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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이용규의 ‘치킨 게임’을 바라보며 [이지은의 궁서체]

입력 : 2019-03-19 15:30:00 수정 : 2019-03-19 16: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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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곽영래 기자] 16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종료 후 한화 이용규 1500경기 출장 기념행사에서 한화 한용덕 감독과 이용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youngrae@osen.co.kr

정치학에 ‘치킨 게임’이라는 개념이 있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자동차 게임에서 따왔다. 두 운전자는 도로의 양쪽 끝에서 각자 차를 몰고 서로를 향해 돌진한다. 승자는 끝까지 핸들을 꺾지 않는 쪽이고, 먼저 포기한 사람은 ‘치킨(겁쟁이)’의 오명을 쓰게 된다. 아무도 핸들을 꺾지 않는다면? 누구도 지지 않겠지만 결국 둘 다 목숨을 잃는다. 가장 큰 소득이래 봤자 상대를 꺾었다는 자부심 정도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싸움판에서 승리해도 남는 건 상처밖에 없다.

 

이용규와 한화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도 나흘째다.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 증거가 추측에 추측을 낳으면서 여론은 더 뜨거워졌다. 그 사이 둘의 갈등은 자존심 대결로 번진 모습이다. 3군행 처분을 받은 이용규는 입을 꾹 다문 채 충남 서산에서 칩거 중이다. 한화는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해 신중하게 결론내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강경책을 고심하는 행간이 쉽게 읽힌다. 

 

한화를 떠난 이용규의 미래는 여론 재판으로 확인됐다. 육성의 바람이 불어든 프로야구판에서 베테랑에 요구되는 새 덕목을 오판했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팬심을 등에 업었던 임창용도 결국 새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고 은퇴했던 터다. 게다가 트레이드의 칼자루는 구단이 쥔 상황. ‘괘씸죄’까지 적용된 이용규에겐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이용규에게 칼끝을 겨누는 한화는 본보기를 논한다. 고참 선수들과 연이은 결별에서 발생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도다. 현재 한화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로 이용규를 내치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방법이 거론된다. ‘선수에게 휘둘리지 않았다’는 쾌감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긴 하다. 그러나 선배의 현재는 곧 후배의 미래다. 타 팀의 한 선수는 “나도 결국은 나이를 먹을 것이다. 이용규도 저 정돈데 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내집단의 선수들이 느낄 박탈감도 구단이 계산해야 할 매몰 비용이다.

 

“치킨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언제 피해야 할 지를 아는 거지.” 영화 ‘붉은 10월’의 등장 인물 바트 맨쿠조는 의외의 지점에서 치킨게임의 해답을 구한다. 적절한 시점에서 타협을 이루는 게 누구도 다치지 않는 진짜 승리라는 의미다. 강대강 대치 국면 속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이용규와 한화에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이기면 무엇이 남느냐’고 말이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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