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한병기 무예이야기]무술과 기공의 차이

입력 : 2006-01-01 14:22:00 수정 : 2006-01-01 14:22:0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무술은 객관적 검증 가능, 기공은 개인적이고 주관적 “장풍 쏠 수 있어요?”
무술을 한다고 하면 흔하게 듣는 우스갯소리다. 물론 장풍과 하늘을 나는 고수들의 모습은 소설과 영화에만 나온다. 무협소설의 주인공은 무공을 얻기 위해 동작의 훈련뿐만이 아니라 내공의 증진에도 힘쓴다.
단전을 중심으로 운기조식을 하면 축기가 되는데 이 기운은 온 몸의 경혈을 따라 돌면서 모든 무술동작의 뿌리가 되며 구결과 주문에 따라 기를 발사할 수도 흡수할 수도 있게 된다.
기를 수련하는 것을 기공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수련한다는 것은 정신수양을 한다는 것처럼 뜬 구름 잡는 행위이며 주관적인 편견이 많이 작용할 수 있고 그만큼 성과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여 자기만족으로 끝날 수 있다.
기공(氣功)은 현대중국에서 단전호흡이나 축기, 양생술 등 기를 중심으로 수련하는 분야를 총칭하는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이다.
원래 무술과 기공은 관련이 없다. 무술은 외부로 발산할 수 있고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반면에 기공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심지어 종교적이다. 세계의 많은 무술가운데 유독 중국무술은 동양의학과 결합하여 무술 이상의 것을 말하고 있다. 중국무술과 기공의 결합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병법의 한 분야이며 전투기술이었던 무술은 화약무기의 발달로 점차 효용성을 잃게 되었다.



대표적인 내가무술인 태극권

도검창으로 전쟁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무술은 병법을 떠나 건강, 양생적인 면을 강조하게 되었고 기공의 조류와 만나면서 중국무술만의 독특한 현상인 내가권을 탄생시킨다. 내가권(內家拳)은 힘과 스피드가 중점이 아닌 몸에 쌓인 내공의 유무를 중요시한다. 최근에 이 내공은 예술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흔히 소림권은 외가권으로 팔괘장, 태극권은 내가권으로 분류한다. 외가와 내가의 융합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이런 구분이 무의미해졌지만 내가권의 탄생은 초기부터 수많은 무술가들의 영감과 혹은 상업적인 동기를 자극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기공이 사양길에 있다. 80년대 중국은 기공열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공들의 전성기였고 숫자도 많았다. 유명한 기공으로는 소림일지선을 비롯해 학상장, 소림역근경 등이 있었고 중국정부의 탄압으로 유명해진 법륜공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의 숨은 노력으로 기공열은 태극권 수련과 같은 부문으로 흘러들어갔다. 기공의 긍정적인 면을 계승하고 부정적인 면을 지양한 무술들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합리적인 커리큘럼의 형성과 지도자의 배출로 중국문화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기공은 체조와 유사하지만 지나치면 사이비 종교화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법륜공이 탄압받은 것은 정치적인 결속을 우려해서도 있지만 20세기 초반, 의화단의 난 같은 아픈 기억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의화단의 난은 당시 귀도주의(鬼道主義)로 비판받을 만큼 중국 내부에서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귀도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무술을 봉건적인 미신으로 치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공을 수련하고 기를 단련하면 근육과 뼈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까. 기공에도 이론이 많으며 같은 사람의 몸에 대해 다른 수련법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은 틀릴까.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사람 몸의 신비는 우주처럼 풀리지 않은 부분이 더 많으며 다양한 가설을 적용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올 만큼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한 지 50만년이 넘었지만 아직 제대로 걷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무술과 기공의 결합과 내공의 유무에 대한 성공여부와 객관적인 검증은 아직 요원하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

무예칼럼니스트 pagua69@paran.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