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부터 제대로 일을 냈다. 정은경·박수린 작가는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한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에 김혜수·조여정 등 꿈꾸던 배우들과 이창희 감독까지 만나면서 쿠팡플레이 역대급 흥행이라는 기분 좋은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정은경, 박수린 작가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4일 최종화를 공개한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배우 김혜수, 조여정, 김지훈, 김재철이 주연 호흡을 나누며 호평 받았다. 공개 기간 내내 쿠팡플레이 인기작 부동의 1위를 굳건히 지킨 것은 물론 쿠팡플레이 시리즈 역대 누적 시청량 1위를 달성했다. 8월 쿠팡플레이 역대 최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명 달성(모바일인덱스, 와이즈앱 기준)을 견인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두 작가는 “아직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 종영이 믿기지가 않는다. 저희가 작업한 결과물이 대중에 공개됐고, 반응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감은 안 난다. 다행히 반응이 좋은 것 같아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두 작가 모두 이번 작품이 입봉작이다. 정은경 작가가 10여년 전 영화 시나리오로 써놓은 대본이 수정에 수정을 거쳐 시리즈 대본으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박수린 작가가 합류했다. 과거 박 작가가 웹드라마를 연출했을 때 정 작가가 스크립터였다.
정 작가는 “저도 드라마는 처음 써보는 것이다 보니까 제작사 대표님이 누군가 도움을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셔서 박 작가님이 생각났다. 과거에 웹드라마 작업을 했을 때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었고, 작업하면서 제가 이상한 길로 갈 것 같을 때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해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완성한 글이 쿠팡플레이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은 환호와 감동 그자체였다. 박 작가는 “제가 반응이 큰 사람이 아닌데 너무 들떠서 소리를 지르고 막 웃었던 기억이 난다”며 “사실 굉장히 막막했었다. 데뷔작이기도 하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누가 우리 글을 좋아해 줄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막막했다”고 돌아봤다.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탄생하는 데 이어 김혜수와 조여정 등 국내 최고의 배우들까지 가세했다. 정 작가는 “SNS에서 어느 분이 글 쓰신 걸 봤는데 ‘나 같으면 대본을 썼는데 캐릭터에 김혜수, 조여정 붙였으면 승천하겠다’고 하더라. 제 마음과 똑같았다. 진짜 승천하는 기분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사실 처음에 기획했을 때도 김혜수 같은 배우가 해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도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분이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굳건하고 멋지게 자리를 잡고 계시지 않나”라며 “감독님과 처음 회의를 할 때 ‘혹시 배우로 누구 생각한 사람이 있냐’ 했을 때 ‘ 신인 작가가 이 이름을 말해도 될까’ 싶은 마음으로 쑥스러워하면서 김혜수 이름을 말했던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근데 (배우가) 대본을 읽고 재미있다고 해 주시니까 저희끼리 소리 지르면서 좋아했다”고 했고, 박 작가는 “저는 당시에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가 전화를 받고 기뻐서 소고기를 쐈다”고 미소 지었다.
역대급 라인업이 완성되고 난 후 글 쓰는 작업 또한 탄력이 붙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글을 쓸 정 작가는 “그림이 생기니 조금 더 편해졌다. 원래 대사를 쓸 때는 아무 예상이 안 되거나 아예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면 조금 더 대사를 써야 될 것 같고, 더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김혜수가 말하면 너무 멋질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확실히 조금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또 김지훈 얼굴을 떠올리면서 쓰니까 얼마나 외형적으로도 멋지고, 여러 귀여운 모습도 잘 보여줄지 눈에 선하기도 했다. 경희(김혜수)랑 수정(조여정)이 서 있는 모습도 상상이 잘 되니까 좋았다. 배우들이 확실히 본인의 매력을 투영해서 채워주는 면도 많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예지(전시현), 민서(도영서) 역할을 맡은 아이들도 너무 찰떡같이 잘해줬다. 귀엽게 서로 잘 어울리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그게 이루어지니까 너무 좋더라. 당돌하게 연기를 잘해줘서 만족스러웠다. 나도, 나솔(박량우) 역할도 거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캐스팅을 정말 잘하셨다. 최상철(이두석) 변호사 역할도 어디서 저렇게 얄미운 사람을 데려왔나 싶을 정도로 몸을 굉장히 잘 썼다”고 배우 모두에게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혜수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로 출연 결심 이유로 하나같이 대본의 완성도를 꼽았다. 실제로 배우들 모두 현장에서부터 홍보 단계에 이르기까지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박 작가는 “김혜수의 촬영 날에 현장에 갔었는데 7, 8부가 처음 나온 날이었다. 배우들 뒤에 저희가 있었는데 대본 칭찬을 계속 해줬다. 뒤에서 저희끼리 너무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7회에 다 같이 모이는 장면이 너무 재밌을 것 같고, 벌써부터 신난다고 얘기하셔서 덩달아 신이 났다”고 웃으며 떠올렸다.
그러면서 “김혜수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 말들을 계속 기억해두고 있다가 자존감이 떨어질 때 다시 듣고 싶었고, 앞으로 더 매진해서 좋은 작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완성도 있는 대본은 이창희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OCN ‘타인은 지옥이다’ 등 장르물에서 신선한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이 감독은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블랙코미디물에서도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가감 없이 선보였다.
정 작가는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하실 거라는 것에는 이전 작품들을 봤을 때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사실 이전 작품에도 은근히 코미디가 이미 있다. 그래서 왠지 잘해주실 것 같았다. 그리고 감독님이 웃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잘하실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아이디어가 좋으시고 특히 감독님 연출 중에 좋아하는 건 잠깐 등장하는 사람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것”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정의 병원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도 저희는 그냥 사진을 찍는다고만 했다. 그런데 간호사들이 셀카를 찍고 다양하게 사진을 찍는 건 다 감독님이 넣으신 거고, 휴대폰 숨기러 한강에 간 장면에서는 뒤에 조깅하는 사람이 쓰러지려고 하는 등 이런 작은 깨알 디테일을 디테일을 굉장히 많이 넣는 게 좋았다. 엑스트라가 걷고 있는 게 아니라 장면 안에 실제로 현실의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또 “경희와 재홍이 집에서 요가하는 장면은 김지훈이 캐스팅되고 나서 워낙 몸을 잘 쓰니까 요가로 바꾼 거다. 드라마에서는 수정이가 혼자 걸어 나올 때 요가 동작을 똑같이 하는데, ‘그 두 사람이 요가도 같이 했겠구나’라는 게 느껴져서 그런 디테일이 상당히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최고의 호흡과 탄탄한 대본을 보여줬던 두 사람이다. 추후 작품에 더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차기작에 대해 두 사람은 “저희끼리 작업하고 있는 건 있다. 많은 연락 부탁드리겠다”고 웃으며 기대를 당부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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