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이 본거지인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과 주문량을 동시에 늘리며 실적 회복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보급형 전기차 확대와 다변화된 전동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약 2% 성장했다. 지역별로는 남미가 8%, 서유럽이 3%, 중·동유럽이 7% 늘었다. 북미는 상반기 기준 3% 감소했지만 2분기에는 8% 증가하며 회복 흐름을 보였다.
반면 중국 판매는 26% 줄었다. 중국 시장의 부진 여파로 그룹의 전체 글로벌 인도량은 약 6% 감소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 판매 감소보다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제품 구성과 사업 전략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올해 상반기 유럽 순수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서유럽 순수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0%에서 21%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한 유럽 내 순수전기차 주문량은 50% 이상 늘었고, 전체 신규 주문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주문 증가를 이끈 것은 소형·보급형 전기차다. 폭스바겐 ID. 폴로, 스코다 에픽, 쿠프라 라발 등 도심형 전기차 3개 모델은 출시 후 수주가 5만4000건을 넘어섰다. 전체 4개 차종 가운데 3개 모델만 판매 중인 상황에서 확보한 물량이다.
이는 폭스바겐그룹이 전기차 전략의 중심을 중대형·고가 모델에서 대중형 차량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소비자가 익숙한 소형 해치백과 크로스오버 형태를 채택하고, 브랜드별로 가격과 디자인, 실용성을 달리한 점이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내 플랫폼과 부품을 공동 활용하는 방식도 강화되고 있다. 폭스바겐과 스코다, 쿠프라는 공통 전기차 기반을 사용하면서도 브랜드별 상품성을 구분하고 있다. 개발비와 생산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가격대와 고객층을 넓히는 구조다.
전동화 방식도 순수전기차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2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병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요에 대응하고, 중국에서는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춘 전기차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중국에서 출시한 첫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ID. ERA 9X는 이미 1만대 이상의 인도량을 기록했다. 중국 내 전체 판매는 여전히 감소세지만, 현지 개발 모델이 초기 수요를 확보했다는 점은 사업 재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폭스바겐의 변화는 시장별 대응을 달리하는 방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급형 순수전기차, 중국에서는 현지 개발 전기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기타 지역에서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판매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전동화 속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지역 수요에 맞춰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과제는 남아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완성차업체와의 가격 및 소프트웨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 보조금 종료와 관세 인상 영향으로 상반기 그룹의 순수전기차 인도량이 69% 감소했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와 주문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보급형 전기차 주문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폭스바겐그룹이 가격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다시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그룹의 반등은 아직 지역별 편차가 크다. 다만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제품군을 재편하고,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병행하는 전략이 초기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체질 개선은 가시화되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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