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첫 공개한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배우 김혜수와 김지훈이 인플루언서 부부, 배우 조여정과 김재철이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이창희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탄탄한 대본이 시너지를 이루며 공개 후 호평 일색이다. 이를 증명하듯 공개 첫 주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에 오른 데 이어 이후 시청량이 169%나 증가했다. 역대 쿠팡플레이 시리즈 누적 시청량 1위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반응을 사실 안 찾아보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더라”라며 “큰 이슈는 없었기 때문에 반응은 예측한 대로 나왔다. 반응이 더 많이 나와서 화제성이 더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6부 후반부터 굉장히 휘몰아치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등 장르물을 주로 연출했던 이 감독이 블랙코미디로 돌아왔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번 작품에서 빅클로즈업 샷 등 과감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선보이며 시청자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이 감독은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많은 분이 제가 연출을 하면 작품이 너무 어두워질까 봐 걱정했다”며 “작품의 톤 앤 매너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예전보다는 가볍게 가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 자체가 어둡기보다는 굉장히 활력 넘치는 사람들이 밑바닥에서부터 드러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은 밝아질 것 같더라. 그래서 연출도 의도적으로 ‘밝게 해야지’라기보단 편하게 했다. 늘 하던 방식대로 했는데 보여지는 것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더 밝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김혜수, 조여정, 김지훈, 김재철까지. 4명의 주연 배우 모두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이다. 현장에서 감독으로서 쾌감도 느껴졌을 터. 이 감독 또한 연기 호흡에서 오는 시너지를 강조했다. 그는 “배우가 혼자 나와 감독과 함께 장면을 만들어갈 때는 살짝 외로울 때가 있다”며 “배우도 자신의 연기가 맞는지 고민하고, 연출자 역시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계속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심이 많이 나올수록 당연히 연기는 잘 나올 거라고 확신한다”면서도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배우들이 서로 뭉쳤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나온다는 거다. 그랬을 때 연기를 잘하고 있다는 걸 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지금 호흡을 맞추면서 좋아지고 몰입하고 있구나를 여럿이 모였을 때 비로소 알게 되더라”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도 가면 갈수록 여러 배우가 붙으면서 서로 대립하고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연출자로서 제가 계산하지 않았던 것들이나 채우지 못했던 빈자리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으로 채워지는 데서 쾌감을 많이 느꼈다”며 “뒤로 갈수록 기대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수, 조여정, 김지훈 세 배우는 모두 김재철을 비밀병기로 꼽았다. 이 감독은 “김재철은 전작에서 보여준 무거운 톤과 무섭게 생긴 외모 때문에 굉장히 근엄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는 정말 웃긴 사람”이라며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위트와 재치가 엄청나다”고 칭찬했다.
이어 “김재철의 그런 모습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던 것 같다”며 “거기에 조금 더 바람기 있고 느끼한 캐릭터를 얹었다”고 설명했다.
김재철의 실제 성격과 캐릭터의 결이 맞아떨어지면서 현장에서도 남다른 시너지가 나왔다고 했다. 이 감독은 “본인이 기존에 했던 작품들과 달리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상황에 굉장히 몰입해서 연기했다”며 “현장에서 몰입하는고 즐거워하는 게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애드리브도 많이 나왔고 대본 이상의 것을 만들어줬다”며 “대본만 봤을 때는 이 장면이 그렇게 재미있지 않은데도 김재철이 하니까 너무 재미있었던 신들이 있었다. 아마 7부와 8부에서 굉장히 많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며 김재철의 활약을 예고했다.
극 중 경희(김혜수)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썅”이라는 욕설을 연신 내뱉는다. 욕설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저급하지는 않은 중간 표현의 욕이다. 이 감독은 “바로 그 캐릭터를 보여주는 딱 한 단어인 것 같다. 경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위기를 겪었겠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대처를 했겠느냐”라며 “우아하지만 크게 말하지는 않는, 더 센 욕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놓지 않고 그럼에도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가장 원초적인 소리가 있다면 그게 아닐까. 일종의 생존 본능의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혜수가 톤도 여러 가지를 준비해서 현장에서 보여줬다. 나중에는 딸도 그런 욕을 한다. 또 다른 재미가 있는데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혜수와 조여정의 캐스팅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 감독은 김혜수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봐온 대스타였고, 모든 연출자들이 언젠가는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선배님”이라며 “워낙 좋아했던 배우였기 때문에 항상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은경 작가가 10년 전에 이 작품을 영화로 썼었고, 그때 생각했던 배우가 김혜수 배우였다고 하더라”라며 “우리가 이 이야기를 공유한 것도 아닌데 너무 우연이었다. 나도 굉장히 좋아했던 배우라 한 번 대본을 드려보는 게 어떨까 했는데, 너무 흔쾌히 (하겠다고 하셔서) 쉽게 캐스팅이 됐다”고 웃었다.
조여정에 대해서는 “워낙 연기를 잘하시고 좋은 작품을 많이 하셨는데 대본을 드릴 때 어떤 역할인지 알려주지 않고 드렸다”며 “그래서 무슨 역할인지, 수정인지 경희인지 물어보셨는데, 김혜수가 한다고 하니까 바로 ‘그럼 뭐든지 하겠다’고 해서 조여정 또한 쉽게 캐스팅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업하면서 ‘역시 조여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디렉팅을 하더라도, 조금 이상한 디렉팅도 정말 잘 소화해내는 소화력이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경희와 수정의 집을 통해서는 두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시각적으로 대비시키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이 감독은 “공간 콘셉트를 가상의 동네로 잡았다”며 “평창동이나 판교는 아니고, 실제 촬영은 경기도 분당에서 했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곳으로 청남동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희와 수정의 집은 구조부터 다르게 설계했다. 이 감독은 “수정의 집은 언덕이 있는 집으로, 벙커 주차장이 있고 그 위에 마당이 있는 구조”라며 “반면 경희의 집은 거의 평지에 지어진 집이다. 1층이 집이고 옆에 주차장이 따로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차이를 같은 공간에 넣어버림으로써 두 집안의 다름을 보여주려 했다”고 부연했다.
두 집의 개방감에서도 차이를 뒀다. 이 감독은 “경희의 공간은 관찰하기 좋고 밖을 쳐다보기도 좋으며 지나가는 사람도 볼 수 있게 오픈돼 있다”며 “반면 수정의 집은 성처럼 막혀 있어서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간의 구조가 두 가족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장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수정의 집은 옛날 건물을 계속 쓰던 곳이라 주차장과 집이 연결돼 있지 않다”며 “주차장까지 걸어가려면 결국 밖으로 나와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두 가족이 만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를 생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집의 방향에도 차이를 뒀다. 이 감독은 “수정의 집은 동향이고 경희는 남향이다. 원래 집들은 남향이어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설계했다”며 “수정의 집은 좀 더 어둡고 앤틱하게 만들어 내면의 수정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경희는 굉장히 밝고 컬러를 많이 사용해 캐릭터를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은 제작사 퍼스트맨스튜디오의 김지연 대표가 지은 제목이라고. 이 감독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제목이 좋았지만 고민은 있었다. 너무 치정물처럼 보이는 것 아닌가 싶었다. 이런 걸 바라는 시청자가 처음 접근할 때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겠나 싶었다”면서도 “그래도 그런 맛으로 가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제목이 이상했어도 계속 보니까 이만한 제목이 없더라”라고 웃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