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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철 원장의 신경백서] 류마티스·장염·피부염 환자의 만성 염증… 자율신경의 연결고리 살펴봐야

입력 : 2026-08-13 11:38:39 수정 : 2026-08-13 11: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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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크론병·궤양성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건선·아토피피부염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갖고 있는 질환 외에도 만성피로, 어지럼증, 두근거림, 소화장애, 수면장애, 식은땀이나 체온조절 이상 등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스트레스나 체력 저하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만성적인 염증과 면역반응이 자율신경계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성 염증질환은 해당 장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예로 들면 주로 관절에 통증과 염증이 발생하지만 실제로는 전신적인 면역·염증질환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는 정상인에 비해 자율신경 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지속적인 염증과 높은 질병활동도는 심혈관계 위험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류마티스 환자에게 발생하는 두근거림이나 운동 시 불편감, 어지럼증 등을 단순한 스트레스성 증상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염증성 장 질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은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면역매개성 질환입니다. 그런데 장과 뇌는 미주신경과 교감신경을 포함한 자율신경계를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실제로 염증성장질환 환자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자율신경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장의 염증은 단순히 복통과 설사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뇌축과 자율신경 조절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선과 아토피 역시 '피부만의 염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건선은 대표적인 만성 면역매개성 피부질환이며 아토피피부염 역시 피부장벽 이상과 면역반응, 말초신경의 과민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입니다.

 

피부에는 혈관과 땀샘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이 분포하며 가려움과 통증을 전달하는 감각신경 또한 면역세포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피부 염증이 심하거나 가려움증이 지속되면 수면장애와 스트레스 반응이 발생하고, 반대로 스트레스와 교감신경 항진이 가려움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건선과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자율신경 지표 변화가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연구 결과만으로 자율신경 이상이 피부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왜 자율신경이 영향받을까

 

면역계와 자율신경계는 서로 독립적인 시스템이 아닙니다. 우리 몸에 염증이 생기면 IL-1β, IL-6, TNF-α와 같은 다양한 염증신호가 생성되고 이 정보는 혈액뿐 아니라 말초신경과 뇌를 통해 전달됩니다. 이에 따라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 이른바 HPA축도 활성화됩니다.

 

반대로 자율신경은 면역반응에도 영향을 줍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주신경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염증반사'입니다. 신경계가 말초의 염증 신호를 감지하고 다시 신경 경로를 통해 면역반응을 조절한다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만성 염증질환에서는 만성 염증 → 면역신호 지속 → 교감신경·HPA축 변화 → 수면·심박수·소화·통증조절 이상 → 신체 스트레스 증가 → 다시 염증 조절능력 변화와 같은 악순환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만성 염증질환 환자의 자율신경 증상, 한 가지 원인 아니야

 

중요한 것은 만성 염증질환 환자에게 나타나는 자율신경 증상이 반드시 염증 하나 때문에 발생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피로와 어지럼증은 염증뿐 아니라 빈혈, 통증, 수면장애, 활동량 감소 또는 치료 약물의 영향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염증성 장 질환에서는 만성 설사로 인한 탈수와 전해질 이상, 빈혈 및 영양결핍 역시 기립성 어지럼증이나 심계항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건선이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는 심한 가려움증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 역시 교감신경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의 증상을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하나의 진단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원인이 되는 만성질환과 전신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의 변수, 스테로이드 치료

 

만성 염증성 질환에서는 염증과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스테로이드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적절한 적응증에서 매우 중요한 치료제입니다.

 

그러나 용량이 높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양한 전신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혈당 상승, 혈압 변화, 체중 증가, 근력 저하, 불면, 불안 및 기분 변화 및 소화불량 등이 있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두근거림, 피로, 불면, 무기력, 운동능력 감소 등 자율신경기능장애 증상과 매우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 자율신경 증상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증상을 기존 질환의 악화로만 해석해서도 안 됩니다.

 

◆스테로이드 장기간 복용 후, 부신기능을 살펴야

 

장기간 외부에서 스테로이드가 공급되면 우리 몸이 스스로 코르티솔을 만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 즉 HPA축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테로이드 용량을 너무 빠르게 줄이거나 갑자기 중단하면 일부 환자에서 부신기능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한 피로와 무기력, 어지럼증, 식욕저하, 메스꺼움, 저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증상은 자율신경기능장애의 증상과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장기간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갑자기 심한 피로와 기립성 어지럼증, 혈압 저하가 나타난다면 단순히 자율신경기능이 악화됐다고 판단하기보다 부신기능과 약물 사용력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장기간 사용한 스테로이드를 임의로 갑자기 중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율신경 치료를 해도 회복이 더딘 환자라면

 

자율신경기능장애 환자 중에는 성상신경차단술이나 약물치료, 운동과 수면을 포함한 자율신경 재활치료를 시행해도 예상보다 회복이 느린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치료 횟수를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왜 이 환자의 자율신경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염증성 장 질환, 건선·아토피 등 만성 염증성 질환이 있거나 장기간 스테로이드와 면역 조절제를 사용한 환자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립 시 혈압과 심박수 변화, 심박변이도와 같은 자율신경 평가뿐 아니라 빈혈과 혈당, 전해질, 갑상선기능, 염증 상태, 영양상태 및 필요하면 부신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율신경기능장애,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하나의 질환 아니야

 

어떤 환자는 스트레스와 수면장애에 따른 기능적인 교감신경 항진이 중심일 수 있고, 어떤 환자는 말초신경 손상이 중심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환자에서는 만성적인 염증과 면역반응 또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내분비·대사 변화가 여러 가지 비율로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복적인 자율신경 치료에도 증상이 잘 회복되지 않는 환자라면 자율신경만 바라보기보다 그 환자가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과 염증 상태, 그리고 복용하고 있는 약물까지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글=오민철 오상신경외과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정리=정희원 기자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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