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애자’(정기훈 감독, 시리우스픽쳐스 제작)는 엄마와 딸이라는 두 여자가 사사건건 벌이는 대립이 현실에 가깝게 묘사되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에게 있어 가족이라는 두터운 울타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센’ 캐릭터에 누구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 최강희와 전성기 시절 최고의 미모를 자랑했던 중견 여배우 김영애의 호흡이 자꾸만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배우 최강희와 김영애가 역시 지지고 볶으며 징글징글 싸우는 애자와 그의 엄마 영희 역으로 변이된 장면들이 머릿 속에 각인되다가 어느 순간 두 사람의 화해가 감동으로 승화한다. 특히 최강희는 이 작품을 통해 여자보다는 사람으로서의 매력을 진하게 보여준다.

고교 시절부터 ‘부산의 톨스토이’로 이름을 날린 필력의 소유자 박애자는 소설가의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온다. 그러나 현실은 비참하기만 하다. 바람둥이 남자친구에 산더미 같은 빚만 남은 스물아홉 애자는 그렇게 갑갑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간다.
그런 애자는 단 하나밖에 없는 엄마 영희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다. ‘소설 써서 빤스 한 장이라도 사봤나!’라고 구박하는 엄마 영희와 항상 대립하던 어느날 애자는 엄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병원으로 달려간 애자에게 이것은 시작일뿐이었다.
이번 영화가 연출 데뷔작인 정기훈 감독은 두 배우를 두고 ‘최강희는 선수고 김영애는 귀신이다’는 말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5년 영화 ‘금홍아, 금홍아’로 영화계에 입문한 후 ‘약속’ ‘와일드 카드’ 등의 작품에서 연출부로 활동한 정 감독은 오랜 경력답게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연출력을 이번 작품에서 과시한다. 아들이든 딸이든 엄마 손 붙잡고 꼭 한번 극장에 들러 봐야 할 영화로 강추한다. 9월10일 개봉.
스포츠월드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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