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이다.
프로야구 삼성은 전반기를 마친 뒤 변화를 꾀했다. 잭 오러클린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크리스 페덱을 영입한 것. 11년 만에 1위로 후반기를 맞이하는 상황. 일종의 승부수였다. 오러클린은 개막 직전 맷 매닝의 단기 대체 자원으로 합류했다. 두 차례나 계약을 연장하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17경기(83⅓이닝)서 5승5패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으로 갈수록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지만 특별한 휴식 없이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지켰다.
정상에 대한 열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삼성의 올 시즌 목표는 단연 우승이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맛봤다. 이번에야말로 큰 꿈을 이루고자 했다. 선결 과제로 잡은 건 정규리그 1위다. 지난 시즌 정규 4위로 가을야구에 안착했다. 밑에서부터 올라가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경기 수가 쌓일수록 체력적 부담이 커졌다. 결국 플레이오프서 멈추고 말았다. 올 시즌 악재 속에서 나름 잘 싸워왔지만, 화룡점정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고심 끝에 찾은 카드가 페덱이다. 화려한 경력을 갖췄다. 메이저리거 출신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32경기(선발 119경기)에 나서 32승43패 평균자책점 4.83 등을 마크했다. 다양한 구종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MLB에서만 통산 9이닝 당 탈삼진 8.02개를 잡아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성공적인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18일 대구 롯데전서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을 삭제했다. 1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가히 위력적인 피칭이었다.
이제 한 경기 치렀을 뿐이긴 하지만, 곳곳에 기대요소가 가득했다. 페덱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작성하면서도 투구 수가 85개에 불과했다. 공격적으로 운영했다는 의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2㎞. 요즘 시대에 놀라운 숫자는 아니지만,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에도 151㎞까지 찍히는 등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구종은 주 무기인 체인지업이다. 결정구로 6차례나 던졌다. 콘택트 비율이 53.8%(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했다.
일단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시즌 중간 투입된 외인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지난 시즌 LG와 롯데가 대표적 사례다. 8월 초 각각 앤더스 톨허스트, 빈스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희비는 완전히 엇갈렸다. 톨허스트가 8월12일 KT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반면, 벨라스케즈는 이튿날 대전 한화전서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외인 교체를 단행한 LG는 챔피언에 올랐고,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1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어깨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페덱이 ‘우승 청부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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