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선종화같은 여백의 미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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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모호함' 캔버스에 아크릴 2008(왼쪽), '그리움' 캔버스에 아크릴 2008 |
새끼손가락 만한 두께의 정사각형 우윳빛 아크릴판(22×22cm) 왼쪽 상단에 둥그런 검정 달이 떠 있다. 아크릴판 너머로는 열대나무인지 난초인지 구분이 안 가는 물체가 희미하게 보인다. 신기루를 보는 듯하다. 캔버스와 아크릴판이 만들어낸 절묘한 ‘모호함’이다.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와 아크릴에 표현된 상징이 사는 게 다 그렇듯 공존도 하고 반목도 하는 듯하다. 두 대상이 서로를 수구초심인양 그리워하기도 하고 작품을 보는 이를 절절한 그리움의 웅덩이로 빠뜨리기도 한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멋쟁이’ 예술가의 눈에 삶은 모호함으로 다가왔고 이를 작품에 반영한 결과다.
그가 해석해낸 ‘그리움’은 어떠한 그리움일까. 회색 그리움일까, 빨간 그리움일까. 아니다. 그의 그리움은 구체적인 대상을 향한 ‘그리움’이 아니다. 불특정의 모호한 대상을 향한 ‘그리움’인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 간 작가의 주된 작품 주제였다. 그리움은 때때로 ‘슬픔’을 동반한다.
차력사는 우주의 에너지(氣)를 빌려 입이 떡 벌어질 괴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김태호 또한 대상에게서 힘과 에너지를 빌려와 그 대상을 변형하거나 집약한다. 그의 힘과 에너지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살아서 숨쉬는 유기체다. 그래서 바다처럼 서로 다른 것들을 모두 포용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그의 괴력은 ‘비움’에서 나온다. 그는 비움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을 회화와 입체 등 다양한 매체에 설치해 표현한다.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면서도 ‘다 채워지지 않은 비움’의 힘과 에너지에 주목하는 그다.
그는 이성적 논리보다 직감을 더 중요시하는 작가로, 미술은 무엇보다 정서의 표현이라고 믿는다. 이번 전시에선 매우 사색적이고 정적이며 감각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치 한 편의 선종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가톨릭신자로서 한때 불교에 심취한 경험 탓이다.
김영나 서울대 교수(고고미술사학)는 “김태호의 작품들은 미니멀한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마치 남송시대 말기 선종화처럼 생략함으로써 많은 것을 시사하는 그러한 분위기를 준다”며 “내용의 서정성을 지나치게 노출하지 않으면서 형식에 관한 나름대로의 전략을 깔끔하게 구사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김태호는 서울대 미술대학과 파리 제8대학 조형예술학부 석사과정(M.F.A)을 졸업했다. 현재 서울여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6년의 금호미술관 초대 개인전을 비롯, 9회의 개인전을 서울과 파리에서 가졌고, 그 외에 제19회 상파울로 국제 비엔날레 및 한국 현대미술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한국 현대 초대작가 초대전(그리스 아테네, 그리스), 한국 미술 2001-회화의 복원(중국 광쩌우미술관) 등 100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02)3210-0467
스포츠월드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사진제공=리씨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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