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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유튜브뮤직의 대중화…멜론 제칠까

입력 : 2024-01-09 17:50:00 수정 : 2024-01-09 16: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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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으며 대중문화계 새해 전망들도 속속 언론미디어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중 대중음악계 2024년 전망으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유튜브뮤직의 ‘대표 음악 플랫폼화’ 화두다. 특히 지난해 12월1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기준 유튜브뮤직의 DAU(일간 활성 이용자수)가 236만 명을 기록하며 멜론(231만 명)을 제치고 국내 음원 플랫폼 1위를 차지한 점이 자주 회자된다. 비록 바로 다음날인 2일 멜론이 다시 DAU 1위 자리를 탈환하긴 했지만, 이미 아성은 무너지고 있단 얘기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에 대해선 지난해 내내 언론미디어에서 분석도 많이 됐고, 사실 웬만한 K팝 팬들도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유튜브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그대로 유튜브뮤직도 무료 이용할 수 있기에 급성장한 것이란 점부터, 어째서 대중이 멜론으로부터 등 돌리고 있는지 까지 모두 그렇다. 한 마디로, 멜론은 ‘팬덤 플랫폼’ 인상이 너무 강해졌단 것이다. 그것도 이미 십 여 년 걸쳐 착실히 진행돼온 일이라 돌이키기도 어렵다.

 

멜론은 요즘 대중음악 유행을 알고 싶은 개인이나 그 유행을 BGM으로 반영코자 하는 상품매장 등에서 인기곡 차트 중심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데, 팬덤 ‘스밍 총공’ 등으로 대중적으론 잘 와 닿지 않는 몇몇 K팝 팀 노래들이 차트 줄 세우기를 하는 데다 어느 새부턴가 트로트가수들까지 가세, 점점 더 ‘믿고 듣기’ 어려운 차트가 돼가고 있다는 것. 2019년 벌어진 ‘음원 사재기 사태’는 이 같은 차트 불신감에 화룡점정을 찍어준 사건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론 차트가 ‘팬덤 차트’로나마 아직 역할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언론미디어에서 특정 K팝 팀 성과를 보도할 때 관성적으로 멜론 차트 성적 중심으로 보도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단 점이다. 언론미디어 홍보효과 차원에서 멜론이 여전히 역할 하니 팬덤도 그 중심으로 활동하는 게 기본이 된다. 다른 하나는, 음악방송 순위 집계에서 음원 부문 지표가 멜론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튜브뮤직을 포함하는 곳은 아직 없으니 여러 국내 음원 플랫폼들 합산 성적으로 나가게 되는데, 각 플랫폼 비중을 시장점유율대로 반영했을 시 멜론이 가장 주요하게 역할 할 수밖에 없다.

 

위 두 가지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상 ‘팬덤 차트’로서나마 멜론도 어찌됐든 어느 정도까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멜론 차트 성적을 ‘대중성’이란 개념과 연결시켜 그 지표로서 설명코자 하는 언론미디어 보도 태도다. 대중음악산업을 다루는 언론미디어는 대부분 피지컬 음반판매를 ‘팬덤 규모’ 지표로, 멜론 차트 성적을 ‘대중성’ 지표로 삼아 멜론 성적이 높으면 “대중성도 잡았다”는 식 보도로 일관한단 것이다.

 

당연히 K팝 팬들 입장은 그와 거리가 있다. 이들에겐 피지컬 음반도 멜론 성적도 모두 팬덤 지표다. 특정 팀 음원이 해당 팀 비활동기에도 꾸준히 고른 성적을 유지하면 그제야 “대중이 붙었다”는 식으로 이해할 뿐이다. 다만 한 가지 차이를 두자면, 피지컬 음반은 이제 글로벌 팬덤 지표에 더 가까워졌단 점이다. 실제로 초동 기준 해외 판매 비중이 70~80%까지 올라가는 팀들도 존재하니 그럴 만도 하다. 반면 멜론 차트는 소위 ‘국내 화력’ 차원에서 국내 팬덤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돼있다. 언급했듯, 어느 쪽이든 특히 컴백 후 한 달여 정도 성적은 팬덤 지표로서 이해하고들 있다는 건 변함없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지금은 ‘대중성’ 개념의 의미 자체가 휘발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굳이 이 부분을 반영코자 한다는 게 특별히 의미를 지닐 것 같진 않지만, 굳이 이를 짚어내자면 결국 유튜브뮤직 차트가 가장 그에 근접할 수밖에 없다. 미국 등지도 이미 ‘대중성’ 개념의 바이럴 히트는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등 숏폼 인기와 직결되고 있단 점에서 특히 그렇다. 유튜브뮤직 차트는 음원 스트리밍과 유튜브 내 뮤직비디오 및 퍼포먼스 영상 외에 공식음원을 사용한 각종 파생 영상들, 쇼츠 등을 종합해 내놓는 순위이기 때문이다. 음악 소비의 다양화된 측면이 고려되면서 숏폼 바이럴 흐름이 포착돼 실질적 유행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탓에 유행 흐름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격렬하게 드러낸 사례들이 많다. 예컨대 지난 한 해를 뒤흔든 국내 J팝 열풍만 해도 그렇다. 유튜브뮤직에선 2023년 연간 차트 10위권에도 5위에 요아소비의 ‘아이돌’, 7위에 이마세의 ‘Night Dancer’가 보인다. 유튜브뮤직에선 지난해 초부터 이 같은 J팝 열풍이 포착돼 상반기 결산 차트 50위 내 8곡이 J팝으로 채워지며 “K팝 남자아이돌 노래보다 J팝을 더 많이 들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결론은 유튜브 채널 ‘와쏭’의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영상 등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들까지 주로 젊은 층에서 J팝을 즐겨 듣는 분위기가 실제 포착되는 모습으로 체감된다. 반면 멜론 연간차트에선 이마세의 ‘Night Dancer’ 한 곡만 65위에 올라있을 뿐이다. 요아소비의 ‘아이돌’은 차트인해본 적조차 없다.

 

한국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2022년 말~2023년 초까지 역주행 신화를 보여준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만 해도 그렇다. 멜론 차트에선 2022년 10월4일에야 98위로 차트인하며 역주행을 확인시켜줬지만 유튜브뮤직에선 그보다 6개월이나 먼저인 4월1일~7일자 차트에서 62위로 갑자기 차트인하며 역주행 흐름의 시작을 알렸다. 지금 당장도 화제를 모으는 걸밴드 QWER의 ‘Discord’가 멜론에선 일간차트 30위까지 오른 상황이지만 유튜브뮤직에선 5주 연속 3위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유행 반영 속도와 규모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팝을 비중 있게 다루는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 멜론 언급이 대부분인 것은 단순히 인식의 관성 차원만은 아닐 듯싶다. 어찌됐든 멜론 차트는 팬덤이 ‘힘’을 쓸 수 있는 차트, 그래서 각자 효능감을 나눠가질 수 있는 차트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뮤직 차트는 이 같은 팬덤의 ‘힘’이 무력화되는 데다, 애초 차트 중심으로 음악을 소비시키려는 측면도 희박한 차트이기에 거론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언론미디어까지 그에 동참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모든 대중문화산업은 결국 유행산업이란 점에서, 관성을 버리고 저 유행을 제대로 짚어줄 지표를 각자 찾아볼 필요가 있다.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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