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스크바 롯데호텔 전경. 롯데호텔 제공 |
▲특급호텔의 격전지 모스크바
리츠칼튼, 파크 하얏트 등 세계적인 체인 호텔들이 모스크바에 포진해 있는 이유는 관광객 때문이 아니다.
오일 달러의 힘을 내세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 모스크바는 전세계 비즈니스맨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이 뜨거운 시장에 최근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롯데호텔이 첫 해외체인 호텔인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13일 전관 개관했다.
모스크바는 한때 객실 요금이 평균 800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도 일반객실 요금이 1박에 450달러에 달할 정도로 객실 요금이 비싼 곳이다. 즉,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하게 부족한 동네가 이곳 모스크바인 것이다.
![]() |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글로벌 체인으로 도약하는 롯데호텔의 첫번째 해외 체인이다. 호텔에 나부끼는 태극기가 모스크바 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
▲업그레이드 롯데호텔, 초호화 시설 자랑
호텔 입구 현관 회전문을 통과하면 웅장한 대리석 기둥과 거대한 샹들리에가 반기는 로비가 나온다.
작열하는 태양의 불꽃을 형상화했다는 이 샹들리에는 10만 유로(1억 5000만 원)짜리 체코산 명품이다. 아래 위층으로 연결되는 중앙 계단에도 약 13m 높이에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샹들리에가 설치되어 있다.
건물은 지상 10층, 지하 4층의 규모다. 건물 중심에는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중정을 만들어 날씨가 흐린 날이 많고 겨울이 긴 이 나라 날씨를 고려했다.
모두 304개의 객실은 러시아 톱클래스다. 러시아 최대 규모의 로열 스위트(521㎡)를 갖추고 있어 국빈급이 방문해도 거뜬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이 객실에 투숙했다.
일반 객실인 슈페리어 룸과 디럭스룸의 넓이는 약 50㎡, 약 60㎡로 타 호텔대비 20㎡ 이상 넓다. 욕실 바닥이 따끈하고 뽀송 뽀송한 것도 특징이다.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길고 추운 겨울을 감안해 러시아 최초로 한국형 온열바닥과 비데를 설치해 놨다. 객실 문짝도 하나에 약 1000만원 상당의 3중 방음 문이다.
레스토랑 역시 6성급에 걸맞다. 미슐랭 3스타급 오너셰프 피에르 가니에르의 ‘르 메뉴’와 뉴욕풍의 현대식 퓨전 일식당 ‘메구’를 들여 왔다.
자동차가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를 갖춰 신차발표회가 가능한 모스크바 호텔업계 최고 크기의 연회장, 6개의 중소연회장, 화상회의가 가능한 클럽라운지 등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온갖 시설도 착실하게 갖췄다.
모스크바 호텔 중 가장 큰 피트니스 센터와 천장에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반짝이는 실내 수영장도 있다. 이 호화로운 호텔을 짓는 데는 약 3억불(한화 약 3500억 원) 정도가 투자됐고, 공사에는 3년이 소요됐다.
![]() |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머물렀던 로열 스위트룸. 창문에는 방탄 유리가 장착되어 있고, 거실의 피아노는 1억원짜리 명품이다. |
▲모스크바 공략 위한 전략 무기는 ‘격이 다른 서비스’
초호화급 시설과 함께 롯데호텔이 러시아 시장에 내세우는 주무기는 ‘격이 다른 서비스’다. 불친절이 당연시 되는 것이 공산권이었던 러시아 서비스업계의 실상.
하지만,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다르다. 복도에서 만나는 직원들이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레스토랑에서 직원들과 눈을 맞추면 0.5초 만에 달려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파견된 베테랑급 호텔리어 50여 명이 서비스를 교육한 결과다. 롯데호텔의 인사 매뉴얼인 15도, 45도 인사법과 미소법도 모든 직원이 익혔다. 교육에는 약 10억원이 들었다.
좌상봉 롯데호텔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들의 서비스 수준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미 훨씬 뛰어 넘었다.”며 “서구 호텔들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일본 호텔직원들의 섬세함과 한국인 특유의 순발력과 유연함이 결합한 ‘맞춤 서비스’는 우리의 가장 큰 무기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13일 열린 오픈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험난했던 오픈 과정
인·허가 과정이 까다롭고 정치적 변화가 많았던 러시아에서 호텔을 여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온갖 고비를 넘기며 호텔을 오픈하는데 무려 15년이 걸렸다.
롯데그룹이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소련 대표팀을 후원하며 부터다. 그 후에도 롯데는 볼쇼이 아이스발레단을 초청하고 90년대에는 100만 달러어치 과자를 러시아에 기증했다.
이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외협력 담당 부시장이 바로 푸틴이었다. 이후 푸틴은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롯데호텔에 투숙하곤 했다. 롯데가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던 원동력은 이 같은 관계를 착실하게 다져 놨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의 거침없는 비상
한, 러 수교 20주년을 맞은 올해 모스크바에 첫 해외 체인 호텔을 오픈한 롯데의 행보는 거침없다.
좌상봉 대표는 “국내외에 20여 개의 체인호텔을 운영할 계획이고, 외국계 호텔체인에 맞서 반드시 토종 호텔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다.”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 기업의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지금도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구 대우호텔 인수를 위한 실사단이 파견되어 있고 2014년에는 중국 심양 등지에 체인호텔을 차례로 오픈할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13일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 이윤호 주러 한국대사 등이 참석한 그랜드오픈식에서 “한국의 5대 재벌기업 가운데 하나인 롯데는 현재 세계적인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러시아는 롯데그룹의 세계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마켓이다.”라며 “러시아 내에서의 롯데의 비즈니스는 이제 겨우 시작단계다. 향후 더 많은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모스크바(러시아)=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