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日 버블 시대 낭만 품은 타임캡슐… 30년 전 오사카로 체크인

입력 : 2026-08-02 18:30:59 수정 : 2026-08-02 22:35:2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日 ‘더 리츠칼튼 오사카’ 호텔
조지안 양식 귀족 저택 모티브
291개 객실·웨딩·연회장 등 갖춰
풍경·초상화 등 작품 450점 전시
가이드 함께하는 ‘아트 투어’ 운영
후로시키 활용 포장·다도 체험도

절제된 미니멀리즘과 모던함으로 무장한 신상 호텔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클래식의 정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일본 오사카 우메다 지역의 더 리츠칼튼 오사카(이하 리츠칼튼 오사카)로 가보자.

“요즘 오사카에 감각적인 신상 럭셔리 호텔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30년 다 돼가는 옛날 호텔을 찾아간다고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더 리츠칼튼 오사카 곳곳에는 18~19세기 유럽풍 앤티크 가구와 오브제가 배치돼 있다. 정희원 기자
더 리츠칼튼 오사카 곳곳에는 18~19세기 유럽풍 앤티크 가구와 오브제가 배치돼 있다. 정희원 기자

그러나 이곳에서는 오랜 시간이 쌓여야만 만들어지는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영국 신사를 연상시키는 실크햇 차림의 도어맨이 묵직한 문을 직접 열어 투숙객을 맞는다.

 

자동문을 통과해 곧장 로비로 들어가는 요즘 호텔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문턱을 넘는 순간 짙은 목재와 황동 장식,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앤티크 가구가 어우러진 클래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리츠칼튼 오사카의 상징인 실크햇을 쓴 도어맨들이 문을 열어주고 있다. 정희원 기자
리츠칼튼 오사카의 상징인 실크햇을 쓴 도어맨들이 문을 열어주고 있다. 정희원 기자

1997년 문을 연 리츠칼튼 오사카는 역설적인 시간을 품은 공간이다. 호텔에 대한 구상은 일본 경제가 풍요의 정점을 향해 치닫던 1980년대 후반 시작됐다.

 

당시 일본 사회가 생각한 ‘최고급 호텔’은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이나 절제미와는 거리가 있었다. 유럽 귀족의 저택처럼 공간을 회화와 가구, 장식품으로 채우고 서구 상류사회의 격식과 생활문화를 구현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호텔이 실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버블이 무너지고 장기 침체가 이어지던 1997년이었다. 호황기에 구상된 화려한 미감이 불황기에 세상에 나온 셈이다. 그 시차 덕분인지 이곳에는 버블시대 일본이 꿈꿨던 부와 격식에 대한 미감이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짙게 남아 있다.

 

리츠칼튼 오사카는 일본에 처음 들어선 리츠칼튼 호텔이기도 하다. 최초의 호텔에는 브랜드가 새로운 시장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이상과 미학이 비교적 선명하게 담기기 마련이다. 이곳에는 ‘호텔왕’ 세자르 리츠로부터 이어진 ‘유럽식 클래식과 격식 있는 환대’라는 리츠칼튼의 정체성이 일본식 서비스와 함께 이식됐다.

유행에 맞춰 새롭게 꾸민 레트로가 아니라 실제 한 시대의 미감이 긴 시간을 거쳐 이어져 온 공간인 셈이다. 신상 호텔이 잇따라 들어서는 오사카에서 ‘클래식 호텔의 정점’으로 선 이유다. 실제 리츠칼튼 오사카는 ‘2026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호텔 부문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인 5성을 획득한 오사카 유일의 호텔이다.

더 리츠칼튼 오사카 프런트 데스크 뒤편에 1900년대 초 독일 작가 헤르만 코흐가 그린 ‘뜻밖의 방문객’이 걸려 있다. 정희원 기자
더 리츠칼튼 오사카 프런트 데스크 뒤편에 1900년대 초 독일 작가 헤르만 코흐가 그린 ‘뜻밖의 방문객’이 걸려 있다. 정희원 기자

◆자동문도 에스컬레이터도 감췄다…집요하게 구현한 클래식

호텔은 18세기 영국 조지안 양식의 귀족 저택을 모티브로 설계됐다. 좌우 대칭과 균형 잡힌 비례, 높은 천장과 고전적인 몰딩을 중시하는 양식이다. 맥시멀하지만 화려한 장식을 무작정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잘 설계된 배치와 안정적인 구성을 통해 묵직한 격식을 드러낸다.

 

이곳의 클래식은 가구와 조명에 머물지 않고 건축과 동선, 서비스 방식까지 이어진다. 정문을 자동문이 아닌 이중문으로 설계한 것도 같은 이유다. 도어맨이 손님을 직접 맞이하고 문을 열어주는 리츠칼튼의 서비스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에어컨이나 에스컬레이터 같은 현대적인 기계 설비도 가급적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감췄다. 리츠칼튼 오사카 관계자는 “편의를 위한 장치가 공간의 시대적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관에는 18세기 영국에서 확립된 ‘픽처레스크’ 개념을 적용했다. 고층건물이 가득한 우메다 지역에서 산책로와 녹지, 건물을 바라보는 시야를 단계적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어느 각도에서 봐도 한 폭의 풍경처럼 보인다.

짙은 목재와 대리석 벽난로, 앤티크 가구가 어우러진 더 리츠칼튼 오사카의 로비 공간. 정희원 기자
짙은 목재와 대리석 벽난로, 앤티크 가구가 어우러진 더 리츠칼튼 오사카의 로비 공간. 정희원 기자

로비에 들어서면 전통 페르시아 러그와 체코산 크리스털 샹들리에,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대리석 바닥이 시선을 붙잡는다. 고급 도자기가 진열된 책장 사이에는 실제 장작불을 피우는 이탈리아산 대리석 벽난로가 자리한다. 짙은 목재와 어우러지는 은은한 불빛은 마치 오래된 저택의 응접실 같은 온기를 만든다.

50개 스위트를 포함한 291개 객실과 대형 연회장, 웨딩 시설, 다채로운 레스토랑을 한데 갖춘 구성에서도 1990년대식 ‘그랜드 호텔’의 면모가 드러난다. 24~37층에 자리한 객실은 리노베이션을 거쳐 산뜻하게 정돈했다. 특히 과거 객실을 장식했던 화려한 꽃무늬의 카펫은 리츠칼튼 오사카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침대 헤드보드 패턴으로 남겨 호텔의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

회화 작품과 클래식한 바 공간이 어우러진 더 리츠칼튼 오사카 1층 로비 라운지. 정희원 기자
회화 작품과 클래식한 바 공간이 어우러진 더 리츠칼튼 오사카 1층 로비 라운지. 정희원 기자

호텔 내에서 가장 낭만적인 공간을 꼽자면 1층 로비 라운지를 들 수 있다. 낮에는 피아노 연주가 흐르고, 저녁에는 클래식과 재즈 공연이 이어진다. 짙은 목재와 패브릭 소파, 클래식한 식기가 어우러진 모습에는 새로 연출한 레트로와 다른, 오랜 시간 축적된 분위기가 새겨져 있다.

호텔의 포토존 중 하나는 6층의 수영장이다. 도심 전망 대신 중앙 정원을 향해 창을 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과 자연광을 끌어들였다. 정원을 끼고 자쿠지도 만들어 화려한 꽃과 도심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더 리츠칼튼 오사카 6층 중앙 정원에 마련된 야외 자쿠지. 정희원 기자
더 리츠칼튼 오사카 6층 중앙 정원에 마련된 야외 자쿠지. 정희원 기자

◆영국 저택의 틀에 일본식 환대를 채우다

공간의 뼈대가 영국 조지안 양식이라면 내부를 채우는 것은 일본 특유의 정중하고 세심한 서비스다. 이런 성격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33~35층의 클럽 레벨이다.

클럽 투숙객은 34층 전용 라운지에서 별도로 체크인한다. 조식과 라이트 런치, 애프터눈 티, 칵테일, 디저트 등 하루 다섯 차례 푸드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더 리츠칼튼 오사카 클럽 라운지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스콘과 디저트, 세이보리가 티 스탠드에 차려져 있다. 도심 전경을 바라보며 만끽할 수 있다. 정희원 기자
더 리츠칼튼 오사카 클럽 라운지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스콘과 디저트, 세이보리가 티 스탠드에 차려져 있다. 도심 전경을 바라보며 만끽할 수 있다. 정희원 기자

체크인과 함께 제공되는 애프터눈 티에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파티시에 피에르 에르메의 스위츠와 계절별 세이보리, 스콘이 오른다. 절인 생강인 가리와 진저에일, 민트, 꿀을 더한 럼 베이스의 오리지널 칵테일 ‘GARI 34’도 라운지의 시그니처 메뉴다. 논알코올 버전도 마련했다.

클럽 라운지 전용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일본 전통 보자기인 후로시키를 활용한 포장과 다도, 사케 테이스팅, 말차 체험 등을 신청할 수 있다. 타네무라 직원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을 본 고객들이 현장에서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클럽 라운지에서 진행되는 일본 다도·말차 체험.
클럽 라운지에서 진행되는 일본 다도·말차 체험. 
더 리츠칼튼 오사카 직원과 함께하는 자전거 투어를 앞두고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점검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더 리츠칼튼 오사카 직원과 함께하는 자전거 투어를 앞두고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점검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아침에는 호텔 직원과 주변을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사카성까지 다녀오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유럽식 클래식 공간에 일본의 미식과 생활문화를 더한 구성이다.

◆호텔 전체가 미술관…진품 예술품 450점

리츠칼튼 오사카의 클래식은 ‘진짜의 힘’에서 나온다. 호텔 곳곳을 채운 약 450점의 회화와 예술품은 복제품이나 장식용 그림이 아닌 호텔이 수집해온 진품이다.

 

작품은 주로 18~19세기 유럽 작가들의 풍경화와 초상화로 구성됐다. 대표적인 대형 회화 중 하나는 프런트 데스크 뒤편에 걸린 19세기 독일 화가 헤르만 코흐의 ‘뜻밖의 방문객’이다.

프런트 데스크 뒤편에 1900년대 초 독일 작가 헤르만 코흐가 그린 ‘뜻밖의 방문객’이 걸려 있다. 정희원 기자
프런트 데스크 뒤편에 1900년대 초 독일 작가 헤르만 코흐가 그린 ‘뜻밖의 방문객’이 걸려 있다. 정희원 기자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앞까지 작은 풍경화와 초상화, 세라믹과 앤티크 오브제가 이어진다. 작품들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호텔에서 운영하는 ‘아트 투어’를 이용하자. 오후 6시부터 약 30분간 가이드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호텔의 역사와 예술 컬렉션, 공간 곳곳에 적용된 건축적 특징을 들을 수 있다.

직원이 더 리츠칼튼 오사카에 전시된 앤티크 가구의 구조와 장식에 대해 아트 투어 참가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직원이 더 리츠칼튼 오사카에 전시된 앤티크 가구의 구조와 장식에 대해 아트 투어 참가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아트 투어 참가자가 더 리츠칼튼 오사카에 전시된 앤티크 가구의 구조와 장식을 살펴보고 있다. 정희원 기자
아트 투어 참가자가 더 리츠칼튼 오사카에 전시된 앤티크 가구의 구조와 장식을 살펴보고 있다. 정희원 기자

이곳에서는 한 시대가 추구했던 화려함과 오늘날 보기 드문 클래식 호텔의 낭만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리츠칼튼 오사카 관계자는 “시대의 양식을 고수하는 것은 고객에게 유행을 넘어 오래 지속되는 삶의 풍요와 품격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공간과 서비스가 호텔에서의 시간을 더욱 깊이 기억하게 만든다고 본다”고 밝혔다.

프레데릭 모로 더 리츠칼튼 오사카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가 트와이스 애프터눈 티 메뉴를 점검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프레데릭 모로 더 리츠칼튼 오사카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가 트와이스 애프터눈 티 메뉴를 점검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일본의 클래식 호텔에서 K-팝을 색다르게 즐길 수도 있다. 리츠칼튼 오사카 1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플렌디도’로 향하자. 리츠칼튼 오사카는 메리어트 본보이와 그룹 트와이스의 협업 캠페인 ‘캔디 드림’에 참여해 오는 31일까지 애프터눈 티 뷔페(사진)를 운영한다.

트와이스의 부드러운 파스텔톤 세계관과 팬덤을 상징하는 응원봉 ‘캔디봉’에서 영감을 받은 디저트와 세이버리를 영국 귀족 저택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즐기는, 이른바 ‘귀족 영애의 K-팝 티타임’이 가능하다.

 

프레데릭 모로 더 리츠칼튼 오사카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로 트와이스의 폭신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구름 모양으로 표현한 ‘피스타치오 커스터드와 패션후르츠 소스’를 꼽았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