거든요. 녹초가 될 정도로 뛰고 또 뛰었고, 날씨가 춥기까지 해서 처절한 느낌이 제대로 살았어요. 피를 흘리는 특수분장도 날씨가 추워서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충분히 괜찮았어요.“
작품 얘기를 하다 보니 배우 강호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연기자가 넘쳐나고, 아이돌과 개그맨 등 배우의 영역을 침범하는(?) 무한 경쟁시대에 지각 데뷔를 한 건 본인에게도 손해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데뷔 전까지 뭘 하고 지냈는지 궁금해졌다.
“사실 저 가수 준비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거든요. 대학은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는데, 그때까지도 연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그래서 밴드활동도 하고 대학가요제도 나갔지만, 당시 많은 연습량으로 몸을 혹사시켜서 결국 그만뒀죠. 모두 다 포기하고 고향 청주에서 한동안 회사에 다녔어요.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연기를 준비했어요. 운이 좋아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출연하게 됐고, 이후 ‘부탁해요 캡틴’을 거쳐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에 출연하게 됐어요.”
요즘 배우들의 데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고, 배역을 따내기 어려울 정도로 배우가 넘쳐나는 상태다. 서른 살이 넘은 현 상황에서 위기감은 없을까. 또 배우로서 롤모델은 없을까.

차기작은 JTBC에서 올 상반기에 방송 예정인 ‘언더커버(가제)’다. 보스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건달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4월 초 촬영에 들어간다며 벌써 설레는 눈빛이었다. 롤모델은 없지만 배우로서 갖고 싶은 캐릭터가 있지는 않을까.
“사실 제가 캐릭터를 잡는다고 해서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건 아니죠. 또 캐릭터는 제가 찾는 게 아니라 작품마다 그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캐릭터를 미리 정하기보단 작품을 통해 찾아가고 싶어요. 나중에 ‘강호는 이런 장르가 참 괜찮아’ 이 말을 듣는 게 제 바람이죠.”
참 신선했던 신인배우 강호와의 인터뷰. 자신의 롤모델, 자신의 캐릭터를 마치 각본처럼 읊어대는 배우보다 정말 솔직했다. 사실 출연했던 드라마, 영화가 얼마 없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터뷰 내내 성실하게 답변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할 말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할 말이 많은 배우가 될 강호. 강렬했던 영화 속 모습처럼, 2013년 강렬한 배우 ‘강호’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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