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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시련딛은 개그맨 조정현 “절망은 의지와 희망을 꺽지 못했다”

입력 : 2008-03-30 22:14:22 수정 : 2008-03-30 22: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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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개그맨 조정현은 기적의 사나이다. 또한 멋진 남자다. 조정현은 불굴의 의지와 희망, 따뜻한 마음으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999년 뇌출혈로 쓰러졌던 조정현이 가망이 없다는 절망을 극복하고 일어선 것. 게다가 거동과 일상적인 대화가 아직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봉사활동을 앞장서서 펼쳐 연예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런 조정현이 최근 본지를 직접 찾아 지난 10년여 간의 인생살이를 털어놨다. 만나자마자 기자를 보고 먼저 환하게 웃어주는 그는 반신이 마비된 탓에 말을 한마디 이상 길게 이어가긴 힘들었지만, 오히려 얼굴엔 여유로움이 보였다. 대신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회사 직원을 동반했고,  이력서를 양복 안 주머니에서 한손으로 주섬주섬 꺼냈다. 약 20년 전의 빛바랜 증명사진이 붙어있는 그의 이력서에는 그동안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4장에 걸쳐 가득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인생의 큰 고비를 넘겼으니 먼저 건강 상태를 조심스럽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70% 정도 회복됐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조정현은 “쓰러질 당시에는 젊었기 때문에 고혈압이 올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쓰러진 후에도 내 상태를 실감하지 못했다. 장애 2급 복지카드가 오고 나서야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만큼이나 회복한 것은 수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힘든 일이었다. 주위에선 모두들 가망없다고 했다. 조정현처럼 회복한 것은 드문 케이스. 조정현은 쓰러진 직후부터 현재까지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아오고 있다. ㈜아름다운 기업 정현탑웨딩홀시티의 회장으로 웨딩사업을 하고 있고, 장애인과 불우이웃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조정현은 “개그할 적에 MBC 신종인 부사장이 너는 사막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사람이라고 말했다”며 “자신을 지금까지 오도록 한 것은 굳은 의지였다”고 설명했다.

 물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6개월 정도 위가 아파 몸이 약해졌을 때는 이루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그를 믿고 의지하는 직원들 때문. 어머니에 대한 말을 잇지 못하고 “문동숙 81세”라고 힘겹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선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또한 그는 “봉사갈 때의 뿌듯함을 잊을 수가 없다”며 힘들 때마다 봉사가 그의 삶을 이끌었다고 했다.

 실제로 조정현은 개그활동을 하던 때부터 현재까지 15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왔다. 쓰러지기 전에는 대전 엑스포, 대구 가스폭발사건,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구조 및 지원 등의 자원봉사로 여러 시와 단체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쓰러진 후 한 봉사활동에 비하면 약소하다. 조정현은 지난 2001년 장애인과 더불어사는 모임에 취임한 후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더욱 많은 일을 했다. 지난 2003, 2004, 2008년 서울시에서 표창창과 감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신의 몸도 불편한 상태에서 남을 돕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이에 대해 조정현은 “그냥 몸에 배었을 뿐이다. 특히 장애인이 돼보니 직접 피부에 와닿는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겸손해 했다. 웨딩홀에는 장애인용 오르막을 설치하고, 1년에 2∼3차례 장애인 1000명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해왔다. 최근엔 불편한 몸을 이끌고 태안으로 가서 봉사를 몸으로 직접 실천하기도 했다.

 
조정현은 개그에 대한 그리움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조정현은 “같이 활동하던 김정렬, 이봉원, 최양락 등이 나와서 웃기는 것을 볼 때마다 나도 저 자리에 있고 싶다. 3년이 지나면 꽁트 한 마디는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언젠가 개그 무대에 꼭 한번 서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점이 가장 후회스러웠냐는 질문에 그는 “나를 좋아해 준 이홍렬, 김병조 선배를 아프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며 잃어버린 건강을 안타까워 했다.

 현재의 조정현이 가장 바라는 것은 가족들의 행복이다. 그는 “누나와 엄마 등 가족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 나 때문에 많이 슬퍼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건강해져야 한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기자에겐 봉사활동을 나가면 꼭 해준다는 조정현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로 다가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와 희망이다. 그리고 용기를 잃지 말아라.”

 글 탁진현 사진 전경우 기자 tak0427@sportsworldi.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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