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죠. 모든 타격 영상을 빼놓지 않고 봤던 것 같아요.”
홈팀 훈련을 마쳤지만 신인 내야수 이강민(KT)은 곧장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경해 온 외야수 박건우(NC)의 타격을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
뜻밖의 소득도 있었다. 멀찍이서 바라보던 박건우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등 프로 첫해를 보내는 이강민에겐 또 하나의 값진 경험이 더해졌다.
이강민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박건우 선배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타격폼을 많이 따라 하려고 했던 선수 중 한 명”이라며 “타격 영상은 정말 거의 다 챙겨봤던 기억이 있다”고 미소 지었다.
두 선수의 만남은 지난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이뤄졌다. KT의 훈련이 끝난 뒤 원정팀 NC가 타격 훈련에 돌입하자 이강민은 그라운드 한편에 남았다. 박건우의 타격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지는 못했다. 멀찍이서 훈련을 바라보던 이강민의 마음을 알아챈 KT 트레이닝 파트 관계자가 두 선수 사이에 다리를 놓아줬다.
이강민은 “몰래 보고 있었는데 트레이닝 코치님이 누구를 보러 나왔느냐고 물었다. 박건우 선배가 치는 것을 보려고 했다고 하니 아는 사이라며 연결해주셨다”고 돌아봤다.
자칫 어색할 수 있었던 첫 만남은 박건우의 ‘아이스브레이킹’ 농담 덕분에 금세 부드러워졌다. 과거 자신의 타구를 이강민이 호수비로 걷어냈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던 박건우는 “내 타구는 다이빙해서 잡아놓고 무엇을 물어보러 왔느냐”고 웃으며 후배를 맞이했다.
박건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다. 16일 기준 통산 4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역대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0.323)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타율 0.303을 써내며 꾸준한 타격 능력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오른손 타자인 이강민이 오랜 시간 눈여겨본 이유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이강민은 약 10분 동안 도란도란 앉은 자리서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하나씩 꺼냈다. 그는 “투수의 타이밍을 어떤 식으로 맞추는지 가장 많이 물어봤다”며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대처법과 타석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이강민은 하나라도 더 담아가려 했다. 평소 팀 훈련과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통해 다듬어온 내용에 박건우의 조언까지 더하며 자신의 타격을 돌아볼 기회로 삼았다.
송호초와 안산중앙중, 유신고를 거친 이강민은 KT가 2026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6순위로 뽑은 ‘로컬 보이’다. 입단 첫해인 올 시즌 개막과 동시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지난 3월28일 개막전에서는 고졸 신인으로 3안타를 터뜨렸다. 1996년 장성호(당시 해태) 이후 30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프로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강민은 올 시즌 49경기서 타율 0.196(143타수 28안타)에 머물고 있다. 수비에서도 8개의 실책을 남겼다. 시즌 초반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지난 1일 처음 1군 엔트리에서 빠졌고, 열흘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한 뒤 11일 다시 콜업 부름을 받았다.
이강민은 “야구가 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팀 안팎서 얻은 배움을 하나씩 쌓아가며 프로 무대에 적응해가는 단계다.
개막전의 강렬한 기억도, 시즌 초 차지했던 주전 자리도 이제는 지나간 장면일 터. 1군 무대 생존이 급선무다. 스파이크 끈을 다시 조여 맨다. 이강민이 치열한 경쟁 속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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