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취재라는 설렘과 사명감을 안고 밟은 멕시코 과달라하였다. 처음 방문한 곳이었고 낯선 문화와 월드컵 개최국의 열기를 직접 눈으로 볼 마주할 생각에 한껏 들떴다. 부푼 기대가 충격으로 돌아선 건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과달라하라 국제공항에 내린 건 지난 9일이었다. 인천에서 출발해 18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긴 여행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기자단 숙소가 있는 과달라하라 시내로 발길을 재촉했다. 문제는 택시였다. 우버를 호출했지만 번번이 취소됐다. 공항 입국장 앞 정문에서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 택시 탑승을 제한하고 있었다. 정문을 지나 좀 더 먼 곳으로 걸어 나갔지만 도통 해결되지 않았다. 하필이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간 입국장 앞 정문에서 우리를 보던 한 멕시코인이 “택시가 필요하냐”며 말을 걸었다. 순간 ‘택시 이용 시 우버 등 차량 호출 서비스 이용 권장’이라는 멕시코에서의 주의 사항이 떠올랐지만 ‘설마’ 싶었다. 우리는 “OK”를 외쳤다. 신기하게 곧바로 택시가 나타났고 우리는 그렇게 공항을 빠져 나왔다. 약 30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우버로는 300페소(약 2만7000원)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하지만 택시 운전사는 두 명을 태웠다며 600페소(약 5만2000원)를 요구했다. 그것도 아깝긴 했지만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걸 위안삼고자 했다. 그렇게 동행인이 카드를 건넸다. 그런데 결제된 금액은 600페소가 아니었다. 무려 10배인 6000페소였다.
당장 택시 운전사를 붙잡고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했다. 번역기까지 돌려 대화를 나눈 그는 어디론가 연락해봐야 한다고 했다. 잠시 전화를 한다며 운전석에 앉았다. 동행인은 차 문을 잡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운전사는 그대로 차를 몰았고 문을 잡고 있던 동행인은 잠시 끌려다가 내팽개쳐졌다. 택시 사기였다. 눈을 뜬 채 당해버린 것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호텔 체크인을 한 뒤에도 우린 쉽사리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치안이 불안하다고 하더니 택시도 한 통속이었나 싶었다.
멕시코라는 나라에 대한 의심이 마음속에서 퍼져 나갈 때쯤이었다. 호텔 직원들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다행히 당시 장면이 호텔 CCTV에 녹화돼 있었다. 경찰을 불러다 주기까지 했다. 경찰들이 영어를 못 알아듣자 스페인어로 번역해 주기도 했다. 덕분에 동행인은 사건을 조금씩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맞이한 늦은 밤이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호텔 직원이었다. 주문하지도 않은 디저트와 따뜻한 차를 준비해 왔다. 어리둥절했다. 함께 올려져 있던 편지 한 장을 읽어보고서야 깨달았다. “멕시코 사람들의 친절과 따뜻함이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정의한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린 당신이 필요한 모든 걸 돕겠다.”
어쩌면 외면해도 됐을 일이다. 호텔 측의 잘못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호텔 직원들은 행동과 배려로 먼저 미안함을 전했다. 덕분에 불쾌했던 기억도 조금은 사라졌다. 멕시코의 첫 인상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더 강렬한 인상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과달라하라(멕시코)=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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