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군단의 ‘03즈’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카드가 한 장 더 있다. 김도영을 필두로 최지민, 윤도현, 한승연 등이 1군에서 존재감을 키운 사이, 문경에서는 또 다른 2003년생 투수가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준비 중이다. 바로 국군체육부대(상무) 선발진의 한 축인 우완 김민재다.
김민재는 지난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 참가했다. 경기 전 만난 그는 “2003년생 선수들이 황금세대로 많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 팀 동료들을 보면서 나도 그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남은 기간 꾸준히 준비해 내년에는 바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활약만 보면 ‘숨은 주자’에서 벗어날 준비는 착실히 진행 중이다. 문경 상무 야구장에 우뚝 선 ‘철기둥’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김민재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2군) 14경기 중 13경기에 선발 등판해 71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2패 평균자책점 2.52를 써냈다.
연도별 기록을 보면 성장 폭이 더욱 뚜렷하다. 2024년 KIA 퓨처스팀에서 35경기 3승6패 평균자책점 6.55를 기록했고, 지난해 상무 군 복무를 시작해 19경기 8승4패 평균자책점 5.37을 남겼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평균자책점을 절반 아래로 낮췄다.
지난 5월 네 차례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했다. 23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74를 작성하고 세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해 메디힐 퓨처스 루키상을 받았다. 지난해 9월 3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한 데 이은 개인 두 번째 수상이다.
신일고와 동원과학기술대를 거친 김민재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76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188㎝, 85㎏의 체격과 힘 있는 직구를 갖춘 유망주로 일찌감치 구단의 집중 육성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입단 첫해인 2024년 6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야구 전문 훈련센터 ‘트레드 애슬레틱’에서 투구 동작과 신체 활용법을 점검한 게 대표적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호주프로야구 캔버라 캐벌리에 합류해 실전 경험도 쌓았다.
김민재는 “구단에서 감사하게도 입대 전 미국과 호주에 보내주셨다. 그곳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상무에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 연습하고 있다”며 “그동안 자신감이 없어 시도하기 어려웠던 것들도 두드리면서 부딪히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상무에 입대한 뒤에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소화하고 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다음 등판을 준비하고 긴 이닝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투수로서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변화구 커맨드다. 원래 자신이 있던 포심 패스트볼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커브와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원하는 곳에 던지는 능력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그는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지려면 변화구가 꼭 필요하다”며 “변화구 커맨드가 좋아진 것이 올해 성적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IA 1군에서는 아직 통산 5경기 6이닝을 경험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미국에서 투구의 틀을 다듬고, 호주에서 실전을 쌓은 뒤 상무에서 선발 수업까지 받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이 김민재에게는 공백이 아니라 본격적인 도약을 위한 업그레이드의 시간이 된 셈이다.
목표는 남은 시즌 좋은 흐름을 유지한 뒤 전역 후 곧바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제대는 올해 11월 중순 예정이다. 김민재는 “올해를 잘 마무리해 시상식에도 가보고 싶다. 전역 후 비시즌에도 열심히 준비해 내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동명이인인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에 관한 질문에는 유쾌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워낙 유명한 선수라 어렵겠지만, ‘김민재’를 검색하면 제가 더 먼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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