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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원천 조명 '시인 백석' 평전을 보니…

입력 : 2012-11-07 13:14:28 수정 : 2012-11-07 13: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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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백석 1,2,3+백석 시 전집’ 세트(전4권·흰당나귀 펴냄)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천재 시인 백석의 성장과정과 정신세계의 원천을 조명한 책  ‘시인 백석 1, 2, 3’(송준 지음)과 ‘백석 시 전집’(송준 엮음)을 출판사 흰당나귀가 펴냈다. 올해로 백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탄생한 백석 시인의 본격적인 평전이다. 네 권 세트 10만5000원.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은 1934년 일본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 전문부 영어사범과를 졸업했다. 그 뒤 해방이 될 때까지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작품활동을 했다.

 백석은 1930년 19세의 최연소의 나이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로 당선돼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의 첫 시집 ‘사슴’은 일제 말기 한국의 문화 예술계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미려한 감수성과 토속적인 시어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사슴’은 그 시대 가장 귀한 시집이 되기도 했다.

 당시 학생이었던 시인 윤동주는 “시집 ‘사슴’을 구할 수 없어 손으로 베껴서 읽고 또 읽었다”고 술회할 정도였다.

 백석 시인은 묻혀 있는 존재다. ‘시인 백석’은 백석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다. 국내에서 백석의 삶을 전체적으로, 본격적으로 들여다 본 책은 ‘시인 백석’이 처음이다.

 전 3권으로 출간, 그 분량도 분량이려니와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만주와 북한에서의 구체적 삶이 처음 실려 주목을 끈다. 진정한 시인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백석 연구가 송준 작가가 어둠 속에 갇힌 백석을 햇빛 아래로 건져 올린 노작이다. 저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백석의 작품 다수를 발굴해 이 책에 실었다. 또한 제 1권과 제 2권의 표지를 장식하는 사진은 저자가 이번에 새로 발굴한 백석의 사진들이어서 사료적 가치를 더한다. 

노년시절의 백석 시인 가족 사진(앞줄 오른쪽이 백석).
제1권(가난한 내가, 사슴을 안고)에서는 시인의 탄생에서부터, 시인이 불꽃을 태운 시집 ‘사슴’, 그리고 시인이 평생 사랑한 구원의 여인 ‘란’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제 말기 백석이 펴낸 시집 ‘사슴’은 당대 문단의 충격이었다. 북부 지역 사투리에 담은 향토적 감수성과 정갈한 시어는 읽는 이를 열광케 했다. ‘사슴’은 발간되자마자 이내 동이 났다. 시인 김기림은 ‘사슴’을 가리켜 “문단에 던진 폭탄”이라며 감탄했다. 백석은 김소월과 더불어 북방의 대표적 시인으로 평가됐다.

 백석 시인은 통영의 한 여인을 사랑했다. 그의 시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백석은 그 사랑의 아픔을 ‘남행시초’ ‘함주시초’ 등 많은 시로 승화시켜 ‘조광’ 등 잡지에 발표한다.

 제 2권(만인의 연인, 쓸쓸한 영혼)에서는 사랑의 잃은 시인의 절망, 그리고 이어지는 가난과, 모든 것을 버리고 만주로 떠나야만 했던 시인 백석의 심경을 그렸다.

 백석은 타고난 시인이었다. 그는 한편의 시집으로 문단에 우뚝 섰으며 지금까지 그 시집은 한국 문학의 걸작으로 남았다. 그는 ‘사슴’ 이후로 시집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 1939년 홀연히 만주로 떠났다. 명예, 사랑, 성취 따위는 백석에게 하찮은 것이었다. 그는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살고자 했다. 이후 만주에서 발행되는 신문 ‘만선일보’를 통해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6개 언어에 능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독일어, 중국어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특히 러시아어를 잘했다. 대부분의 외국어를 독학으로 섭렵했다. 함흥 영생고보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잡지 편집을 했다. 
젊은시절의 백석.
 그러던 그가 홀연히 사라졌다. “시 100편을 가지고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겼다. 그가 만주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2권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 백석의 만주에서의 생활상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리고 당시 여류 삼인방이라고 불린 노천명, 최정희, 모윤숙의 백석에 대한 사랑을 그렸다.

 노천명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은 바로 백석이었던 것이다. 또한 수많은 여심을 흔들어놓은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육필원고도 감상할 수 있다.

 제3권(산골로 가자, 세상을 업고)에서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에서의 백석의 행적이 총체적으로 복원된다.

 해방 후 백석은 고당 조만식 선생의 러시아어 통역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백석은 번역가로 활동했다. 그는 많은 러시아어 소설과 시를 번역했다. 그의 번역 작품은 수준급이었다. 그가 번역해 내놓은 소설 ‘고요한 돈강’은 북한에서 유명했다.

 백석이 우리말로 옮긴 러시아 시들은 대부분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을 여지없이 증명하는 그의 번역 솜씨를 만나볼 수 있다.

 백석은 북한에서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다. 결국 유배당하듯 삼수갑산으로 들어갔다. 극한으로 자신을 내몬 것이다. 그는 삼수갑산에서 고독하고 자유롭고 싶었다. 백석은 눈 감을 때까지 시인의 마음으로 살았다. 외로움과 가난함은 그의 운명이었다. 그는 천생 시인이었던 것이다.

 책에 실린 ‘깜찍한 여우와 어진 물오리’ ‘계월향 사당’ ‘감자’ ‘우레기’ ‘굴’ 등은 그 내용이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또한 백석의 초기 번역시 ‘사랑의 신’도 발굴해 실었다. ‘기린’ ‘산양’ ‘멧돼지’ ‘강가루’의 삽화 또한 최초로 공개됐다.

 수십 년간 백석 연구에 몰두한 저자는 백석 자료를 가장 많이 발굴해낸 주인공이다. 머리카락을 한껏 뒤로 치켜 올린 청년 백석의 대표적 사진도 그가 발굴했다.

 ‘시인 백석’은 백석의 미공개 작품 여러 편을 싣고 있다. 이는 향후 백석 연구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책은 충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존에 알려졌던 사실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백석과 여류문인들 사이의 관계, ‘자야’의 실체 등이 그것이다. 백석의 지인 정현웅, 허준, 김문집, 임화, 정지용, 김종한, 오장환 등 우리 문학계 보석들의 글과 풍모가 생생하게 기록됐다. 문단 뒷풍경이 흥미롭다.

 백석은 동시작가이기도 했다. ‘시인 백석’은 북한에서 발표된 동시 여러 편을 싣고 있다. 그만의 독특한 시어는 ‘사슴’에 실린 시와 달리 또 다른 맛을 안긴다. 

노년시절의 백석.
#<백석 시 전집> ‘감자’ 등 미공개 시 다수 포함


 출판사 흰당나귀는 백석 시인이 북한에서 쓴 시와 번역시를 포함, 백석 시인의 시 전부를 망라한 ‘백석 시 전집’도 ‘백석 시인’과 함께 출간했다. 이 책 또한 송준 작가가 엮었다.

 676쪽의 두툼한 시 전집은 최초로 발굴한 ‘감자’ ‘우레기’ ‘굴’ ‘계월향 사당’과 번역시 ‘사랑의 신’ 외 다수의 미공개 시를 담고 있다. 3200여 개에 달하는 백석의 시어를 집대성한 ‘백석시어사전’도 수록했다.

 백석의 시는 국내 시문학사상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시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해방이 되기 전까지의 주옥같은 시 110여 편은 시인으로서 남길 수  가장 뛰어난 시로 여겨지고 있다.

 추적탐사 전문작가인 송준(51)은 백석 관련 자료수집의 일인자로 통한다. 그는 백석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를 독학으로 익히는 열정을 발취했다. 백석을 연구하기 위해 중국을 10여 회, 러시아를 5회 이상 방문했고, 일본을 10여 차례 답사했다. 특히 일본 청산학원(靑山學院)을 5회 이상 방문해 백석의 청산학원 수학 당시 학적부 사진을 발굴하기도 했다.

 또한 1992년에 백석의 번역 대작 ‘고요한 돈강’을 중국 베이징도서관에서 찾아서 국내로 들여왔고 노리다케 가쓰오의 ‘압록강’을 일본에서 구해 들여왔다. 이밖에도 중국의 천재작가 김성탄과 그리고 일제말엽의 국내 작가 김종한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백석 관련 책을 내년까지 20권을 펴낼 계획”이라며 “연말 내로 850여쪽 분량의 ‘백석 번역시 전집’도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출판사 흰당나귀(대표 이은상)는 이번 책 출간을 기념해 12일 오후 천안 패밀리 레스토랑 발랄라에서 ‘백석 문학의 밤’ 행사를 연다. 저자 송준씨를 비롯해 화가 몽우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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