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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끝내기 홈런이 만루포…“어떻게 쳤는지 모르겠어요” 키움 김재현의 인생 한 방

입력 : 2026-08-23 18:19:00 수정 : 2026-08-23 20: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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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다시 치라고 하면 못 칠 것 같아요(웃음).”

 

자기 자신조차 믿기 어려운, 큼지막한 아치다. 올 시즌 프로야구 1군보다 퓨처스팀(2군)이 더 익숙했던 베테랑 포수 김재현이 생애 첫 끝내기 홈런으로 ‘인생 경기’를 만들었다. 그것도 팀을 5점 차 패배 직전에서 건져낸 만루포였다.

 

김재현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서 끝난 KIA와의 홈경기에서 4-7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최근 마무리로 변신해 위력을 떨치던 이의리. 심지어 앞선 여동욱이 전광판에 시속 157㎞가 찍힌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직후였다.

 

머릿속은 오히려 단순했다. 경기 뒤 김재현은 “내가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되겠구나 싶었다. 삼진만 당하지 말고 공을 한번 맞혀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처음부터 제대로 맞힐 자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빠른 공에 두 차례 헛스윙한 뒤에는 더 욕심을 버렸다. 김재현은 “아예 안 맞을 것 같더라. 변화구가 오면 삼진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공을 앞에서 맞혀보자고 했다”며 “저도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 단순함이 도리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의리의 강속구를 파울로 걷어내며 버틴 김재현은 7구째 시속 155㎞ 몸쪽 높은 직구를 공략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키움이 8-7 끝내기 승리를 완성한 순간이다.

 

정작 김재현은 공이 넘어가는 순간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는 “타구가 안 보였다. 돌면서 사람들이 ‘우와’ 하는 소리를 듣고 넘어간 줄 알았다. 갑자기 조명이 꺼지는 걸 보고 알았다”고 했다.

 

김재현의 프로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이자 첫 만루홈런이었다. KBO리그 역대 26번째 끝내기 만루포. 홈런 자체도 2022년 5월25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1551일 만이었다.

 

더욱 극적이었던 건 올 시즌 그의 위치다. 이날 전까지 1군에서 6경기, 나아가 1할 타율(10타수 1안타)에 그쳤다.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0.193으로 방망이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지난 15일에야 다시 1군에 올라왔다. 주전 김건희를 뒤에서 받치는 베테랑 백업 포수 역할이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재현은 이 자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건희가 워낙 잘한다. 경쟁하려고 했는데 습득력도 빠르고 뛰어나더라”며 “이제 (경쟁하겠다는) 그런 욕심은 없다. 수비적으로 물어보는 게 있으면 알려주고, 벤치에서는 어린 선수들에게 준비하라고 이야기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기에 더 나가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출전 기회가 오면 그때 자신의 몫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재현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2군에서 마음가짐을 바꾸게 해준 조언도 있었다. 오윤 고양 퓨처스팀 감독이 대표적이다. 김재현에 따르면 “너무 소극적으로 하지 말고 그냥 막 쳐라”는 말을 들으면서 결과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는 설명이다.

 

김재현은 주저 없이 “야구하면서 오늘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인생 경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후배들을 먼저 떠올렸다. “2군에 있는 선수들도 ‘나가면 할 수 있구나’ 하는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척=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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