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보고 ‘필승조’라고 하시는데, 감독님이 장난치시는 건지 진짜인지 아직 헷갈려요(웃음).”
이강철 프로야구 KT 감독은 요즘 우완 사이드암 김정운을 볼 때면 “필승조!”라며 반긴다. 한때 가능성만 품은 1라운드 유망주였지만, 이제 치열한 선두 경쟁의 승부처를 맡는 불펜 카드로 올라섰다. 곧 마무리 박영현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우면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 있다.
9일까지 올 시즌 1군에서 10경기에 등판해 10이닝을 소화하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3.60을 써냈다. 아직 ‘필승조’라는 호칭이 낯설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자세만큼은 분명해졌다. 김정운은 “중요한 순간에 저를 올려주신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언제 나가든 제 공만 던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4년 전 김정운은 대구고 에이스이자 청소년대표로 이름을 날린 언더핸드 기대주였다. KT는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그를 품었다. 하지만 프로에 발을 들이자 예상과 다른 시간이 펼쳐졌다.
첫걸음부터 길을 잃었다. 입단 직후 투구폼에 변화를 주면서 익숙했던 감각이 무너졌다. 고교 때 한 번도 약점이라 여기지 않았던 제구까지 흔들렸다. 스스로를 향한 의심도 깊어졌다. 김정운은 “야구를 처음 하는 것 같았다. 폼을 바꾸니까 포수에게 공을 던지는 것조차 너무 어려웠다”며 “이게 맞나 고민했고, 솔직히 (야구선수를) 그만할까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돌아봤다.
버팀목은 홍성용 퓨처스팀(2군) 코치였다. 익산에서 김정운을 지도했던 홍 코치는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 중에도 꾸준히 연락하며 “잘할 수 있는 선수니까 더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정운은 “결과가 하나씩 나오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던지면서 제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긴 시행착오 끝에 투구폼도 제자리를 찾았다. 고교 시절보다 팔 각도를 끌어올린 현재의 폼에 익숙해지면서 구속과 편안함을 함께 얻었다. 김정운은 “중간에 예전 폼으로 돌아가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미련이 없다”며 “계속 위에서 던지다 보니 오히려 더 편하고 구속도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구의 움직임도 전형적인 사이드암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사이드암은 보통 횡 무브먼트가 큰데, 제 공은 오버핸드 투수의 직구처럼 들어온다는 말을 포수들에게 많이 듣는다”며 “이 중간 지점에서 나오는 공이 내 장점인 것 같다. 타자들도 조금 더 헷갈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구와 짝을 이루는 체인지업에는 더욱 확신이 붙었다. 시즌 초 1군에서 체인지업의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이때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은 “달라진 게 없으니 하던 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다시 절치부심하며 구종을 갈고닦았다. 이제는 “3볼에서도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이 생겼을 정도다.
결국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을 믿는 힘이다. 김정운은 “데뷔 시즌에는 나 자신과 싸우기 바빠 공을 던지는 데만 급급했다”며 “지금은 내가 어떻게 던지는지 제대로 복기하고, 내 공에도 자신이 있다. 조금씩 타자와 싸우는 법을 알아가는 느낌”이라고 미소 지었다.
KT에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간이 다가온다. 매 경기가 살얼음판 순위싸움의 연속이다. 이 한복판에서 김정운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4년을 돌아 비로소 ‘내 공’을 찾은 만큼 기대도 부푼다. 그는 “우승권이 눈앞에 있으니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더 차분하게 제 것만 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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