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SW뉴스③]롯데 사직구장… 3만명 입모아 ‘부산 갈매기’

입력 : 2008-04-29 10:13:48 수정 : 2008-04-29 10:13:4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의 시즌 4차전이 열린 26일. 경기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0시 사직구장 인근의 부산 지하철 ‘종합운동장’ 역에서 만난 이정화(22·여)씨 일행 4명을 뒤따르며 사직구장에서의 하루를 직접 경험해 봤다. 부산 시내 D대학 보건행정과 동기인 이들은 학과 MT를 사직구장에서 보내기로 하고 40여 명의 인원을 대표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선발대로 나선 길이었다.

▲줄 서서 기다리며 토론

지하철 출입구를 빠져 나오자 대로변에는 이미 상당수 사람들이 사직구장을 향해 잰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10분 만에 도착한 사직구장에는 출입구마다 이미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2층에서 시작된 줄은 긴 통로를 돌아 1층까지 닿았다. 입장까지 남은 시간은 50여 분. 일행은 광장에서 무료 배포 중인 지역신문이나 정보지를 받아 챙겼고, 스포츠신문을 사서는 전날 경기의 기록지를 꼼꼼히 보며 복기하면서 경기 내용에 대해 토론을 했다.

▲자리잡기, 신문지 총채 만들기

오전 11시 마침내 입장이 시작됐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으로 1루 일반석 쪽은 거의 100m 달리기 경주다. 일행은 일사분란했다. 응원단상 오른쪽 상단에 도달해서는 한 명은 잽싸게 신문지를 의자 위에 깔았고, 한 명은 응원 피켓을 순서에 맞게 배치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아예 접착 테이프로 40석 주위를 둘러싸 마치 포토라인처럼 그들 영역의 경계를 지어버렸다.

‘영역확보’가 끝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 앉아 곱게 신문지를 찢었다. 사직구장 특유의 신문지 응원도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4회 부산갈매기 합창

1회초 삼성의 공격이 끝나고 조지훈 응원단장이 흰 두루마기 차림으로 단상에 오르면서 그 유명한 롯데 응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수근이 볼넷을 골라 나가자 마치 점수라도 올린 듯 신문지를 흔들어 댔고, 2루 도루 성공과 함께 너도 나도 ‘정수근’을 연호했다. 조성환이 투수가 던진 공에 맞자 3만 명이 입을 모아 “마!”라고 상대를 꾸짖었다.

4회초 삼성의 2득점으로 뒤집어면서 잠시 동요가 일었으나 그도 잠시 뿐, 4회말 롯데가 곧바로 가르시아의 2루타로 동점, 박현승의 적시타로 재역전을 시키자 그 유명한 ‘부산 갈매기’가 터져나왔다. 6회 다시 소강상태에 빠지자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파도타기가 시작됐다. 1루 응원단상 쪽에서 시작된 파도는 사직구장을 4바퀴나 돈 뒤에야 멈췄다.

▲8회 비닐봉투 쓰기

롯데는 7회 동점을 허용하고 8회 다시 1실점해 재역전을 당했다. 그러나 주저앉는 이는 없었다. 순식간에 주황색 비닐봉투가 배포됐고, 8회말 1사 1,2루에서 중심타자 이대호, 가르시아 타순으로 연결되자 주황색 비닐풍선이 물결쳤다. 9회말 투 아웃. 승리의 희망이 사실상 사라졌지만 돌아온 영웅 마해영이 큼직한 타구로 좌익수 플라이 아웃되는 장면에도 그들은 만족하며 엉덩이를 털었다. 머리 위에 있던 봉투에는 이미 쓰레기가 가득 담겨 출입구 쪽에 모아졌다.

거나하게 취해 있는 사람들, 목이 쉰 사람들, 얼굴이 빨갛게 익은 사람들, ‘롯데’를 연호하는 사람은 있어도 실망하는 이는 없었다. “지면 어떻습니꺼. 재미있었으면 됐지. 내일은 이기겠죠. 좀 더 일찍 나와야 합니데이.”

사직=김동환 기자

◆관련기사

[SW뉴스①]부산 폭발 왜? … 부산갈매기 이기길 기다렸데이~

[SW뉴스②]사직구장 응원 3종세트 엿보기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