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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인터뷰] 최민식 "파묘, 자연 향한 애정 담긴 오컬트 영화"

입력 : 2024-03-18 19:00:21 수정 : 2024-03-19 09: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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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 인터뷰 김상덕 역 '최민식'

'명량' 이은 '쌍천만 배우' 도전
베테랑 풍수사 역할 완벽 소화

"'한국 땅 트라우마 치료' 맘에 들어 선택
자연 하나도 깊게 보는 태도로 연기
시선으로 자연과의 영적 교감 표현
비현실을 있을법하게 만드는 게 내 일"

배우 최민식(62)이 명량(2014년·1761만명)에 이어 ‘쌍천만 배우’ 타이틀에 도전한다. 연기인생 35년 중 오컬트 영화는 처음이라는 최민식은 풍수사 김상덕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나선 최민식은 “파묘는 단순한 공포, 귀신영화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현한 영화”라며 “땅에 대한 생각, 혼령, 신 등이 인간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영화적으로 뽑아낸 장재현 감독의 시각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35년만의 첫 오컬트 영화 출연이다. 계기가 있었나.

“처음 장재현 감독과 만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우리 땅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싶다. (나쁜 것을) 뽑아내고 약을 발라주고 싶다’고 하더라. 이런 표현을 처음 들어봤다.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 이전의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에 대한 궁금증도 컸고.”

-평소 무속신앙, 풍수지리에 열린 편인가.

“오컬트 여부를 떠나 풍수나 무속 같은 개념은 어릴 때부터 늘 가까운 소재였다. 우리에게 친근한 정서이기도 하고. 단순 귀신, 공포 소재와는 전혀 다르다.

언젠가 말한 적이 있는데 10살 때 폐결핵으로 거의 죽을 뻔 했던 적이 있다. ‘이 세상 사람 아니다’는 사주도 받았다. 의사도 포기했는데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산에 가서 절을 찾아 기도드렸다. 희한하게 낫더라. 미신이라기보다 어머니의 정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좌우지간 살면서 이성적으로 이해 안 되는 게 있다. 한국인에게는 그런 정서가 조금씩 있다. 이사할 때 방향 보고, 현관 문 열고 들어갔을 때 뭐가 보이면 안 좋다거나, 해바라기 액자를 걸어놓으면 복이 들어온다거나. 미신이라기보다는 재밌잖아요. 좋다는데 굳이 안 할 이유도 없고.

물론 너무 얽매여 전 재산을 다 바치고 뒤통수 맞는 정도까진 아니고(웃음). 풍수에 너무 과학적으로 잣대를 들이밀면서 ‘진짜냐, 가짜냐’를 묻지는 않는다. 한국만의 고유 문화라고 생각한다. 즐기면서 살 수 있지 않나.

할머니가 매일 장독대 위에 정화수 떠서 ‘(군대 간) 우리 민식이 제대하는 날까지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하는 마음이 어떻게 미신인가. 저는 그런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정서 속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영화 속 풍수나 굿 같은 요소가 정말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나의 공연같고. 그런 게 좋았다.”

-‘풍수사 상덕’을 연기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맨날 책을 읽는다고 해도 40년 동안 땅 파먹고 사신 분들을 따라갈 수 있겠나. 다만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만큼은 표현하고 싶었다. 상덕은 평생 자연을 보고 관찰하면서 살았다. 어디가 흉지고 길지인지 터의 모양새와 형태, 질감을 평생 연구했다. 흙냄새도 맡고, 맛보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봐도 깊게 바라보는 태도를 가장 큰 줄기로 삼아 연기했다.”

-대사보다는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장면들이 인상깊다. ‘이글이글’ 타는 듯한 느낌이다.

“영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변할 때가 있다. 풍수사도 지식만 가지고 흉지와 길지를 찾진 않을 것이다. 무속인이 아니라도 가끔 굉장히 있기 싫은 장소나 공간을 느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상덕도 자연과 영적인 교감을 할 때 ‘어디가 길지다’ 모드로 변하지 않겠나. 이를 시선으로 표현하려 했다.”

-상덕은 사라져가는 문화를 지키는 끝자락에 선 인물같다. 한국의 장례문화에 대한 평소 생각은.

“사견을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어떻게 모시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저도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화장해서 모셨다. 돌아가신 분들이 어떻게 잘 먹고 잘 살겠나, 좋은 터를 잡는 것도 이승에 있는 우리들이 덕 좀 보려는거지. 어떻게 보면 나쁘다. 돌아가시려니까 좋은 땅 찾는 게 얄밉다. 살아계실 때 잘 해드리지. 내가 왜 이렇게 흥분하지(웃음). 어떤 마음으로 모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묘 속 이야기는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이를 사실적으로 연기하는 노하우는.

“그건 업계 비밀이다(웃음). 사실 별다른 노하우는 없다. 허구의 인간을 현실에 있을법하게 만드는 게 제 일이다. 그럴듯하게 사기를 치는 셈이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상덕이라면 이러지 않았을까? 옛 풍수사는 이랬다더라’ 같은 데이터를 모아 카메라 앞에서 그 인물이 돼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감당해야하는 외로운 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김)고은이 말대로 ‘돈값을 못하는 것’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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