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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신선함 넘어선 혼란의 2시간30분

입력 : 2009-10-31 10:33:58 수정 : 2009-10-31 1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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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감독 정승구)에게서 신선하다는 첫 인상을 받았다.

젊은이의 방황을 섹스로 풀어낸 영화는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졌다. ‘펜트하우스 코끼리’도 마케팅으로 부각된 측면으로 봤을 때는 그것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헤어진 애인에게 집착하는 현우(장혁), 섹스에 중독된 성형외과 의사 민석(조동혁), 친구의 아내 수연(이민정)을 탐하는 진혁(이상우) 등 인물설정이 무척 자극적이다.

그런데 실제 공개된 영화는 그렇게 진부하지 않다.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 욕망에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리는 악몽을 현실 속에 표현해 내는 등 인상적으로 연출됐다.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간다. 마치 미국의 데이빗 린치 영화를 보는 듯 몽롱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부유층의 허상을 꼬집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영화 속 장혁은 뒤틀어진 세상을 향해 마음껏 독설을 퍼부어댄다. 시각효과도 특별하다. 사진작가로 등장하는 장혁의 공간, 벽에 붙여놓은 사진들이 코끼리로 변하는 장면 등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이를 통해 영화의 주제를 표출한다. 섹스중독에 대해 심리치료를 하는 정신과 의사가 다른 한 손으로는 컴퓨터로 인터넷 도박을 하는 모습을 비춰주는 등 곱씹어볼만한 컷들이 많다.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매너리즘에 빠진 듯 비슷한 상품들이 찍혀 나오는 한국 상업영화계의 대안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중반 이후 급격하게 균형을 잃어버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특히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함께 미쳐가는 것처럼 보인다. 등장인물들은 갈팡질팡 횡설수설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장면들이 연속해서 등장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장혁, 조동혁, 이상우 등 남자들의 연기가 나름대로 안정적인 삼각편대를 구성하고 있는 반면, 포인트로 작용해야 할 여배우들이 눈요깃거리 이상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영화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특히 세 남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매력을 발산해야 할 이민정의 어색한 연기가 도드라진다. 극중 완벽한 여자라는 설정을 명품 옷과 화장으로만 표현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난 장자연에 대한 묘사도 무척 불편하다. 망자의 적나라한 나신을 영화 속에서 보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나,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영화의 장르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슬아슬 어지럽다. 처음에는 사랑, 성장영화의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중반이후 미스터리, 스릴러로 변해가더니 막장에는 SF 판타지적 설정까지 등장한다.

이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킬 생각이 없었다면 상업영화이기를 포기해야만 한다. 그런데 정승구 감독은 작가적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해 보인다. 그래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해받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지나치게 길다. 2시간30분에 가까운 영화 러닝타임을 온전한 정신으로 견딜 수 있는 관객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신선한 영화라고 평가해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한계를 넘어버렸다.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조절’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11월5일 개봉.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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