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국민노예’로 거듭난 정현욱(31)이 삼성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년 간 최고의 소방수로 뒷문을 책임진 오승환을 능가할 정도다.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LG전 8회 1사 1루 구원투수 정현욱이 마운드에 오르자 3루쪽 삼성 응원석에서 때아닌 캐럴이 흘러나왔다. ‘노∼엘, 노∼엘’이라는 캐럴 ‘저 들밖에 한밤중에(The First Noel)’의 후렴구였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노∼엘’이 아니라 ‘노∼예’였다. ‘노∼예, 노∼예, 삼성의 정현욱 오셨네’라며 개사해서 부르는 것이었다. 정현욱이 8회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9회에도 등판해 컨디션이 안좋은 오승환 대신 마무리 역할까지 하자 대구구장에서는 이 ‘노예송’ 3번이나 합창됐다.
9회초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 오승환이 몸을 풀 때도 팬들은 정현욱을 연호했고, 결국 기대대로 정현욱이 2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날 개막전에도 두 타자를 잡고 홀드를 기록했던 정현욱은 이틀동안 아웃카운트 8개 중 7개를 삼진으로 잡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뽐냈다. 최고 153까지 찍히는 무거운 직구와 140에 이르는 예리한 스플리터, 좌우 코너를 찌르는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선동렬 감독이 신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현욱은 ‘노예송’에 대해 민망한 듯 “하지말라고 (구단 쪽에) 부탁했는데”라며 수줍게 웃어보였지만 “팬들이 원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구단 직원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싫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맹활약해 ‘노예’라는 별명과 함께 늦깎이 스타 반열에 올랐던 정현욱이 올해는 마무리 역할까지 소화하며 ‘노예송’의 찬양 속에 진정한 ‘국민노예’로 신분상승을 하고 있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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