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야구 경기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가 나와 파문이 인 가운데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광주와 5·18을 향한 사회적 멸칭과 조롱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1일 허지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80년 5월 광주 중흥동에 있었다. 육개월 아기였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과거 자신이 겪은 광주의 기억과 현 사회적 인식을 짚었다.
어린 시절 광주를 떠났다가 고등학교 시절 다시 돌아갔다고 밝힌 그는 “귀향이지만 이방인이었다. 거기서 처음 느낀 건 무기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머물렀던 2년 6개월 동안 자부심이나 활기 같은 건 찾지 못했다”며 “긴 시간 동안 광주는 구호가 아니면 조롱이었다. 한 번도 동등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허지웅은 최근 불거진 5·18 관련 조롱 문화를 정조준했다. 그는 “5월 광주와 전라도는 여전히 조롱거리”라며 “역사를 모르는 아이들은 (이를)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한다. 말리면 억압이라 여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광주를 조롱하는 데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며 사회적 방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역사적 사건의 명칭 변화와 지역 정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지웅은 “‘광주 사태’는 ‘광주 학살’로, ‘광주 항쟁’으로,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혼란스럽게 이름을 갈아치웠다”며 “당대를 살아낸 사람들이 명칭을 혼용하는 걸 이해한다”고 적었다.
이어 과거 광주 시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를 언급하며 “김대중이 당선되고 해태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에만 폭도가 아니라 팬이 되고 시민이 되었다”면서도 “결국 이 키워드마저 조롱의 대상이 됐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허지웅은 “광주에 필요한 건 연민도 동정도 지원도 아닌 ‘동의’”라며 “깍두기가 아니라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인이라면 지역이 어디든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잘해줄 필요도 좋아해줄 필요도 없다. 그저 지연된 자격을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발언은 최근 고교야구 대회에서 불거진 논란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앞서 배재고 일부 선수들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응원 구호를 외쳐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배재고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 교육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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